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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5일 금요일

교과서에서 ‘시조새’ 뺀다고? “한국 실망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5일자 기사 '교과서에서 ‘시조새’ 뺀다고? “한국 실망이야”'를 퍼왔습니다.

출판사 상상아카데미가 발간한 고교 과학교과서의 시조새 화석 사진. “1861년 독일의 조른 호펜의 석회암에서 최초로 발견됐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뉴스쏙] ‘한국, 창조론자들 요구에 항복’ 파문

영국의 과학저널 와 미국 시사주간 등이 창조론자들의 요구로 한국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설명하는 시조새 등이 삭제된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진화학계에서는 창조론자들의 요구가 학문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박하며 삭제에 반대하는 청원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네이처 ‘삭제방침’ 보도뒤
“지적수준 높은 한국에 실망
”외국서 빈정·우려 글 잇따라

진화론개정추진회 삭제 청원에
진화론자들 항의 청원
“개정추진회, 학문 흐름 왜곡”

“세계적으로 개인의 지적 수준이 제일 높다고 알려진 나라에서 벌어진 이번 일은 무척 실망스럽다.”(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기사 댓글)
유명 과학저널 (네이처)가 지난 5일 ‘한국, 창조론자들 요구에 항복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뒤, 외국에서 우려하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러 차례 우리나라 교육을 모범사례로 추켜왔던 터여서 “미국이 커져서 이동했나보다” 등 빈정 섞인 글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적 배경의 일부 학자들이 진화론을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그 주장이 정부 차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처음이다. 가뜩이나 종교 편향으로 구설에 오른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시선이 곱지 않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출판사 교학사가 발간한 고교 과학교과서에 실려 있는 말의 화석계열 그림. 말이 몸집이 커지고 발굽 숫자가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5일 교육과학기술부에는 한 통의 청원서가 접수됐다.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011학년부터 국내에서 사용하는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의 ‘시조새’에 관한 기술 내용이 학술적으로 잘못된 것이므로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청원을 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는 홈페이지에서 “생명과 물질 및 우주의 기원을 진화론적 세계관으로 진리를 호도하고 있는 진화이론의 허구를 집중 분석해” “진화론은 법칙이 아닌 가설임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을 최소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진추는 청원에서 7종의 고교 과학교과서들 중 일부가 ‘시조새는 파충류로부터 조류로 이행하는 중간종’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해 최신 학계의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진추는 “화석기록에 시조새를 포함해 어떤 중간종도 발견되지 않았고, 미국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등 저명한 학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삭제가 어렵다면 “1984년에 열린 국제시조새학술회의가 시조새를 ‘멸종한 조류’로 공식 선언한 사실, 시조새 화석에 대한 조작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등을 함께 소개해야 한다고 교진추는 덧붙였다.
교과서 발행사들이 시조새 관련 내용을 삭제·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자 진화학계에서는 “교진추의 청원 내용 자체가 학계의 주장과 학문의 흐름을 왜곡한 것”이라며 과학교과서의 시조새 삭제를 반대하는 청원을 잇따라 접수했다.
