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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4일 토요일

유권자가 야속해? 이거 보면 달라진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13일자 기사 '유권자가 야속해? 이거 보면 달라진다를 퍼왔습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4.11 총선 결과

4.11 총선 이전까지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심판' 또는 '정권 심판'이었다. 총선 후,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고 나서는 그 결과에 사람들은 놀랐다. 그리고 놀란 사람들 사이에서 '멘붕'(멘탈붕괴를 뜻하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졌다. 정권 심판이 될 줄 알았는데, 되레 정권 심판론이 심판을 받았으니 말이다.

2002년 세계 경제학계를 평정한 학문은 심리학이었다.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인간의 선택은 불합리하다는 심리학적 기반으로 경제학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발표했고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정권 심판론을 내거는 야권의 정치인들은 '초점 착각'의 오류에 빠져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초점 착각은 실제 대중들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 받는 스트레스가 다른 곳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발생한다. 야권 정치인들이나 국회의원 낙선한 야당 정치인은 매일 스트레스를 느낀다. 권력을 잡았다가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4년 동안이나 실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지하지 않는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반신불수 환자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는데, 환자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달 전 사고를 당한 환자에 비해 우울한 기분의 비중을 75%로 추정했고, 반신불수 환자를 상상해야 했던 사람들은 70%라고 답했다. 1년이 지나자 환자를 알고 있던 사람은 우울한 기분의 비중을 41%라고 답한 반면, 상상해야 했던 사람들은 68%였다.

정권 심판론은 야당 정치인 자신의 이야기일 뿐 실제 선거 현장에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다. 자신의 사정을 유권자에게 강요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 인간의 마음은 원래 불합리하고 시도 때도 없고 그르치기 쉬우며, 선거는 특히 불합리의 극치다. 대니얼 캐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겉 표지. ⓒ 김영사
야권 지지자들이 '멘붕'에 빠지는 것 역시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경험 자아는 보수 정치세력과 기득권의 오랜 집권의 시간 그 자체다. 하지만 최근의 민간인 사찰이나 연이은 실정 등 정권 악재는 경험 자아를 잊고 야권의 압승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니얼 캐너먼은 그의 저서 에서 LP 교향곡의 예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LP로 교향곡을 듣고 있는데, 연주 마지막에 판의 끝 부분이 긁혀서 소음이 발생했다. 그는 이것 때문에 '음악을 망쳤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는 것은 경험 자아이지만, 소음 때문에 음악을 망쳤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경험과 경험의 기억 사이에서 오는 강력한 인지적 착각이다. 대니얼 캐너먼은 "나쁜 마무리가 교향곡 연주라는 좋은 경험을 완전히 무효로 흐트려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4.11 총선 결과 역시 역사와 현대사를 통해 확인한 경험 자아를 이해한다면 '멘붕'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직관과 직관의 제어... 그리고 선거

대니얼 캐너먼의 행동경제학에서 기본이 되는 개념은 '시스템1'과 '시스템2'이다. 시스템1은 '직관'이라고도 부른다. 직관은 매우 빠르게,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편향에 치우치기 쉬우며, 어려운 문제를 단순화하는 데 능숙해서 편안하기도 하지만 일을 그르치기도 쉽다.

시스템2는 시스템1을 제어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게으르다. 시스템1은 바쁘고 시스템2는 게으르기 때문에 상호 보완이 되기도 하지만, 시스템1에 의해 끌려가기도 한다. 시스템2가 잘 작동했더라면 인간이 불합리하다는 이론은 설득력을 잃었을 것이다.

예컨대 A라는 슈퍼마켓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상추 값이 비싸고 싱싱하지도 않다. 그런데 B라는 슈퍼마켓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집에서도 가깝고 상추도 싸고 싱싱하다. 하지만 나는 A라는 슈퍼에서 계속 상추를 사게 된다. 시스템2가 슈퍼마켓B로 가도록 교정을 해주기 전까지 시스템1에 의한 편향은 계속된다.

