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3일 월요일

[기고]‘진주의료원법 무산’, 이해할 수 없는 3가지 이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11일자 기사 '[기고]‘진주의료원법 무산’, 이해할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월 7일, 지방의료원을 폐업할 때 반드시 사전에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한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진주의료원법)이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진주의료원법 처리는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진주의료원법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세가 지 있다. 

첫째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법이 마땅한 이유도 없이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4월 17일 진주의료원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사위는 진주의료원법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수법으로 법안 논의 자체를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보통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률적 미비나 충돌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법사위에서 거부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재정적 부담이나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연기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된 법안이 쉽게 무산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더구나 진주의료원법은 애초 발의 당시에는 “지방의료원 폐업 시 사전에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으나, 보건복지위에서 열띤 논의 끝에 “사전에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수정한 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방식의 꼼수로 진주의료원법 통과에 제동을 걸었다. 해당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 법률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의 친소관계가 작용했거나, 진주의료원법 통과를 막아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연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공공성 쟁취! 123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빈 휠체어들이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새누리당 의원들, ‘꼼수’로 법사위 통과 막아

둘째는, 진주의료원법 통과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진주의료원법은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주의료원법의 핵심 취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일방적으로 지방의료원을 폐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지방의료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장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즉,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립된 지방의료원이 지역거점공공병원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방의료원의 존폐와 관련하여 충실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를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고 합리적으로 조율하자는 것이다. 

지역거점공공병원 육성·발전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국정과제라는 점에서, 중앙정부가 연간 400억원이 넘는 국비를 지방의료원에 투입하고 있는 점에서, 그리고 정부 공공의료정책의 지속성과 책임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협의절차는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진주의료원법을 ‘지방자치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설득력도 명분도 없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법을 반대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지방자치권 침해’ 논리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책임과 상호조율을 거부하면서 ‘진주의료원 폐업은 경상남도의 고유권한’ ‘지방의료원 폐업은 지방사무업무’라고 주장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것일 뿐이다.

‘지방자치 침해’ 주장 근거 없어

셋째는, 진주의료원법을 반대하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법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반대법’이라고도 불리는 진주의료원법은 지방의료원의 설립이나 폐업 때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보건복지부장관과 미리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수가 5.9%밖에 안 될 정도로 너무나 취약한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에서 최소한의 공공의료라도 지키기 위한 법안이다. 당연히 의료양극화 해소, 공공의료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법안이다. 

더군다나, 진주의료원법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는 과정을 보면서, 공공의료 후퇴·포기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여론에 기초하여 마련된 법안이다.

진주의료원법이 가지는 배경과 의미는 전사회적으로 공론화되었고, 국회에서도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결의안도 통과됐다.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 △진주의료원 회생을 위한 당사자 간의 적극적인 대화와 합의 노력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지방의료원에 대한 종합대책 수립 등을 담고 있는 은 지방의료원을 활성화하고, 우리나라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역사적 계기를 마련했다. 이 같은 국회의 주문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방의료원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국회에 보고될 예정이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법 통과에 반대하는 것은 사회적 공론과 국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주의료원법이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식이 있고, 양식이 있고, 양심이 있다면 진주의료원법이 무산되는 일은 다시 반복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와 민영화저지·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민주노총 공공부문 공투본)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공공의료파괴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새누리당 규탄대회를 열었다.ⓒ이승빈 기자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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