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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한반도 위기 극복, '삼륜전략'이 필요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06일자 기사 '한반도 위기 극복, '삼륜전략'이 필요하다'를 퍼왔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3호 (4)


북한의 위기공세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북한은 냉전기와 탈냉전기에 걸쳐 안보전략과 생존전략 차원에서 위기공세를 구사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위기공세는 그 강도와 양상, 그리고 지속 시기 면에서 이례적이다. 2012년 12월 12일 은하3호 2호기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북한의 위기공세 전개 과정에서 다양한 위협수단들이 동원되었다. '서울불바다', '제2의 조선전쟁', '남북관계 전시 상황', '핵선제 타격' 등등의 위협을 가했다. 이처럼 최고 수준의 언술적 위협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3차 핵실험, 정전협정 폐기,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영변 핵시설 가동 등 실질적인 위협 조치를 취했다. 그 와중에서 북한 대남 위협 수위는 한껏 고조되었다. 물론 북한의 이와 같은 긴장 고조가 일방적 도발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강경한 맞대응도 북한의 도발을 고조시키고, 한미와 북한 간의 작용 반작용으로 위기 수준이 상승 작용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 북한이 지난 2010년 영화 <내가 본 나라> 제4부를 제작 완성했다며 공개한 예고 동영상에 담은 핵실험 장면. 이 장면이 실제인지 연출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1. 북한의 의도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와 같이 전례 없는 위기공세를 전개하고 있는가? 북한의 위기공세의 의도를 단순화하자면 결국 외교동기론과 정치동기론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외교동기론에 입각할 때 북한의 위기공세는 대외상황이 중대하게 악화될 때 현상 복원 또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대미, 대남대결노선 또는 중국 등 대(對)동맹국 압박전략을 (병행)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치동기론에 입각할 때 위기공세는 국내상황이 정권의 생존 내지 정당화를 위협하거나 경제난, 권력투쟁 및 지배체제 강화, 정권의 위신 제고 등을 위해 취하는 대외전략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역사적으로 대미, 대남 대결노선을 통해 정치적 정통성과 내부 결속을 기해왔기 때문에 정치동기론은 일정한 설명력을 지닌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기공세가 국내정치적 문제의 해결 또는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 비교적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핵심 동기이자 목표였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위기공세에 국내정치적 동기가 작용했고, 이를 뒷받침할 몇몇 정황증거가 포착된다고해서 그것이 곧 핵심 요인이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선군정치의 주요 명분이나 경제난의 원인을 외부 환경에 돌리고 있는 것에서도 이 점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선군정치나 경제난도 북한 대외정책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안'은 이미 '밖'이 작용한 '안'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위기공세에 외교적 동기와 정치적 동기의 연계 또는 병존, 그리고 동시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요인은 역시 외교적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북한의 전방위적인 일련의 위기공세의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차제에 한반도 안보지형을 새로 짜보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근저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이를 위한 북미협상 재개와 한국으로부터의 대규모 지원확보도 기대했을 것이다. 김정은 출범 1년을 맞는 올해는 북한정권 수립 65주년이자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문에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김정은 체제의 안전을 담보해 놓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미국 등 외부세계로부터 안보와 경제지원을 받고 그 대가로 핵을 포기하는 방식의 비핵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핵문제 해결을 전반적인 핵군축 및 한반도평화 협상 차원에서 논의하고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미 2013년 1월 담화를 발표하여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말하자면 비핵화 회담은 평화협정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핵보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이에 앞서 3월 31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무력을 양과 질 면에서 확대 강화할 것이라는 과업을 제시했다. 요컨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걸쳐 새판을 짜겠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전례 없는 초강수의 위기공세 이면에는 군부의 신뢰 및 대내적 통제력의 확보와 같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강화를 노린 국내정치적 동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의 의도가 대외전략이 아니라 국내정치에 무게를 두고 있었더라면,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국내정치적 목적을 위해 강도 높은 위기공세를 잇달아 전개해야만 했던 사정을 발견하거나 설명하기 어렵다. 북한으로서는 초대형 시위에도 무반응인 채 오히려 대응 태세와 압박을 강화하는 한미에 대해 만약 가만히 있는다면, 그것 자체가 북한의 위신에 큰 손상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국내정치적으로도 타격을 입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연이어 취한 위기공세의 핵심 동기는 대외협상전략 차원에서 전술한 바와 같은 목적 달성과 북한의 트레이드마크인 '벼랑끝 전술'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2. 문제의 구조와 전망

기본적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체제안전 보장과 북미국교정상화 등과 같은 미국으로부터의 '인정 획득'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않는 한, 앞으로도 미사일 발사, 핵 실험, 각종 위협적 언술과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북한이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최근까지 벌써 몇 달 동안 한반도의 긴장과 위기를 단계적으로 고조시켜 왔다는 점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체제의 안전과 발전을 보장하도록 미국과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코자 한 북한의 시도가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과 같은 위기공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이 의도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북한은 더욱 다양한 협박과 도발행동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폈다.