반대 청원은 국제시조새학술회의가 시조새가 현대조류의 직접적 조상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시조새로 현대조류의 기원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수각류(두발로 달리는 공룡의 일종)로부터 조류가 기원했다는 주장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굴드는 진화가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변화하는 시기와 변동이 거의 없는 안정기가 구분된다는 ‘단속평형설’을 펴면서 안정기를 표현하기 위해 ‘종의 정지 현상’을 얘기했는데 마치 굴드가 중간종을 부정한 것처럼 왜곡했다는 것이다. 진화학계는 교진추가 시조새 화석에 대한 조작 논란의 근거로 든 영국 프레드 호일 등의 주장 또한 사진만을 보고 내린 결론으로 실제 화석 학자들이 재분석해 위조가 아니라고 밝힌 사실을 들어 반박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교진추는 올해 3월26일에도 ‘말의 진화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다’란 제목의 청원을 내어 “일부 교과서가 싣고 있는, 말의 몸집이 커지고 발가락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설명과 화석계열 그림은 미국 교과서에서도 삭제됐다”며 “굴드 등이 말의 점진 진화는 학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화학계는 “굴드 등은 말의 발굽이 4개에서 1개까지 직선적으로 진화했다고 한 계열 그림을 상상의 산물이라고 비판한 것인데 마치 진화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시조새와 말의 진화계열을 진화의 증거로 삼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교진추 쪽에서 진화학계 내부의 논쟁을 마치 진화론을 부정하는 증거로 내세우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교과부 안이한 대응이 파문 불러…뒤늦게 “전문가 의견 묻겠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입학한 신입생들은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만들어진 ‘융합형’ 과학교과서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과학 교육과정은 교과서를 제1부 ‘우주와 생명’, 제2부 ‘과학과 문명’으로 나누어 만들되, 1부에서 ‘생명의 진화’를 다루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한국과학창의재단(창의재단)이 개발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교육과정은 진화와 관련해 서술해야 하는 주요 골격만 제시한다”며 “출판사들이 낡은 근거들을 가져다 쓰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시조새 삭제·수정’ 파문은 2009년 고교 과학교과서의 발행체계가 ‘검정’에서 ‘인정’으로 바뀌면서 교과서 수정 절차가 느슨해지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안이하게 대처해 불거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나, 검정교과서와 달리 출판사가 집필해 시·도 교육청에 인정 심사 요청을 하면 큰 틀에서 주요 사항을 점검해 승인해준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가 ‘진화론 개정’ 청원을 넣은 것은 이런 빈틈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숙 교과부 수학교육정책팀장은 “국민 신문고를 통해 청원이 들어오면 해당 기관은 1~2주일 안에 응답해줘야 해 출판사를 통해 답변을 보내줬다”고 했다. 교학사는 이미 올해 3월 새로 발행한 과학교과서에서 시조새 그림을 삭제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는 “교육과 학문을 책임지는 교과부가 진화학 전문가들에게 한마디 문의도 없이 일을 처리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원 창의재단 교육과정개발실장은 “교진추 청원에 대한 반대 청원에 대해서는 진화생물학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로 하고 관련 학회에 전문가 추천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2012년 6월 8일 금요일

