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6일자 기사 '지금이 단일화 과정을 복기할 시국일까?'를 퍼왔습니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치정싸움’은 끝나야

▲ 작년 12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서울지역 대규모 집중유세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깜짝 등장해 문 후보에게 노란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전 원장의 재등장과 맞물려 작년 대선에서의 야권 단일화 과정을 복기하는 조류가 있다. 그것도 민주당 측과 안철수 측에서 상반된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측에서는 민주당-진보언론-원탁회의 등 외곽 시민사회단체의 일사분란한 언론 플레이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 안철수 측의 제안이 왜곡되었다고 본다. 또한 안철수 캠프 내에서도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야권 후보단일화를 강력히 요구하여 안철수의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았다고 본다. 당시 박선숙 선대위원장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우리(민주당 출신 인사들)는 모두 철수하겠다”며 안철수 전 원장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전언도 있다.
한편 문재인 측에서는 안철수 측이 사퇴를 하는 방식이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한참 죽여버렸다는 불만이 있다. 또 협상과정에서도 안철수 측이 지나치게 비타협적이었고 공론조사 등을 던진 방식이 사리에 맞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다만 문재인 측에서도 안철수 측의 마지막 제안을 받으려고 했는데 민주당 측 인사들을 모두 설득하지 못해서 사태가 왜곡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캠프에선 안철수 제안을 받으려 했으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전언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단일화 당시 마지막으로 만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고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싸웠다느니 하는 가십성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된다.
사적 개인들끼리의 갈등이라면 과거의 행동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감정의 앙금을 풀고 함께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세력끼리의 일이라면 이러한 행동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나가는 일일 수 있다.
민주당 측은 안철수 측에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철수 현상’ 자체가 민주당이 중도층과 무당파에게 정치적 대안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한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번 재보선에서도 안철수 후보를 소환한 원인이었다.
민주당이 5년 간 ‘반MB 정서’에 기대 정부를 비판하다 보니 국민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충분히 갈등을 겪은 현 박근혜 대통령으로의 전환도 ‘정권교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급히 만들어낸 ‘이명박근혜’란 조어와 ‘독재자의 딸’이라는 반격은 진영 내부의 카타르시스만 줬을 뿐 그 바깥으로 파급되지 못했다.
안철수 측 역시 민주당과 언론과 시민사회 모두에게 섭섭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철수 후보의 행보가 ‘컨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에서 패인을 찾아야 한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경쟁은 불공정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란 거대 정당을 낀 문재인 후보와 아무런 조직적 기반이 없었던 안철수 후보는 애초에 같은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안철수 측이 좀더 파괴력 있는 행보로 다자구도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2강1중’의 판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애초부터 힘든 상황이었다. 출마선언 이후에도 문재인 후보를 근소하게 리드하는 ‘1강2중’의 판세에선 그가 단일화 논의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방법이 없었고 그 논의 속에서는 독자성을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단일화 과정을 복기하는 건 비유하자면 수능을 망친 학생이 몇 년 간의 미숙한 공부를 반성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속을 거북하게 한 어머니의 식단에 대해 투덜대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안철수 측에서는 “우린 몇 년이 아니라 백일을 준비했다”고 항변하겠지만 수능 공부를 늦게 시작한 것도 수험생의 책임인 것이지 수능시험 담당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대선은 수능과 마찬가지로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게임인데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양측이 대선 직전 양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간 ‘안철수 거품론’vs’문재인 필패론‘의 구도 속에서 단일화 과정 당시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싸우는 건 재수를 시작하면서도 공부계획은 세우지 않고 당구장에 데려간 친구를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들은 그런 꼴을 보면 그 재수생이 다시 수능을 봤자 전년도와 엇비슷한, 혹은 그보다 못한 성적을 낼 거라고 예측한다. 3월이라고 한가하게 놀다간 금방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며 수능 날짜가 압박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놀 때가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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