물론 이와 같은 위기공세의 단계적 고조와 지속은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북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적으로 재정 및 물자 충당 부담과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와 국제 신인도 추락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도 한미의 군사훈련이 종료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가 나오는 5월 중순 경을 시점으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출구 모색 시점이 한국전 종전 60년이 되는 7월 말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시점이든 회담재개 또는 경제지원 등과 같이 북한이 일정하게 손에 쥘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위기국면의 진정이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추후 '협상-갈등-교착-위기공세'의 지루한 사이클을 또다시 반복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만약 현시점에서 출구마저 모색하지 못하고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및 핵군축·한반도평화 협상 주장 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이행이 격돌한다면 한반도의 위기지수는 다시 최고조를 향해 치달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이 강한 국제적 압박상황에 처하거나 지금까지의 협상패턴을 피로하고 지루하다고 느껴 협상의 틀을 크게 바꾸고자 시도할 경우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지금까지의 위기공세에 비해 훨씬 격렬하고 한반도에 대규모 무력충돌을 가져올 수도 있는 행동을 감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핵 해법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은 북한을 그와 같은 상황으로 몰지 않는 데 있다.

북한의 위기공세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는 근원 요소를 제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가 평화와 안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미관계의 개선이 핵심이다. 북미관계의 개선이 없거나 병행되지 않고서는 북한의 위기공세를 막을만한 마땅한 정책 대안을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북미관계 악화와 남북관계 경색 구도 속에서는 한미관계 강화만으로는 한반도의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미관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정상국가화될 수 있도록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생존 보장을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공하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난망하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관계 개선에 대해 현실주의적 접근 외에 얼마나 절실한 문제해결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불명하다.

북한이 감행하는 위기공세의 표적(targets)과 청중(audiences)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지난 4월 26일 한국 정부가 취한 개성공단 체류 남측 인원 전원 철수조치의 표적과 청중은 모두 북한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취한 개성공단 운영 잠정 중단의 표적은 남한이었지만, 그 주요 청중은 역시 미국이다. 북한이 염두에 두고 있는 위기공세의 청중이 다르다는 것은 공세의 목적(aims)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으로부터의 일정한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에서의 상황을 남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위기공세의 표적은 다양할 수 있지만 미국은 대부분 주요 청중으로 고려된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의 종속변수 내지 매개변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공세든 평화공세든 그 표적은 남한일 수 있지만 주요 청중은 어디까지나 미국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잠정적으로나 항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한미협력 강화와 남북접촉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역할은 하나의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남북관계-북미관계-한미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한국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 선순환 구도가 중국 포위구도가 아니라 중국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동기와 유인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구도를 만들어가는 한편, 향후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3. 대응방안

현재 북한의 위기공세와 도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대응의지는 강력하다. 그런데 1976년 8월 18일 판문점사건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한반도의 위기가 최고정책결정자들의 정책적 판단이나 결정에서만이 아니라 하위 수준의 돌출행동이나 과잉 대응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생하고 격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남북한의 긴장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의 하위 수준에서의 우발적 행동, 실수, 그리고 착오가 의도하지 않는 충돌로 비화되는 사태를 방지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여 정책결정 수준에서의 위기관리 방향과 대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에는 '선조치 후보고'를 윈칙으로 하며, 북한의 도발 양상에 따라 도발 원점은 물론이고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타격한다는 방침을 천명해 놓고 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북이 도발할 때 '정치적 고려' 없이 초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결의로 어떠한 형태의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군통수권자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고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응 및 억지전략'과 동시에 북한과 한·미의 '결기'가 부딪혀 위기상황이 더 이상 확대 또는 심각한 사태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상황별·단계별 '출구전략'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대응 방침과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 대비한 적절하고 통제가능한 보복과 우발적·비의도적 충돌 등 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출구전략이 있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위기 고조와 또 그 위기 폭발의 일차적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 조성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북핵문제해결, 남북관계 진전, 한반도평화협정이라는 세 차원을 선후 관계설정 또는 분리 추진하기보다는, 세 바퀴를 동시에 구동시켜 해결을 모색하는 일종의 '삼륜전략'이 필요하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5·6월호(제23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김정은 체제 공식 출범 1년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북한의 위기공세와 남북관계

2013년 4월 21일 일요일

한-미가 아닌 북-미 군사연습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3-04-09일자 기사 '한-미가 아닌 북-미 군사연습이다'를 퍼왔습니다.