한국 교과서 '진화론 삭제' 미 SNS '한심'


대한민국의 과학자들은 모두 돌아가셨나? 이건 뭐 과거 봉건시대도 아니고 갈릴레오가 무덤에서 벌떡일어날일이로구먼 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07일자 기사 '한국 교과서 '진화론 삭제' 미 SNS '한심''을 퍼왔습니다.
미 "이게 말되는 소리?"…한국 SNS "종교적 입김으로 빼다니?"

▲ '레딧 세계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출처=레딧세계뉴스)

우리나라 일부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빠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누리꾼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아냥대는 반응이 대부분.
5일(현지시각) 미 소셜네트워크 뉴스포럼 '레딧(Reddit) 세계뉴스'에 한국 교과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이 창조론자 요구에 굴복했다: 출판사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진화 표본을 없애기 시작했다"(South Korea surrenders to creationist demands: Publishers set to remove examples of evolution from high-school textbooks) 라는 제목의 기사 댓글이 2200개를 톨파하며 인기뉴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댓글은 대부분 어이없다는 부정적 반응으로 채워졌다.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댓글은 "공룡들은 선풍기 때문에 죽었다"(The dinosaurs were killed off by fan death)이다.
이같은 댓글이 나온 이유는 위키피디아에서 '선풍기 괴담(fan death)'은 "한국에서 넓게 퍼진 믿음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밤새 선풍기를 틀어두고 자면 죽음에 이른다는 것(Fan death is a widely held belief in South Korea that an electric fan left running overnight in a closed room can cause the death of those inside)"이라고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교과서 진화론 삭제'가 '선풍기 괴담'만큼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미국 네티즌은 "그들은 교과서에 '퇴화'를 넣어야 돼. 왜냐하면 그들 나라에서 방금 일어난 일이거든" (They should be adding devolution in their books because that is what just happened in their country)이라고 적었다.
그밖에 "이게 말이되는 소리야? 한국 학생들 핀란드 학생 다음으로 과학점수 높지않아?" (Are you kidding me? Dont their students score highest in the world in science exams next to finland?)
"한국인들 고마워. 우리가 덜 멍청해 보이도록 해줘서. 친애하는 미국에서" (Dear South Korea, Thank you for making us look less stupid. Sincerely,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댓글이 보인다.
이같은 소식이 트위터리안들 사이에서도 알려지자 창피하다는 반응이 넘쳐나고 있다.
"진화론삭제로 한국기독교는 인류퇴화론을 세계적으로 검증했다 아오 쪽팔려"(소깡지외상*****@SO_J***)
"우리나라 교과서가 망했다. 왜 진화론을 삭제하는겨 ㅋㅋ"(j***@jyp***)
"여러분 국격이 올라가는 기사 하나. 한국 교과서에서 진화론이 적출된 것을 네이처에서 비꼬고 있습니다. 하하 우리나라 만세"(가엾은****@FROS****)
"진화론도 어디까지나 이론이죠. 과학에 있어서 확답이란 없습니다. 진화론을 안 믿는 것도 개인의 자유입니다. 다만 진화론이 가장 유력 학설이고 과학계에서 빼먹을 수 없는 중요 학문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이걸 종교적 이유로 배척한다는 건 미친짓이죠"(LeeMyun*****‏@thez****)
한편 앞서 지난달 1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고교 과학교과서를 출판하는 업체 7곳 중 교학사, 천재교육 등 3곳이 지난 3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교과부에 제출한 "말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청원을 받아들임으로써 진화론의 대표적인 내용들이 과학 교과서에서 사라지게 된다.

윤경진 기자  |  ykj23@pressbyple.com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종교열 높은 사회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


이글은 시사인 2012-05-11일자 기사 '“종교열 높은 사회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퍼왔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은 종교적 근본주의 운동으로 탄생한 나라 미국보다 범죄 발생률·인권 수준 등에서 월등히 앞선다. 종교열이 높은 사회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다.

심리학자인 제시 베링은 (필로소픽 펴냄, 2012년)에서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가설을 통해,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고유한 종교 본능을 입증하고자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간은 인간을 ‘몸’ 이상의 존재로 대한다. 인간은 타인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서로를 가구나 바위 이상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욕·이기심·충동·쾌락과 같은 동물성을 제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타인의 의도와 목적을 추론할 수 있는 마음을 발전시킴으로써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능력을 높였다.

인간은 마음을 발달시킴으로써 공동체 내에서 협력자를 얻고, 경쟁자를 기만할 수 있는 심리적 기술을 터득하게 됐다. 돌도끼를 잘 휘두르는 사람보다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생존과 번식에 더 유리하다는 경험칙은 상대의 눈빛과 신호를 세심히 살피게 만들었다. 마음은 이처럼 인간 대 인간 관계에서 생긴 소통의 산물이다. 그런데 발달된 인간의 마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연현상에서마저 마음을 발견하고자 했다. 즉 ‘자연현상들을 신의 메시지 혹은 초자연적 메시지’로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서남아시아 일대를 덮친 쓰나미를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일갈했던 어느 목사의 발언을 생각하면 대번에 이해가 된다.



마음의 확장은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는 영적(마음)인 것이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애니미즘이나 신에 대한 관념으로 발전했다. 신(종교)은 인간의 마음이 진화하면서 만들어진 부산물인 것이다.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김영사 펴냄, 2007년)을 쓴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입을 맞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마음의 진화가 만들어낸 부산물의 역할을 놓고 충돌한다. 지은이는 신이 우연히 발견된 것이면서 인류 역사의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리처드 도킨스에 반대한다. 지은이는 자연 속에서 초자연적 존재를 지각하게 됨으로써 인간은 허구의 ‘도덕적 감시자’를 얻게 되었고, 인류의 조상은 신이 자신을 항시 지켜본다는 느낌 속에서 ‘비도덕적 행동의 빈도 및 강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경제 평등, 종교에 대한 의존 없애

