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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9일 금요일

"강도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한 경찰"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18일자 기사 '"강도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한 경찰"'을 퍼왔습니다.
'국정원 직원' 경찰 수사결과 발표...야권 반발, 여권 '침묵'
"담을 넘어와 강도짓을 일삼던 범인에게 주거침입죄만 적용하겠다는 해괴한 논리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18일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정치권이 보인 반응이다. 경찰이 이날 '국정원 직원이 댓글 조작 등으로 정치에 개입,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보정의당 등 야당은 "정권 눈치 보기의 극치를 보여준 정치적 결론"이라며 "불 보듯 뻔한 분명한 결론을 엉뚱한 결론으로 빚어낸 경찰역사상 최악의 사건수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경찰 "국정원 직원 정치 개입, 선거법 위반은 아니야"... 야당 "빈 깡통 수사"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8)씨와 이아무개(38)씨, 일반인 이아무개(42)씨가 국정원 직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9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출석에 불응한 민병주 국정원 심리정보국장은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진상조사특위' 의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빈 깡통' 수사 결과", "허무하고 허탈하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찰을 맹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원 직원이 상부의 지시 없이 국정원법을 위반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아예 수사를 포기하고 검찰에 송치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특히 민병주 심리정보국장이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 중지' 처분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의 용의자인 국정원 국장이 출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이 결국 국정원 조직과 오만에 굴복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그렇다면 대한민국 모든 피의자는 경찰이 불렀을 때 나가지 않으면 되는 것이냐, 기소 중지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이어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수사의 ABC인데, 그것을 어긴 아주 나쁜 수사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소환에 불응했다고 기소 중지... 국정원 조직적 개입 꼬리 자르기?"

민주당은 경찰이 국정원 직원의 국정원법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선거법 위반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나, 민병주 국장에 대해 기소 중지 처분을 한 것 등이 결국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고 자칫 '국정원 직원 개인의 과잉충성'으로 결론낼 것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김현 의원은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을 어겼다는 것은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며 "경찰의 논리는 A=B인데 B=A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또 "국정원이 어떤 조직인가, 윗선의 지시 없이 직원이 움직일 수 있느냐"며 "민병주 국장이 소환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것은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흐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국가공무원이 명백히 대선국면에서 인터넷을 통해 여론조작을 자행했음에도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꼬리 자르기식으로 적당히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시도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정황상 국정원 직원이 단독으로 행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 방식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진상특위는 "지난 15일 경찰청 차장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여부도 수사하고, 필요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 역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핸드폰 압수수색을 했다며 피의자를 소환해 추가수사를 하지 않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 피의자자택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점 또한 대한민국 수사기록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향후 검찰수사를 지켜보겠지만 종국적으로는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상특위는 "국민들은 경찰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수사했다는 말을 전혀 믿을 수 없고, 따라서 경찰은 총체적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향후 검찰수사 및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정치개입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결국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국정조사를 통해서만 밝힐 수밖에 없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은 국가안보의 첨병이 되어야 할 국정원이 정권안보와 정권연장의 시녀로 전락해서 국기를 문란케 한 사건"이라며 "경찰의 오늘 수사결과 발표는 늑장수사에 따른 부실한 결과 발표로서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대선의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는 6월 19일이다, 경찰이 부러뜨린 법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며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회가 적격으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낸 이유를 깊이 헤아리고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일체의 수사개입시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 "수사 마무리 된 것 아니다"... 새누리당 '침묵'

한편 국정원 직원 김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대선 직전까지 인터넷에서 주요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악성 댓글을 달아 대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외 다른 관련자의 개입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으며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공소시효(6월19일)가 임박하고 사안이 중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혐의에 대해서만 송치했다"며 "향후 검찰과의 합동 수사를 통해 공동으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새누리당에서는 특별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했다.