» 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풍군 북녘 .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자료 사진.


전쟁의 유령이 배회하는 한반도 위기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군사 게임이 진행중이다. 과거에는 미국과 북한 중 어느 한쪽이 무력시위를 하면 상대방은 긴장해서 방어태세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의 군사행동에 즉각 반응하면서 매우 신속하고 짜임새 있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의 전개과정은 이러하다. 3월 중순에 미국이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비(B)-52 폭격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자 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을 40기 보유하고 있다. 그러자 미국은 비-52 폭격기의 추가훈련을 취소하고 대신 스텔스 비-2 폭격기와 에프(F)-22 전투기를 출동시켰고, 핵잠수함을 배치하면서 “이번에는 어쩔래?”라며 북한에 공을 넘겼다. 그러자 북한은 스텔스기가 출격하는 “괌, 하와이, 미 본토 공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응수하며 전략로켓군에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령했다. 중장거리 미사일로 응수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해상배치 엑스(X)밴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을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괌 기지에도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배치하였다. 이에 열받은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달은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이나 다름없는 각본을 만들어 서로를 시험해보는 ‘도상 전쟁’ 기간이었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어지는 군사적 대응을 통해 미국과 북한은 지난 20년간 제각기 발전시켜온 전쟁 프로그램을 가동해보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지난 한달 동안 한-미 군사연습이란 것은 없었다.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서로 대항군으로 편성되어 상대방의 의도와 능력을 시험해보는 전쟁게임, 곧 북-미 군사연습이 있었을 뿐이다.

먼저 미국은 2001년에 작성된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제시된 과제, 곧 한반도 비상사태 발생 때 얼마나 신속히 한반도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전략과제의 수행능력을 점검하게 되었다. 미 전략사령부의 개념계획 8022가 바로 그것으로, 그 핵심은 “한반도 유사시 8시간 이내 핵 옵션 수행”이다. 지표 관통형 핵폭탄을 탑재한 비-2 폭격기는 그 백미라고 할 수 있고, 핵잠수함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항모 탑재 전투기의 핵폭탄 등이 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는 핵심 무기들은 바로 한반도 핵우산의 효용성을 검증하고 북한에 이를 확신시키려 한다.

반면 북한도 역시 199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판갈이 속전속결 전략’의 성과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핵으로 협박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할 수 있는 경보병부대와 기계화사단을 핵심으로 하고, 나머지 비효율적인 군사력은 제거하는 지난 20년간의 군사력 재편의 성과를 이번 기회에 검증하고자 한다. 김정은이 3월 중순에 말한 “우리식 전면전 태세”와 “3일 전쟁 계획”, 3월말의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의 “핵무장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북한은 이번 기회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북한군 최고사령부에서 일선부대에 이르는 모든 전투단위를 체험하면서 전쟁지도 리더십도 확립하고 합리적인 군사력 재편도 도모하는 기회를 포착했다.

이런 군사정세에서의 변화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인지, 좌절감의 결과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전쟁연습에 몰입함으로써 각자 어느 정도 위신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경제로 눈을 돌릴 때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하다.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2013년 4월 18일 목요일