이 책의 지은이는 진화론자나 창조론자 모두를 만족시키고자 곡예를 부린다. 특히 신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생겨난 ‘적응적 환상’이라고 써놓고서, 어쩌면 이런 결과마저 “신이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인간 뇌의 진화를 설계”했을 수도 있다고 슬그머니 덧붙일 때는, 아예 조롱을 당한 기분이었다. 종교에 대한 지은이의 견해는, 신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 지적 해방을 선사할지는 모르지만 “유전자적 관점에서 이 환상을 파괴하는 것은 생식적 이익에 전반적으로 해가 된다”라는 쪽이다. 

이 신을 수긍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도덕적 사회 건설에 필수적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책과 같은 달에 출간된 펄 주커먼의 (마음산책 펴냄, 2012년)는 제시 베링은 물론이고 “하느님이 없는 사회는 지상의 지옥이 될 거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입에 담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종교가 없으면 사회가 도덕적으로 파멸한다는 널리 알려진 정치적·종교적 선전을 반박하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두 나라와 가장 종교적인 한 나라를 비교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신 없는 사회>펄 주커먼 지음마음산책 펴냄
지은이가 태어난 미국은 원래 종교적 근본주의 운동에서 탄생한 나라다. 거기에 걸맞게 미국인은 70% 이상이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거나 지옥의 존재를 믿는다. 이 나라의 정치가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공공연히 표명하지 않고서는 표를 모으기 힘들다. 반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국교가 없는 미국과 달리 루터교를 국교로 삼아온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10~ 20%만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거나 지옥이 있다고 인정한다. 두 나라에서는 공직자가 절대 자신의 종교를 밝혀서는 안 되며, 일반 시민은 종교를 가진 사람을 미쳤거나 타락한 이쯤으로 여긴다. 그런데 가장 종교적인 국가와 세속적인 두 나라가 보여주는 허다한 사회적 지표는 덴마크·스웨덴을 천국으로, 미국을 지옥으로 여기게 만든다. 공무원 청렴도·자선 액수 등에서 두 나라는 가장 좋은 지수를 보였고, 각종 범죄 발생률·인권 수준·폭력 시위 발생 가능성·시민 간의 신뢰 수준 등을 종합한 2007년 세계평화지수 순위에서 두 나라는 3위와 7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96위였다. 

미국의 보수주의 정치인과 복음주의 설교가들은 한 나라의 종교성과 사회 건전성이 비례한다고 되뇌어왔다. 하지만 의 지은이는 “특정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안전에 확신이 없으면, 종교에 더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많은 사람이 안전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으면, 종교와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라면서, 한 나라의 종교열이 높은 것은 그 사회가 그만큼 안전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한다. 안정된 주거와 식량, 의료 서비스, 자연재해 등에 취약하고,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이나 공동체의 생존이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하게 된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미국과 다르게 경제 평등과 복지 제도가 잘 구비된 나라다. 

종교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지만, 종교가 되려면 반드시 ‘초자연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초자연적인 것에서 메시지를 발견하고자 할 때, 그것은 신이 되고 종교가 된다. 그런데 초자연적인 것을 믿고 따르려는 노력은 위험 사회의 특성이며, 안전 사회에서는 초자연적인 것을 불가지의 몫으로 남겨둔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했던 150명의 덴마크와 스웨덴인 가운데는 유령을 보았거나 초자연적 경험을 했던 사람이 없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밀쳐두었지 거기서 신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지은이의 결론은, 인간에게 종교가 선천적이거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늘 위의 눈’이라고 불리는 대타자를 모시고서야 이루어지는 도덕화는 인간의 주체화 가능성을 막고 미숙한 어리광부리를 양산한다. ‘빤스 목사’와 그 추종자들을 보면 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대통령의 말은 진즉부터 농담이었지만, 사법처리 초읽기에 들어간 이상득·최시중은, 한 교회가 주축이 되었다는 이번 정권의 도덕적 파산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장정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