선거는 시스템1의 전쟁이라고 생각된다. 선거 기간 동안 수많은 상황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시스템2가 차분히 판단을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선거와 시스템1, 시스템2를 설명하기에 좋은 예는 한(漢)나라 유방의 사례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없다."(육고)
  
한 고조 유방이 육고라는 가신에게 시경 등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건방을 떨었다가 제대로 한 수 배운 예화가 있다. 말 위에서 천하를 차지한 진나라가 말 아래로 내려와 정사를 잘 다스렸다면 유방에게 기회가 있었겠느냐는 비판이었다. 

말 아래에 내려온 유방은 건국의 1등 공신 한신을 토사구팽하고 문물을 정비하는 등 말 아래에서 다스리는 데 주력하며 한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성공한다. 천하를 얻는 데까지는 시스템1이 관여를 했고, 천하를 다스리는 데는 시스템2가 관여하게 된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7회에 출연해 "어떤 자리에서 일을 잘 하는 것과 그 자리에 가는 능력은 다르다"고 말한 것도 시스템1과 시스템2를 잘 설명해준다. 이 개념들을 통해서 4.11 총선 당시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할 수 있다.

군소정당의 몰락과 진보정당의 엇갈린 운명

▲ 인지적 편안함을 이해하면 강력한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실린 '인지적 편안함'이 발생하는 원인과 결과 표 ⓒ 김영사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정당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자유선진당 정도다. 총선에서 출사표를 던졌던 20개 정당 중 16개 정당이 득표율 2%에도 미치지 못해 해산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시스템1과 시스템2의 관점에서 보면 시스템1을 능숙하게 다룬 당은 살아남았고, 시스템2에 의존한 정당들은 대부분 몰락했다. 자유선진당이 몰락한 까닭은 새누리당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유권자들의 인지적 편안함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새누리당은 당명과 간판과 로고를 바꾸면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없애고 복지공약 등을 내세우며 '미래'를 반복해서 이야기했다. 민주통합당은 시종 일관 '정권심판'을 외쳤다. 이것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캐너먼도 사람들이 거짓말을 믿게 하려면 거짓말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신당, 녹색당 등 몰락한 정당들은 '가치'를 이야기했다. 이것은 시스템2에 해당하는 개념들이다. 말 위에서 천하를 다투는 선거에서는 효용이 없는 방법이다(가치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자극할 수 없다는 뜻).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꾀하는 등 협상력뿐만 아니라 대중정당이 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줬다. 가치가 다를 것 같은 진보세력이 하나의 통합된 당이 된 모습은 유권자들의 인지적 편안함을 자극한 것으로 보여진다. 색깔이야 어찌됐든 '통합과 연대'의 시늉이 먹혔다는 이야기다. 원내교섭단체를 목표로 망사 스타킹 공약이나 파마 머리 같은 보여주기식 약속은 유치할 수 있지만, 대중들로 하여금 찍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느낌을 줬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13석 확보라는 성과를 보여줬다.

보수세력이 선거에 강한 이유


▲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SNS 이용자나 누리꾼, 진보개혁 인사들은 MB 정부와 박근혜를 무지하다고 비판하고 조롱한다. 하지만 제헌 이후 진보개혁세력이 대권을 잡은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선거에서 항상 패배하는 세력이 선거에서 거의 매번 승리하는 세력에게 무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에서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게 있다. 미지의 양을 추정하기 전 그 양을 미리 추정하면 결과는 추정 치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닻은 '100석'이었다. 100석에서 120석, 130석, 그리고 최종적으로 152석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오히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를 보여줬다. 비현실적이리만큼 최상의 시나리오에 의존했고, 가능한 정보를 활용해서 문제 예측의 '틀'을 만들지도 못했다. 막연히 유권자들이 심판을 해줄 거라는 희망에 매달렸다. 통합진보당 역시 원내교섭단체 의석수인 20석을 제시했지만, 닻이라기보다는 희망 목표치에 가까웠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세력은 유리한 조건을 갖춘 반면, 진보개혁세력은 불리한 조건을 갖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이득보다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싸운다. 캐너먼은 '특정 지역의 소유자가 경쟁자의 도전을 받을 경우 거의 언제가 소유자가 승리를 한다'는 생물학자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오랜 기간 이익을 누려온 보수세력은 기득권을 지키는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하기가 쉽다.