한반도 위기 틈타 정권이익 취하려는 일본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18일자 기사 '한반도 위기 틈타 정권이익 취하려는 일본'을 퍼왔습니다.
[분석] 일본이 한반도위기 평화적 해결 판깨려는 까닭은
무력 충돌 우려까지 갔던 한반도 정세가 대화 분위기로 소강상태를 보이자 일본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내놓는가 하면 유사시 자위대의 대응까지 언급하는 등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에 배치되는 언동을 드러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총리와 미국 국무장관의 ‘밀담’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은 의도적으로 주변국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존케리 미 국무장관의 ‘비공식’ 회담 내용이 보도됐다. 한반도 위기의 해법으로 섣부르게 대화를 해서는 안되며 북한에 수차례 배반당한 과거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와 케리 장관의 이 같은 대화를 두고 ‘밀담’이라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5일 케리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과 대화노선을 안이하게 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전했으며 북한을 두고는 “그 사람들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다”며 “몇 번이든 배반당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요미우리). 특히 아베 총리는 “북한의 3대에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은 벼랑끝 외교”라며 “위기를 조성하고 무언가를 얻으려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도 17일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만일의 경우 한반도로 가는 인원·물자 상당 부분이 일본 미군기지를 경유해야 한다”며 “미 7함대와 함께 일본 자위대도 해로 확보를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주둔하는 유엔군이 사용할 수 있는 기지가 일본에는 7곳이 있다”고도 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해결과는 거리가 먼 자위대와 일본 내 미군기지 언급만 늘어놓은 것이다.
일본 수뇌부의 이 같은 언동은 케리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의향을 드러낸 직후부터 잇달아 쏟아졌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일본 수뇌부의 이런 반응은 뒤집어 해석하면 결국 한반도에 평화보다는 군사적 충돌 내지 대결 직전의 불안한 상태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베 일본총리. 지난 15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캡쳐.


이를 두고 아베 정권의 정치적 지지기반 확대와 자위대의 군대화를 위한 일본 평화헌법(9조) 개정 등 정략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한반도 불안상태가 되레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강경노선을 추구하며 집권한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개정해 영해 바깥의 비상사태에도 자위대가 출동할 명분을 찾고자 하는데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도 “북한의 위협은 일본에게는 자위대 증강 및 평화헌법 개정 등 얻을 것이 엄청나게 많다”며 “아베정권으로서는 군사력 확대를 추진할 명분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를 과장하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아베 정권 이전에도 한반도에 충돌 상황이 있을 때 그래왔다”며 “북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응은 전적으로 국내정치용”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위협을 느낄 때 일본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는 자위대의 무력증강이며, 한미일이 협력해 대북 응징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라며 “이것이 (일본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요인의 80~90%”라고 평가했다.
김 편집장은 “일본은 스스로 안보의 긴장을 버텨낼 수 없다. 정규군대가 없고, 2차대전 이후 전투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이 자기들 머리 위로 지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국가주의와 대외적 보수강경 자세를 내세워 집권한 아베 정부에겐 ‘실력발휘’할 기회를 이 때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베 정권은 지난해부터 자위대를 정식군대인 자위군으로 재편하기 위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내 반대여론과 한국과 중국 등 식민지 피해당사국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 위기는 이 같은 명분을 쌓는데 더할 나위없이 좋은 카드라는 것이다.
친일재산환수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바 있는 장완익 변호사는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면 될수록 국내 여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아베 정부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하고 나면 한국 등 식민지 피해국에 과거사 사과와 같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한 뒤 평화헌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욱일승천기. ⓒ시사상식사전


외교적으로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형성되면 일본의 목소리가 먹히지 않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연철 교수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면 일본이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 2004~2005년 6자회담 때 일본은 전체적인 협상의 흐름과 달리 북한을상대로 ‘납치자 문제’ 해결에만 목소리를 높였었다”고 지적했다.
문정인 교수도 “아베 총리의 발언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일본의 외교정책이 어려워질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한 면도 있을테고, 미국 케리 장관이 북한 사정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 얕보고 한 말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폐허가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에겐 되레 국력회복의 기회가 됐던 기억과도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완익 변호사는 “한국전 당시 미국은 일본을 방어막으로 삼아 경제적으로 더 지원해줬고, 전후 청산을 위한 배상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이  대폭 양보해줬다”며 “미국 입장에선 일본을 키워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일본도 전쟁이 나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만, 전쟁 불안감만 조성되도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정성 때문에 한국 대신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을 택하지 않겠느냐”며 “현 상황에 대해 우리는 태평하지만 외국에서는 전쟁 날 것처럼 심각하게 느낀다는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문정인 교수는 “전쟁이 나면 일본의 수출량이 늘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누구에게도 다 손해”라며 “남 못돼서 자기들 잘 되려 한다는 단견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2013년 4월 9일 화요일

