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9일 화요일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를 보고 쓴 교회법 단상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2-17일자 기사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를 보고 쓴 교회법 단상'을 퍼왔습니다.
교단 헌법이라 쓰고 담임목사 기득권이라 읽다

2009년부터 업무 때문에 재미도 없는 교단 헌법을 종종 읽고 있습니다. 대다수 개신교 교단 헌법은 무늬만 '헌법'이지 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최소한의 법률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경상대 백종국 교수에 의하면 한국교회 교단 헌법은 "세속의 질서보다 더 낙후된 질서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교회와 사회에 강요하는 신성모독의 죄"를 범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된 황교안 전 부산 고검장을 두고 언론은 그분이 '교회법과 세상법이 충돌할 때 세상법이 아니라 교회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연일 난리입니다. 하지만 란 그분의 저서 중 문제된 부분을 보면 언론 보도가 너무 나간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교안 후보자의 교회법 법 인식이 균형을 잃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장 보수적인 한기총조차 입장을 바꾼 '목회자와 교회 부동산의 과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했거든요.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의 교회법 우위 인식에 대한 논란을 계기로 교회법의 문제점을 몇 가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의사정족수 없는 교단 헌법

대한민국 국회는 통상 재적 의원의 1/5 이상 참석하면 개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안을 의결할 때는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을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단 헌법은 국회와 같은 의사정족수(議事定足數)가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담임목사 맘대로 할 수가 있습니다. 이건 의사정족수를 몰라서가 아니라 멋대로 하고 싶어 빼 버린 겁니다.
게다가 대다수 교단 헌법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공동의회/교인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개최 권한을 담임목사에게만 허락합니다. 당회원이나 제직회, 또는 세례 교인 1/3이 헌법에 의거하여 공동의회 소집을 요청하더라도, 당회장이 공동의회 개최는 당회장만이 할 수 있다는 교단 헌법(ex, 예장통합 헌법 제90조 제7항)을 내걸고 "NO!"를 하면 공동의회가 소집조차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제척 사유가 없는 교단 헌법

교단 헌법의 또 하나의 중대한 허점은 제척 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척이란 법관이나 사무관 등이 특정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또는 피해 가족과 친척 관계일 때, 재판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그 사건의 집행에서 제외시키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는 민사는 물론 형사소송에도 해당됩니다(민법 제88조·제89조, 민사소송법 제37조, 형사소송법 제17조).
법관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의 입시나 각종 콩쿠르에서도 심사위원의 제자나 직접적 관련자일 경우는 심사에서 제외됩니다. 그런데 교회법에는 제척 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입법, 사법, 행정의 모든 권한을 쥔 담임목사가 자기 관련 사건에서 버젓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총회 헌법입니다. 이 헌법 조항 때문에 온갖 못된 짓을 다한 목사들이 성도들을 탄압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추태를 한국교회 교인들은 지겹도록 보고 있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이런 교회법의 문제에 어떤 입장이신지 궁금합니다.

교인 주권을 부정하는 교단 헌법

한국교회 대다수 총회와 개교회에서 교회의 주권은 철저하게 부정됩니다. 물론 이렇게 된 일차적 이유는 교단 헌법이 위임목사의 권한을 과도하게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헌법들은 당회장에게 제직회, 당회, 공동의회의 의장직을 위임합니다. 이를 백종국 교수는 당회장의 독재권이라 표현했습니다. 독재권이란 "당회장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권한"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예장통합 총회 헌법은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안건에 가부를 묻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당회장에게 줍니다.
"(목사가 판단하기에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안들의) 동의와 재청은 묵살해야 하고, 묵살할 권리가 당회장에게 있다.…악한 장로들의 협박 공갈에 굴하지 아니해야 한다((전정판), 박병진, p.81)."
교단 헌법은 담임목사의 신임이나 해임의 경우 공동의회 과반수 혹은 2/3의 의결로 통과됩니다. 그러나 공동회가 그런 결정을 내렸더라도 노회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동의회 결의는 원인 무효가 됩니다.

직분의 평등을 부정하는 교단 헌법

대한민국에서는 목사를 '기름 부음 받은 자'라거나 '성직자'라고 부르는 것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칼뱅은 이런 사람들을 향해 "신성모독의 죄를 범했다"며 노발대발했습니다. 위임목사인 당회장은 공동의회에서 2/3의 찬성으로 결정되어 70세까지 임기를 보장받는데 부목사는 당회 의결로 결정되고 임기도 1년입니다. 만약 한국교회의 헌법이 개혁 교회의 정신에 충실했다면 모든 목사는 당연히 공동의회에서 초빙이 결정되어야 옳습니다.
목사와 장로의 서열화도 분명합니다. 성경과 장로교 전통에서 목사와 장로는 본래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장로교 헌법들은 치리권을 목사가 독점하는 대신 장로에게는 ’기본교권'을 부여합니다. 이처럼 목사와 목사 사이, 목사와 장로 사이에 서열이 생겼기 때문에 집사나 권사나 교사 직분이 목사와 장로의 하위 구조에 재편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권사나 서리집사는 서열화된 한국교회의 상징입니다. 권사는 여성을 장로로 세울 수 없는 교리와 한국의 유교적 전통이 결합되어 생겨난 직분입니다. 직분이 계급화되다 보니 성인 교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리집사란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서열화 내지 계급화는 성경과 교회 전통에 대한 배신입니다.

교회, 노회, 총회의 평등을 부정하는 교단 헌법

종교개혁 이후, 1년에 한 번 모이고 흩어지는 형태로 총회가 출발한 것은 개교회를 구속하고 통제하는 교단(敎團)으로 군림하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총회나 노회는 상회가 아니라 교회 간의 협의를 위한 광대 회의(assembly)였고, 총회 헌법은 상위법이 아니라 협약(協約, convention)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총회가 헌법상의 '최고 치리회'로 등극한지 이미 오래입니다. 교회 헌법을 해석할 전권(專權)을 거머쥔 총회 말입니다. 신학생들이나 교역자들 사이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교단 헌법은 바꿀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될 정도이니 두말 하면 뭐하겠습니까.
그런데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교회법을 더 중시하는 듯합니다. 물론 원칙적으로, 그리고 교회법이 성경적이고 공정하게 제정되었고, 또 그 취지대로 시행되고 있다면 교회법이 세상 법에 우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 교단 헌법은 신성모독의 죄를 범하고 있는 중입니다.
급하게 이 글을 쓴 이유는 황교안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새 법무장관 후보로 총체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을 밝히려는 데 있었습니다. 그분의 국가보안법이나 5.16에 대한 입장에 대한 문제점 등은 다른 언론에서 충분히 지적했기 때문에 저는 교회법의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대한민국 헌법뿐 아니라 교단 헌법에 대한 생각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가 교회법의 원흉처럼 매도되거나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은 경계합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강유철 /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 이 글은 지강유철 연구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허락을 받고 게재합니다. (클릭하면 페이스북으로 이동합니다. 로그인 후 '팔로잉'을 해야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지강유철 /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요셉의 회상), (안티 혹은 마이너), (장기려, 그 사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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