하지만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인지적 편안함'에 반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저항을 받기 쉽다. 캐너먼은 이를 '디폴트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A사의 주식을 보유하다가 B사로 갈아타지 않아서 100만 원의 손해를 본 투자자보다 B사의 주식을 보유하다가 A사로 갈아타서 100만 원의 손해를 본 투자자가 비난을 더 받게 된다. 변화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데 대해서 유권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참여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한다. 애초부터 보수는 좋은 환경에서 싸움을 하는 반면, 진보개혁은 인간의 시스템1을 거스르는 방식이므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싸움을 하는 셈이다.

'유권자 편향' 욕하지 말고 이해해야 산다

▲ 투명 고릴라 실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의 절반은 고릴라의 등장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 다니엘 사이먼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행동경제학에서 바라본 인간은 '불합리한 선택'을 하고, 잘못된 인지적 판단에 휘둘리는 존재다. 유권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진보세력에서 나온 '계급 배반 투표' 같은 용어는 '우매한 대중이 선택을 그르쳐 스스로를 불행하게 했다'는 말맛을 풍긴다.

이런 언어들은 시스템2에 해당하기에, 선거전과는 큰 관련이 없다. 오히려 유권자의 '편향'을 문법처럼 받아들이고, 진보개혁세력에게 유리한 편향이 되도록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행동경제학의 집대성자인 캐너먼조차도 일상 생활에서는 편향적 행동을 많이 한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진보개혁세력이 음미할 만한 대표적인 편향은 '무엇에 지나치게 열심히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눈이 멀게 되는'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투명 고릴라 실험'이라는 유명한 연구 결과가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는 농구공을 패스하는 두 팀이 나오는 짧은 동영상을 만들었다. 한 팀 학생들은 흰색 셔츠, 다른 팀 학생들은 검은색 셔츠를 입게 했다. 동영상 시청자들에게는 흰색 셔츠를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동영상을 시청하는 학생들이 몰입과 집중을 하는 동안, 고릴라 복장을 한 한 학생이 코트를 가로질러 천천히 걸으며 가슴을 두드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무려 9초 동안.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서 패스 횟수를 세던 수천 명의 학생들 중 절반 정도는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고릴라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우기기까지 했다. 우리는 명백한 것조차 못 볼 수 있으며, 자신이 뭔가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혹시 진보개혁세력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데는 게으르고, 장밋빛 꿈에 부풀었거나 유권자가 공감하지 않는 어떤 가치에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소셜북스(http://www.facebook.com/socialbook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20대인 나, 진짜 투표하기 싫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12일자 기사 '20대인 나, 진짜 투표하기 싫었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대학생인 내가 총선에 실망한 이유...20대 투표율도 논란

▲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당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뭔가 다를 줄 알았다. 태어나 두 번째로 표를 행사한 총선, 대학생으로 치르는 마지막 총선인 이번 19대 총선을 두고 했던 생각이다. 여야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인 올1월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쇄신'을 내걸고 정강과 당명까지 변경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야권 역시 '정권심판'을 기치로 내걸고, '통합'과 '연대'를 통해 지지율을 한껏 끌어 올렸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입해 화제가 되는 일도 있었다. 27세의 이준석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은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참가해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으로선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돌이켜 보건대, 변한 것은 없었다. 야권의 패배로 끝난 선거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뭔가 다르겠지'라고 섣불리 기대했던 것에 대한 실망이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①] 정책이 사라지고 '네거티브' 만 난무

결국 이번 선거도 '정책선거'가 되지 못했다. 한 달 전인 3월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제19대 총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가해 악수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 총선은 과거의 구태 정치와 달리 '정책선거'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책은 간데없고 험담만 나부꼈다. 정책에 관련된 공약(公約)은 찾기 어려웠고, '투표율이 오르면 스타일을 바꾸겠노라' 식의 일회성 공약(空約)만 보도됐다. 물론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의혹이 제기된 후보에 대한 답변 없이, 서로 물어뜯기에만 바빴다. 각자의 정책에 대한 검증전을 기대했던 대학생 입장으로선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정치권의 '전략 공천' 후보들 역시 이에 일조했다. 각 당은 야심 차게 '뉴 페이스'를 영입했지만 몇몇 인사는 각종 의혹과 자질 논란으로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했다. 선거 과정에서 이들은 '엑스맨'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본인만 논란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도 큰 상처를 남긴 것이다. 문대성의 논문 표절 논란, 하태경의 친일 발언 논란, 김용민의 막말 논란 등은 선거 과정 전체를 '네거티브전'으로 바꿔 버리기에 충분했고, 결국 이번 총선을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②] '말잔치'로 끝난 청년 인사 영입


