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카메룬에 엄청난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외교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CNK 주가를 띄운 혐의로 김은석 전 대사 등을 기소했다. MB정권 인사들이 자원외교를 외치던 시절, 어떤 ‘사기극’이 벌어진 걸까.
다이아몬드 관련 뉴스 세 건이 지난주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유럽연합(EU)이 짐바브웨의 ‘피 묻은’ 다이아몬드 수입을 허가하는 데 대한 논란이었고, 두 번째는 벨기에 국제공항에서 벌어진 거액의 다이아몬드 탈취 사건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뉴스는 바로 한국의 다이아몬드 스캔들 관련 기사였다.
2월19일, 검찰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하는 CNK 오덕균 대표를 기소중지하고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 등 관련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를 믿고 관련 회사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것이 중대 범죄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은 광산 매장량을 부풀리고 외교통상부 명의의 보도 자료를 배포해 주가를 띄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1월26일 검찰 관계자들이 CNK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나르고 있다.
아무도 본 사람 없는 매장량 보고서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의 시작은 외교통상부가 2010년 12월17일 배포한 보도 자료였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CNK가 매장량이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즈음 이명박 정권 인사들은 자원외교를 앞세워 전 세계 자원 시장을 누비고 다니던 터였다. 비록 민간 업체의 자원 사업이지만 국가로서는 CNK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외교통상부뿐 아니라 지식경제부도 카메룬과의 광업 교류를 홍보하는 데 열중했다. 지식경제부는 아프리카 카메룬과 에너지·광물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카메룬 투자포럼’을 개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민관 합동 자원외교’라는 명목 아래 정부가 나서서 카메룬의 다이아몬드를 홍보했다. 김은석 전 대사는 “미개척 시장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아프리카로의 투자를 독려했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카메룬을 직접 방문해 CNK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가 먼저 CNK의 다이아몬드 사업을 홍보하고 나서니 긴가민가하던 사람들도 카메룬 다이아몬드를 철석같이 믿게 된 것이다. 정부가 사업성을 인증해주자 주가는 치솟았다. 얼마 안 가 CNK 임직원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해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의 실체는 미궁에 빠진 채 주식만 급등했다.
CNK가 카메룬 요카도마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 사업에 뛰어들면서 밝힌 근거는 두 가지다.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 보고서와 198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진행한 탐사 보고서다. 김 교수는 보고서에서 요카도마 광산의 추정 매장량을 연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2배가 넘는 4억 캐럿 이상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김원사 교수는 지병으로 사망했고 이 매장량 보고서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카메룬 현지 언론들도 이 부분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카메룬의 일간지 <카메룬 트리뷴>의 한 기자는 “정부 관계자도 한국 기업도 이 보고서를 직접 보여준 적이 없다”라고 증언했다. 즉 세계 최대 매장량이라는 근거는 오로지 CNK에서 자체적으로 발표한 것밖에 없는 셈이다. CNK가 발표한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다. 벨기에의 안트로프라는 다이아몬드 가공회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수 있어도 그렇게 많은 양이 묻혀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이미 아프리카 식민지 시절, 유럽의 많은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는 다이아몬드 매장지를 몽땅 뒤지고 다녔다. 그 데이터에 잡히지 않았던 카메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다는 주장은 다이아몬드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CNK 오덕균 대표.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객관적인 사실 파악보다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외교통상부의 보도 자료만 믿고 CNK 주식에 투자하는 소액 주주가 생겨났다. 곧 카메룬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뒤늦게 외교부와 국회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결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이 ‘작전’을 주도해 허위 보도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가 동생과 측근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CNK 주식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다.
김은석 전 대사와 측근들 막대한 수익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원으로부터 고발과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지난해 1월 말 수사에 들어갔다. CNK 임직원을 비롯해 이호성 전 카메룬 대사,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 CNK 관련자를 수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CNK 오덕균 대표는 수사 직전 카메룬으로 출국해 몸통 없는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검찰은 오 대표를 송환하려고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범죄인 인도 청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강제소환 조치를 취했으나 오 대표는 카메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 수사 발표도 끝내 오 대표를 수사하지 못한 채 나왔다. 오 대표는 지금도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지에서 다이아몬드 채굴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다이아몬드만 확보하면 주가 조작 등 모든 혐의가 벗겨지리라 믿는 듯하다. 그는 가끔 국내 기자들을 불러 카메룬 현지 다이아몬드 광산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현지 기자들에 대한 언론 플레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카메룬 정부에게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할 것도 권유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산지를 명확히 표기하도록 규정해, 반군의 자금줄이 되거나 인권 유린이 일어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협약이다. 오 대표에게는 이런 본연의 이유보다 한국에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기 위해 킴벌리 프로세스 가입이 반드시 필요했다. 2012년 8월14일 카메룬은 드디어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했고, 지난 1월 CNK는 탐사를 진행하면서 수집한 다이아몬드 원석 약 617캐럿(킴벌리 프로세스 평가액으로 약 14만2000달러어치)을 한국으로 수출했다. 카메룬에서 광산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관리가 참여한 성대한 수출 기념식을 열면서 CNK는 모든 상황을 역전시키는 듯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한국에 도착하면 오 대표는 카메룬에 다이아몬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CNK 주가는 다시 뛰고 그간의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막판 뒤집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주식은 별로 움직임이 없었고 다이아몬드에 대한 세상의 의심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이 다이아몬드가 카메룬에서 온 것만 증명할 뿐이다. CNK가 카메룬에서 보낸 이 다이아몬드가 실제로 그가 개발하는 광산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3월9일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 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로써 카메룬 다이아몬드는 스캔들로 종결되었다. 다이아몬드 채굴은 단 몇 해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십수 년 후 CNK 오 대표가 실제로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사업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스캔들로 인해 손해 본 소액 투자자가 있는 만큼 그는 범죄를 주도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1800년대부터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며 수많은 원주민의 목숨을 희생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아프리카 독재자나 반군의 무기 자금으로 이용되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세계로 팔려나간다.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역사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다이아몬드로 크게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개의치 않는다. 손해 본 소액 투자자들과 세계 최대 매장량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다고 기뻐하던 카메룬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CNK의 다이아몬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