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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엄동설한, 철탑에서 설 보내야 하는 노동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2-04일자 기사 '"엄동설한, 철탑에서 설 보내야 하는 노동자..."'를 퍼왔습니다.
쌍용차 얘기로 채워진 2월 국회... "쌍용차 국조에 힘 합해달라"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아내는 베란다로 나가 몸을 던졌습니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남편도 아내가 자살한 지 1년이 채 안 돼 세상과 이별했습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열세 번째 죽음에 관한 얘기입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옅은 울음이 밴 목소리가 4일 국회 본회의장에 울려 퍼졌다. 2013년 들어 처음으로 열린 본회의장에서 그는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를 다시 한번 요구하기 위해 5분 발언대에 섰다.

발언은 한 가족의 얘기로 시작됐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방침에 77일 동안 파업을 하다 폭도로 몰려 '무급휴직자'가 된 어느 아버지의 얘기다. 1년 뒤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는 여전히 '무급휴직자'로 남아 있어야 했다.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아내가 떠난 지 8개월 만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남매를 남겨둔 채였다. 

은 의원은 "'대선 직후 첫 국회에서 쌍용차 국조를 하겠다'던 새누리당은 455명 무급휴직자 복귀 결정을 이유로 24명의 죽음과 2400명의 절규를 묻어버렸다"며 "민주당은 다시 한번 국조를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손해배상 가압류로 고통받는 한진중공업 문제도 함께 언급한 은 의원은 "기업의 '손톱 밑 가시'가 거론되는 지금, 노동자와 서민은 정리해고·손배 가압류·노동권 유린으로 손톱이 빠진 채 죽어가고 있다"며 "'죽을 것처럼 아프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국민의 불신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그는 "삶의 문제이며 약속을 이행하는 일에 동료 의원들이 힘을 합해달라"고 여야 의원 모두를 향해 호소했다. 순간 본회의장은 숙연해졌다. 

김선동 "'노동자 탄압 없는 대한민국' 위한 임시국회 촉구한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도 발언을 보탰다. 그 역시 "쌍용차 문제를 야기한 기술유출, 회계조작, 먹튀 자본 유치 등의 의혹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를 향해 있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 선대본부장과 환노위 의원들은 지난 대선 기간 쌍용차 국조를 약속했으나 대선이 끝나자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졌다"며 "민주당 역시 실효성 없는 여야 협의체만 만들고 쌍용차 국정조사 없는 국회 개원에 합의했다, 엄동설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철탑에서 설을 보내야 하는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하고 엄중한 현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설을 앞두고 차가운 칼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절박한 요구는 '노동자에 대한 탄압 없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없는,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이라며 "그런 대한민국을 위한 2013년 첫 임시국회가 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의원석에서 "잘했어"라는 칭찬이 튀어나왔다.

▲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이날 국회에서는 쌍용차에 대한 얘기가 계속됐다.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쌍용차 해법이라며 여야가 내놓은 '여야 협의체'는 장고 끝에 악수 둔 꼴"이라며 "쌍용차 문제는 강제성 없는 협의체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단단한 매듭이다, 이를 풀고 끊기 위해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현실적으로 가장 올바른 방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쌍용차 국정조사는 회사를 해코지 하거나 골탕 먹이려는 게 아니다, 이는 기업 정상화와 맥이 닿아 있다"며 "박근혜 당선자는 쌍차 국조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내놓고, 여야는 대선공약이었던 쌍용차 국조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이 국조를 거부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 쌍용차 '무급휴직자'들도 "우리를 국정조사 반대의 희생양으로 삼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새누리당은 쌍용차가 무급휴직자 455명 복귀 결정을 발표하자 "대선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조 약속을 파기한 바 있다. 

쌍용차 범대위와 기자회견을 함께한 쌍용자동차 휴무(무급)자위원회는 "쌍용차는 3월 1일부로 무급 휴직자 455명 전원 공장복귀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후, 체불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확약서 서명을 강요했다"며 "휴무자 복귀 결정이 국정조사 요구 회피 꼼수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쌍용자동차 진실을 가리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대선공약 이행 차원"이라고 못 박았다. 여야 모두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한 것이다. 

송영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시위, 종북세력에 끌려다녀" 

그러나 새누리당의 태도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민주당의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는 물론 '2(여야)+3(노사정) 협의체'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은 새누리당은 쌍용차 여야 협의체 구성에도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일 홍영표·은수미·김기식 의원으로 협의체에 함께 할 의원을 임명했지만 새누리당은 4일인 오늘까지도 협의체 인선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이 발언할 때 "(쌍용차 국정조사) 약속이나 지키라"는 야당 측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인사들에 의해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수 시민단체와 일부 종북세력 주장에 끌려 다닌 미항 건설 중단에 대해 이에 동참한 의원도 마음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원석에서는 "합의한 것도 안 지키잖아", "그만해요"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5분의 발언 시간을 넘겼음에도 송 의원이 발언을 계속하자 야유가 일기도 했다. 

한편, 이날 5분 자유발언은 '여야 대리전' 양상을 띄기도 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국가관과 정책을 검증하되 불필요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새정부 출범부터 발목을 잡는 구태는 없어야 한다"며 '신상털기' 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을 대변했다. 