▲ 4.11 총선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문대성(부산 사하구갑) 후보와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가 3월 27일 오후 부산 남구 부산시당 강당에서 열린 '부산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공천 작업에 들어가기 전, 새누리당은2030세대와 여성에게 지역구의 25%를 배정하겠다고 말했었다. 또 민주통합당은 청년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4명의 청년에게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을 배정하겠다고 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이 모든 것은 '말잔치'였을 뿐이다.

19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2030세대는 총9명. 지역구 당선자가 3명(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문대성, 새누리당 부산 금정 김세연, 민주당 경기 광명을 이언주)이고, 비례대표 당선자가 총 6명(새누리당 김상민·이재영·이자스민, 민주당 김광진·장하나, 통합진보당 김재연)이다. 게다가 9명 중 새누리당 김세연 당선자는 재선이다. 중앙 무대에 새로 진출한 정치 신인은 8명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김세연 당선자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2030 인사는 전략공천된 문대성 후보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도 당초에 약속했던 4명이 아닌2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계파 안배를 하다 보니 청년 몫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제18대 국회의 30대 의원은 총 7명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이번 총선의 9명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청년 정치인을 국회에 입성시켜 2030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은 화려한 말뿐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들에게 '총선 승리'는 '청년 문제 해결'보다 큰 지상명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청년 국회입성을 통해 등록금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에 대한 작은 변화를 기대했던 대학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변하지 않았나 ③] 진달래 핀 동부 전선, 개나리 핀 서부 전선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 꼭 당선되길 바라왔던 후보가 몇 있다.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던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당선이 망국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고, 여론조사 결과도 기대할 만 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무너졌다. 각각의 지역구를 당선된 정당의 색으로 표시해보면 상황은 보다 뚜렷해진다. 부산과 경남에 노란 점 3개가 찍혀있는 것을 제외하면,동쪽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강원·경북·경남·대구·부산·울산의 총 76석 중 부산의 민주통합당 당선자 2명과 경남의 1명, 거제의 무소속 당선자 1명을 제외한 72석은 모두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반면 호남과 제주의 33석은 민주당과 야권단일후보 당선자가 29명이고, 민주계 무소속 당선자가 2명, 통합진보당 당선자가 2명이다. 기대했던 지역구도 타파는커녕, 지역구도가 오히려 더 공고해져 버렸다. 
  
지역구도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다.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원흉이 되기도 하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이 나돌아, 공천 과정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 결과는 못내 아쉽다. 구시대와의 작별을 고할 수 있었던 선거가 결국, 구시대로의 회귀가 되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 날씨가 개면서 분주해진 대학동 제3투표소 ⓒ 손태영

총선, 잔치는 끝났다. 소문난 잔치였고, 먹을 것 없는 잔치였고, 말잔치였고, 변한 것 없는 잔치였다, 이번 잔치에서 이루지 못한 과제들은 올곧이 다음 총선으로 이월될 것이다.

개표가 진행되며 각 포털사이트의 댓글란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떠돌았다. 20대의 투표율이 27%고 특히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8%에 그쳤다는 내용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긴 했지만, 그 루머 때문에 하룻밤 내내 20대는 온라인 상에서 '원흉'이 되어 모진 욕을 들어야 했다.

투표, 물론 해야 한다. 고민 끝에 한 표를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이번 선거에선 투표를 하기 싫었다. 귀찮다기보다는, 이번 총선에 임하는 정당들의 선거전을 바라보며 '아, 저렇게 하면서도 투표하기를 바라나'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욕할 것만 아니라, 투표율을 높이고 싶다면 '투표하고 싶게 만드는 선거'를 보여 달라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윤형준 기자는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