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7일 일요일

박근혜, ‘준비된 대통령’이라더니…


이글은 진실의길 2013-02-15일자 기사 '[정운현 칼럼] 취임식 열흘 앞...정부조직법-총리 임명 및 조각도 못해'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후보 포스터

예정대로라면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오는 25일 열린다. 오늘로 꼭 열흘 남았다. 그러나 차기정부 출범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는커녕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비단 야당과 진보진영만이 아니다. 여권과 보수진영에서조차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박근혜 당선인은 대체 뭘 준비했다는 것인가?
보수-진보를 떠나 사람들은 박 당선인에 대해 막연하나마 믿는 구석이 좀 있었다. 본인의 말마따나 ‘퍼스트 레이디 노릇’을 5년여 했고, 5선 의원에 정당(한국미래연합, 한나라당, 새누리당) 대표도 여러 차례 했고, 또 어쨌든 정수장학회 이사장, 영남대 이사장 등 일반인들이 한번 하기도 어려운 감투도 여럿 맡았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는 98년 정계 입문 이후 지난 15년간의 정치활동 과정에서 맺은 정계, 재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총 망라돼 있다. 3공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7인회’를 비롯해 ‘뉴라이트’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경력의 ‘보수군단’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것이 일반인들 눈에는 든든해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당선 후 첫 인사인 인수위 대변인 임명에서부터 무너졌다. 관련법에 인수위 대변인은 인수위원장이 임명토록 돼 있는데 당선인이 임명한 것. 물론 당선인이 그런 것까지 챙길 수도, 챙길 필요도 없다. 문제는 그 많은 ‘수족들’ 중에서 그것 하나도 제대로 챙기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소하다면 사소하달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그간의 경우로 보자면 당선인 시절에는 적어도 50%대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국민적 기대감을 모으는 것이 보통이다. 또 언론도 취임 이후 6개월간은 ‘허니문’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자제하는 것도 관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당선인의 지지율은 설 직전 기준으로 ‘48%’에 그쳤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 29%, ‘의견 유보’ 17%. 당선인 치고는 유례없이 지지율이 낮다.

‘제 몫’도 못하는 화려한 ‘보수군단’들

박 당선인 자신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준비된 대통령’, ‘여성 대통령’ 등을 강조하면서 당선되면 보란 듯이 잘 할 걸로 기대했건만 형편없이 낮은 지지율에 온갖 악재로 허덕이고 있다. 대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인사(人事) 때문인 것 같다. 윤창중-이동흡-김용준으로 이어지는 3연속 실패가 치명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 ‘밀실인사’, ‘회전문 인사’ 등으로 일컬으며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 혹은 조언이 넘쳐났지만 문제는 그 이후로도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박 당선인이  목숨처럼 내건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은 물론 ‘탕평인사’와도 거리가 먼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을 두고는 노인층을 볼모로 사기를 쳤다는 극단적인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은 야당 탓을 한다. 김용준 씨 등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자 청문회가 마치 ‘신상털기’라도 한 것처럼 야당을 겨냥해 불만을 터뜨렸다. 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엄밀히 말해 급한 건 당선인 쪽이요, 새누리당 쪽이다. 그렇다면 당선인이든, 인수위든, 새누리당이든 야당과 적극 대화하고 설득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 '준비된 여성대통령' 박근혜 후보가 경기 부천에서 유세하고 있는 장면

오죽하면 야당 대표가 버럭! 하고 나섰겠는가. 비교적 온건파인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5일 “정부 출범이 1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라며 박근혜 당선인을 직접 겨냥해 질타했다. 그리고는 “새 정부가 너무 준비가 소홀하다. 대오각성을 촉구한다”며 뼈아픈 얘기를 했다. 민주당도 잘하는 것도 없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싶다. 
문 위원장은 “정부조직개정안을 논의하자며 여야협의체를 만들어놓고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당선인 철학이라며 원안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는데, 이런 식이면 대화 자체가 되기 어렵다. ‘당선인 철학’ 운운하며 ‘원안 고수’를 주장하려면 야당과 굳이 대화할 것 없다. 과반도 넘는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날치기통과 시키면 될 일이다.  

걸핏하면 야당 탓... 당내 인사도 비판 목소리 

인사청문회 건도 그렇다. 청문회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후보를 늦게 지명한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 전날 총리 후보자를 발표한 걸 두고 한 언론은 며칠이라도 언론의 검증을 피해보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청문회는 엄연히 법에 명시돼 있고, 또 국민들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지는 제쳐두고 제 입맛에 맞는 ‘제 사람’만 뽑아서 내놓는 것은 대체 무슨 배짱인가?
오죽하면 보수진영의 이상돈 교수 같은 사람도 대놓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을까? 이 교수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여야간에 공감대가 있는 사람을 임명하면 잡음이 잘 안 생긴다”며 “주요 각료에 대해서는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원내대표간의 사전에 공감대를 이뤄야 원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게 바로 소위 '탕평인사'가 아닐까?
당내 인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충남 아산)은 15일 박 당선인을 두고 “2개월 여 동안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여러 활동에 대해 조금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민심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인수위의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비단 국내 사정만이 아니다. 북한 핵실험으로 전 세계는 물론 국민적 위기감이 고조돼 있으나 현 정부는 물론 당선인 측도 현재로선 이렇다 할 묘책이 없어 보인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간 '보수는 안보에 강하다'는 막연한 통념은 ‘미필정권’으로 불리는 MB 정부 들어 '환상'임이 드러났다. 박 당선인이 남북문제 주무장관인 통일부장관 후보자를 여태 지명하지 못한 걸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취임식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시대는 2013년이나 차기정부가 30년도 더 지난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던 사람들 중에는 박근혜가 잘만 하면 박근혜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요즘 같으면 이들은커녕 그를 지지한 ‘5.16%’, 즉 ‘집토끼’조차 제대로 지켜낼지 모르겠다.

정운현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