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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0일 수요일

박근혜에 드리운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들


이글은 경향신문2013-02-19일자 기사 '박근혜에 드리운 박정희 시대의 그림자들'을 퍼왔습니다.

ㆍ아버지 사람 전면 배치ㆍ권력 집중 1인 통치 방식ㆍ복지 외치며 성장 지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내각과 청와대의 주요 보직 인선을 마무리하며 국정을 운영할 채비를 마쳤다. 발탁된 인물들과 이를 통해 읽히는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목표는 ‘희망의 새 시대’라는 구호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와 이를 뒷받침할 인물들은 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경제나 복지 정책에서 성장론이 득세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를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아직 복지 공약 실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방향은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 증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성장론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형적 시장론자인 현오석 후보자를 ‘경제 분야 컨트롤타워’에 기용하는 등 인선에서도 이 같은 점이 드러난다.

박 당선인의 사람을 고르는 것과 이로부터 유추되는 국정운영 스타일도 아버지의 영향을 짙게 받고 있다. 이번에 중용된 인물들은 대부분 고시에 합격한 관료이거나 교수 출신의 전문가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인선과 똑같다. 심지어 이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치세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6년간 ‘박정희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해 ‘부녀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박정희 개발성장’의 밑그림인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은 부친에 이어 박 당선인과 대를 이은 인연을 맺게 됐다.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박 당선인에게 집중되는 ‘1인 통치 방식’도 나타난다. 이번 인선으로 청와대 비서진을 통해 내각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뜻이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나타났듯 박 당선인만 쳐다보게 하는 리더십이 ‘박정희 시대’가 30여년 흐른 상황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 과정에서 현장 방문 경험을 전하며 정책의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가 향후 주요 인선을 총괄하는 만큼 부처 장관들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강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박 당선인과 함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박정희 시대의 용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이제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도록 초석을 놓겠다”고 했다. 안상훈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앞서 박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을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규정하기도 했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박근혜 대선 '라인업'…포장은 '개혁', 내용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7일자 기사 '박근혜 대선 '라인업'…포장은 '개혁', 내용은?'을 퍼왔습니다.
[분석] 개혁 인사 전면 배치…親朴 '문고리 권력'은 그대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한 중도개혁론이냐, 아니면 '보수 대통합론'에 따른 우향우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선택은 결국 '개혁'이었다.

27일 발표된 박근혜 후보의 대선기구 인선 최대 화두는 일단 '쇄신과 개혁'이었다. 향후 꾸려질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양대 핵심기구가 될 국민행복특별위원회와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 김종인 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각각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최근 새누리당 공천 헌금 사건과 '과거사 논쟁' 등으로 지지율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던 박근혜 후보 측은 최근까지도 '보수결집론' 대 '중도개혁론'으로 양분해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론적으론 중도개혁층 구애로 방향을 잡았다. 

박 후보의 지지율 취약층인 중도층 외연 확대를 위한 방책이자, 그간 논란을 일으켜온 '친박계 전횡' 비판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경제민주화 등을 두고 사사건건 개혁 성향인사들과 대립해온 '친박 실세'들은 표면적으론 2선에서 물러났지만, 캠프의 '얼굴'에서 제외됐을 뿐 '알맹이 권력'을 틀어쥘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됐다. 유권자들에게 '개혁 의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 동시에, 박근혜 후보 특유의 '2인자'를 두지 않는용인술의 결과로 풀이된다.

뛰는 민주당 위에 '나는 박근혜'…'차떼기 수사 검사'에게 정치쇄신 맡겨

이번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종인 전 위원장과 '투톱'으로 거론되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자체가 공천 헌금 사태에 대한 수습책으로 박 후보가 던진 '비장의 카드'였던 만큼, 그의 발탁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란 평이다.

검사 시절부터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안 전 대법관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당시 한나라당에게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붙인 장본인이다. 당시 차떼기 사건으로 '궤멸' 직전의 상황에 처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표상되는 '박근혜 체제'를 구축, 전격적인 당 쇄신을 추진한 결과 2004년 총선에서 121석을 건지며 선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참여정부 시절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된 그는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에도 뛰어드는 등 '성역없는 수사'로 유명세를 떨친 인물이기도 하다.

안 전 대법관의 '깜짝 발탁'은 이번 공천 헌금 사태로 쏟아지는 야권의 비판을 불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박 후보가 2004년 못지 않은 정치쇄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법관 역시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 관리 대상에는 박근혜 후보의 가족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부산중학교 출신의 안 전 대법관이 부산지검 특수부 부장, 부산고검 차장 검사 등을 거치며 부산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18대 대선에서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PK(부산·경남) 민심 공략의 의도로도 풀이된다.

다만 안 전 대법관이 대법관 퇴임 48일 만에 여권 대선주자 캠프의 요직으로 '직행'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겨놨다.

김종인, '친박 핵심' 부상…경제민주화 '그대로 간다'

국민행복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종인 전 위원장의 경우 이번 인선으로 '친박 핵심'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는 평이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에 영입돼 당 쇄신 작업을 주도해온 그는 대선 경선 캠프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데 이어 대선 본선 국면에서도 중용, 박 후보의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1987년 개헌 당시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직접 입안해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의 중용은 최근 캠프 내부에서 불거진 '집토끼론'에도 불구하고 정책 분야에서 대대적인 쇄신 드라이브를 계속하겠다는 박 후보의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내부에선 '통합형'으로 분류되는 '복박(復朴)' 인사 진영 의원과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역입한 문용린 서울대 교수를 부위원장에 각각 발탁한 점 역시 캠프 내 불필요한 갈등을 불식시키고 쇄신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친박 전횡' 논란 재현될라…'범박' 이주영, 대선기획단장에

관심을 모았던 대선기획단장에 4선의 이주영 의원이 임명된 것도 눈에 띈다. 이 의원은 올해 초까지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춰왔던 중립 인사로, 지난 4.11 총선 당시 당의 공약 부분을 총괄하면서 '범친박' 인사로 편입됐다.

당초 선대위의 그림을 짤 대선기획단장엔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과 서병수 사무총장이 물망에 올랐지만, '친박 전횡'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계파색인 옅은 이 의원을 낙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경환의 '깜짝 비서실장' 인선…표면적으론 2선 후퇴, 권력은 '그대로'

'친박계 실세'로 통하던 최경환 의원이 박 후보의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최재오'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사천 논란을 일으키던 그가 캠프의 '얼굴'에선 물러난 반면, 박근혜 후보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비서실장에 지명되면서 '문고리 권력'은 놓지 않게 된 셈이다. '2인자'를 두지 않으려는 박 후보의 용인술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자, 개혁 인선 포장에도 '실세'는 '실세'로 남게된 셈이다.

특히 지난 총선 당시부터 박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해온 이학재 의원이 부실장으로 '좌천'되면서까지 이뤄진 이번 인선은 경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지낸 최 의원을 일정 부분 '배려'한 것임과 동시에, 캠프의 실질적인 실무와 막대한 살림을 책임지던 역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표면적으론 친박계 실세의 '2선 후퇴'지만, 내용적으로 '권력'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공보단장에 2선에서 활동하던 김병호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논란을 낳는 대목이다. 한국방송(KBS)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박 후보의 경선 패배 후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자 돌연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회창 캠프에 합류한 전력이 있다. 이후 그는 같은 해 1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 그의 이회창 캠프행이 18대 총선 공천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 일종의 '자구책'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