‘류길재 장관 발언 정정 해프닝‘의 씁쓰레함


이글은 진실의길 2013-04-08일자 기사 '‘류길재 장관 발언 정정 해프닝‘의 씁쓰레함'을 퍼왔습니다.
보도 경쟁 부추기는 ‘한반도 위기’ 의 익명 관계자들…
언론 보도 기사를 보면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익명을 전제로’라는 말이다. 이는 때에 따라서는 ‘고위 관계자’라는 말로도 포장되기도 한다.
정부 등의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깊숙이 관계가 있는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빌려 보도하는 것으로 언론은 그 정보 제공자의 신분을 보호하고자 실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위기 사태와 관련하여 홍수처럼 쏟아지는 ‘익명’ 혹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는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더욱 혼란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한반도 위기 관련 사태를 집중하여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종편 채널들도 다르지 않다. 거의 ‘단독’, ‘특종’의 꼬리표를 달아가며 “곧 핵 항공모함이 한반도 근처로 들어온다” 등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사진출처:민중의소리


“북한 4차 핵실험 징후 있다” 익명 보도… 통일부 장관 확인으로 파장 확대
8일(이하 한국시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앙일보)는 이날 자 조간신문에 “(단독) 북한 4차 핵실험 징후 포착”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북한에서 4차 핵실험이 곧 단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는 풍계리 남쪽(3호) 갱도에서 최근 인력과 차량의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3차 핵실험(2월 12일)을 앞두고 보였던 행동과 유사한 상황이어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첩보도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실제로 추가 핵실험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인지, 우리 정부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시위성 기만전술인지 분석 중”이라며 “핵실험장 주변의 부산한 움직임은 지난주 중반부터 포착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의 이런 단독 보도는 (로이터통신)이나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그대로 보도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라 그렇게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함경북도 풍계리 남쪽 갱도에서 인원과 차량이 왔다갔다하고 있어 4차 핵실험 징후 아니냐는 말이 있다”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그런 징후가 있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고, 이 문제는 정보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류 장관의 이러한 답변은 즉각 한국의 장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속보로 보도되었다. 이어 미 CNN을 비롯한 AP, AFP, 로이터통신은 물론 영국의 BBC, 가디언 등 전 세계 언론에 중요 뉴스로 속보로 전해졌다.

북한 4차 핵실험 징조가 있다고 한국 장관이 말했다고 속보로 전하는 CNN


미국의 ICBM 발사 연기 보도 등 다소 한반도 긴장 격화의 상황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류가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한국 장관의 ‘북한 4차 핵실험 징후’ 관련 발언은 그만큼 파장을 확대해 갔다.

국방부, 부랴부랴 ‘핵 실험 징후 아니다’ 해명 기자회견 열어…

이렇게 파장이 확대하자 한국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풍계리에서의) 활동은 핵실험 징후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남쪽 갱도에서 차량과 물자, 인원이 왔다갔다 하지만 그것은 일상적인 활동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3차 핵실험 때 설명했던 것처럼 당시 서쪽, 남쪽 갱도에서 동시에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로 북한은 마음만 먹고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상시로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해 보면, 북한은 이미 지난번에 두 군데 갱도에 관한 핵실험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언제든지 핵실험 추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며 차량 증가는 일상적인 상황이라 이를 핵실험 임박한 징후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분석은 ‘38북한(North)’를 비롯한 북한을 전문적으로 분석 보도하는 매체나 전문가들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과 관련한 특별한 징후가 있다는 보도나 전문가들의 주장이 없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정부 고위 관계자와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북한의 4차 핵실험 징조가 있다고 특종 보도했고, 한국의 주무 부처 장관이 이 보도에 관한 입장을 말하는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답하면서 순간 ‘북한 4차 핵실험 추가 실시 가능성’은 전 세계 외신을 타면서 확대해 갔다.

“그런 징후에 동의 발언 아니다” 뒤늦게 발언 수정, 모양새만 어정쩡…

뒤늦게 국방부가 공식 부인하는 등 파장이 더욱 확대하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8일 오후에 속개된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류 장관은 국방부의 발표 직후 의원들의 후속 질문이 이어지자 “그런 징후에 동의해 말한 적은 없다”며 자신의 오전 발언을 수정했다. 류 장관은 “윤상현 의원이 ‘그러한 징후가 있다’고 말한 직후 한 질문에 내 의도와 관계없이 (보도가) 나간 것 아닌가 싶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리면서 슬그머니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다.

자세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익명’이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특종을 갈구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도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확고한 대북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정부 부처의 책임급 장관이 파장이 클 수가 있는 사항에 대해 어정쩡한 답변을 한 다음 문제가 확대되자 슬그머니 얼버무리는 태도는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 외교, 안보부처 수장의 이러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과 어정쩡하게 정정하는 태도를 보면서 국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느낌이다.

김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