2012년 7월 18일 수요일

5·16은 강도짓,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7일자 기사 ' 5·16은 강도짓,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갈데까지 갔다. 5·16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 하더니 이번에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를 완전히 다시 쓰고 있다. 5·16은 일부 정치군인들이 정권을 찬탈할 목적으로 일으킨 쿠데타였다. 무력을 동원한 권력 탈취,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쿠데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박근혜는 5·16으로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이룩했고, 그러기 때문에 ‘구국의 결단’이 되었고, ‘최선의 선택’이 되었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강도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 부자가 돼 선행을 많이 했다고 해서 강도의 죄가 용서될 수 있는가. 우리는 강도가 개과천선을 하든, 운이 좋아 부자가 돼서 선행을 했든 그 강도행위를 묵인하거나 미화할 수 없다. 강도가 최선의 선택인가. 강도가 불가피한가. 5·16은 총칼을 든 군인들의 강도행위였다. 훔친 것은 민주주의였다. 

박근혜는 말을 잘못했다. “아버지가 경제발전을 해서 이렇게 먹고살게 해주었지 않았느냐. 그러니 쿠데타는 분명 잘못한 일이지만 좀 봐주라”고 했다면 납득할 사람이 제법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요즘 세상은 그런 논리에 오염된 사람들이 많다.

▲ 군사정권의 시작이 된 5.16 군사쿠데타 당시 박정희

5·16은 절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5·16은 절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나고 민주주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네 면장까지 국민이 뽑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경제개발계획이 세워지는 등 나라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당 정부가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골몰하는 동안 박정희 소장과 일부 군인들은 나라를 도둑질할 강도 모의를 시작했다. 그들은 민주당 정부의 무능, 부패, 용공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른 말이다. 그들은 1960년 9월 10일 충무로에 있는 한 요정집에 모여 쿠데타를 모의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권이 내각구성을 마친 것은 8월 23일이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 18일만에 그들의 모의는 시작된 것이다. 출범한지 한 달도 안 된 민주당 정부가 앞으로 부패하고, 무능하고 용공을 할 것을 먼저 예단하고 쿠데타를 준비한 꼴이 된 것이다.
박근혜, 친위 쿠데타라도 일으키겠다는 말인가
박근혜의 논리는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장면 민주당 정부의 무능, 부패, 용공 앞에서 아버지의 쿠데타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지금의 야권 역시 무능력하고 종북주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장군의 딸인 내가 대통령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소름끼치는 일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박근혜 앞에 일사불란하고, 박근혜의 불통의 모습에는 박정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박근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만약 나라에 긴급한 상황이라도 생기면 친위 쿠데타라도 일으키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가.
21세기 민주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분명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 5.16 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가지고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유보할 수 있고, 쿠데타도 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지도자, 강도행위를 구국의 결단으로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5·16과 박정희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계승과 발전을 선언한 박근혜, 그는 역사와 국민과의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박근혜를 문제 삼는 까닭은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라는 생물학적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정책, 이념,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이를 다시 복원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독재자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숙명이다”
1994년 싱가포르 수상 리콴유는 아시아의 유교적 문화전통을 들며 “아시아에는 민주주의가 적합하지 않다. 문화는 숙명이다(Culture is Destiny)”라고 주장하며 아시아 국가들의 개발독재를 옹호했다. 박정희와 똑 같은 주장이었다.
당시 아태평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김대중은 리콴유의 주장에 반대하며 맹자의 폭군방벌론(暴君放伐論,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백성은 임금을 추방할 권리가 있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하늘이다’) 사상을 들며 아시아 전통사상에도 민주주의 이념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아시아의 가장 큰 장애는 문화적 전통이 아니라 권위주의자들의 저항이다”라고 주장했다.
세계적 권위의 정치학술지 (Foreign Affairs) 지면을 통해 이루어진 이 논쟁은 ‘아시아적 가치논쟁’, ‘아시아 민주주의 논쟁’으로 유명하다. 이 논쟁은 김대중의 승리로 끝났다. 김대중 대통령 말처럼 “민주주의가 숙명이다(Democracy is Destiny).”
리콴유의 ‘문화숙명론’은 박근혜의 ‘불가피론’과 유사하다.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하는 몰인식이 깔려있다.
싱가포르가 잘 사는 나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존경하는 나라는 결코 아니다. 우리가 노르웨이나 스웨덴과 같은 나라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잘하면서도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잘 살기 위해서는 쿠데타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박근혜의 위험하고 천박하고 몰역사적인 인식이 안타깝다.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  beyond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