민주당은 곧장 발끈했다. 이어서 5분 발언에 나선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 "우리가 윽박질러서 후보자들이 낙마했냐, (사전검증을 위한) 200가지 질문지를 후보자들에게 줬다면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됐을 것"이라며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입을 떼기도 전에 스스로 낙마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사청문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총리, 장관, 헌재소장을 내정해달라"며 "(사퇴하지 않고 있는 이동흡 후보자를) 제대로 정리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주연(ld84)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당선 한 달 만에 흔들린 박근혜의 '원칙·신뢰'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1-17일자 기사 '당선 한 달 만에 흔들린 박근혜의 '원칙·신뢰''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 공약 다 지킨 정부 없어"... '표 먹고 튀기' 논란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집무실에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미 대표단를 접견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선 후보자가 '당선인'이 된 지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흐른 지금, 벌써부터 박 당선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 내걸었던 '기초노령연금 확대 지급,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 군복무 단축' 등의 공약을 뒤집으려는 흐름이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개별 공약들의 수준이 서로 다른지, 중복되지 않는지, 지나치게 포괄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분석·진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공약 수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친 것이다. 그동안 인수위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대책에 대해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으나 여기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여기엔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공약에 얽매이지 말라"는 주문도 한몫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면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약속한 방향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 것인가 하는 큰 방향에서 봤으면 한다,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약속했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역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1월 임시국회 세부 일정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큰 방향'을 앞세우며 공약(公約)이 빌 공의 공약(空約)화 되는 걸 당연시 하는 흐름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 확대 지급... 한 달 만에 입장 선회?

박 당선인의 공약 중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65살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항목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10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확대해 65살 (이상) 모든 어르신한테 내년부터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으로부터 '당장 올해'부터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장 '말 바꾸기'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에 휩싸이자 16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처한 나 부의장은 "비판의 핵심은 당장 올해부터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한다고 해놓고 말을 바꾸냐는 건데, 우리 당의 공약은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에 편입해 기초연금화 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에 편입하려면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2013년부터 추진한다는 의미지, 당장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을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나 부의장은 "제도가 완비되고 재원이 마련되면 내년부터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 항목에 대해서도 그는 "부동산도 있고 재산도 있는 분들에까지 국민연금에 편입시킬까는 앞으로 고민해야 하고, 직업 연금을 받는 4.3%도 (국민연금 편입에) 포함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사람한테 지원한다는 건 이건희 회장에게도 매달 노령연금을 준다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표를 얻기 위해 이거 저거 다 해준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초노령연금 실현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표 먹고 튀기'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역대 정부가 공약을 다 지키고 퇴임한 정부는 단 하나도 없다"며 "국민에게 공약 중 문제가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모른척 하고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어물쩍 넘어가는 것보다 훨씬 정직한 태도"라고 강변했다. 

4대 중증질환치료비 전액 국가 부담과 사병 군복무 단축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되긴 마찬가지다. 

심 최고위원은 4대 중증질환치료비에 대해서 "조 단위 돈이 들어 갈 수밖에 없다"며 "이게 완전히 공짜가 되면 환자들이 더 많이 치료하고 더 많이 검사해달라고 요청해 돈이 훨씬 많이들 것이다, 결국 돈 때문에 허덕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병 군복무 단축에 대해서도 "공약 이행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대형 예산은 출구 전략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방부 역시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입장 선회에 대해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오전 원내현안대책회의 "기초노령 연금 확대 공약은 사실상 폐기 일보 직전이고 4대 중증 의료비 공약 등 대표적인 복지 공약이 맥없이 흔들리고 있다"며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말하면 되나, 복지투자를 소모성 지출로 몰아붙이는 기득권 세력과 타협하려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당선인은 스스로 신뢰와 원칙을 강조했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국민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왔다, 관료들의 재정타령보다 중요한 것은 당선인의 정책의지와 국민과의 약속실천의지"라며 "대통령으로 취임도 하기 전에 한 달 전 국민과의 약속을 수위 조절이라는 이름으로 용도폐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쌍용차 국조, 여야 이견으로 1월 임시국회 합의 난항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도 '말 바꾸기'의 대표적 예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 전, 새누리당 역시 쌍용자동차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모두 나서 국조 수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후,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쌍용차 무급휴직자가 복직되는 등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 이유다. 

쌍용차 국조 실시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여야는 1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무급휴직자) 455명을 복직시켰고 (사측에서) 재투자도 하겠다고 하니 상황이 달라졌다"며 "(쌍용차 국조는) 선거 때 한 얘기"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선 이후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건 새누리당 차원의 약속으로 지금 달라진 건 없다"고 밝혔으나, 이 원내대변인은 "당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변인은 '쌍용자동차는 23명이 자살하고 고공농성하는 분들의 문제'라는 지적에 "현재 30여 명이 문제가 되는데, 이게 개인 회사에 대해 국조를 시작하면 모든 회사를 국회에서 다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발끈한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쌍용차 국정조사는 새누리당 대표, 선대위 총괄본부장, 환노위 간사까지 요청한 사항인데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쌍용차 국조 실시에 대해) 협상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한구 대표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제 2의 명박산성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불통"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야당과 협조하지 않고 서민들의 요구를 손톱만큼도 수용할 의사가 없는 새누리당을 확인했다, 절망이다"라며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ld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