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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5일 화요일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05일자 기사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를 퍼왔습니다.
[조윤호의 우파의 시대에 살아가기]댓글 알바 뛰는 국정원 직원의 현실

국정원 요원들을 다룬 드라마 (7급 공무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기관 요원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아이리스2)도 곧 방영될 예정이다. 7급 공무원과 아이리스2 이전에도, 국가정보기관 요원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와 영화는 많았다. 그곳에서 정보기관 요원들은 임무에는 냉철하지만 인간다운 매력을 풍기는, 하지만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멋진 요원들로 묘사된다.

나 알바 아니야, 정직원이야!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 눈앞에 있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모습은 어떨까? 재작년 초를 떠올려보자. 한국 무기를 구입하겠다며 방문한 인도네시아 외교사절단의 호텔방에 한국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숨어들어 노트북을 훔쳐보다 호텔직원에게 걸렸다. 그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당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정원의 허접한 일처리(?)와 무리한 임무수행을 질타했다.

▲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국정원 직원 불법선거 운동 혐의사건 관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날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는 현재 상당히 뒤집힌 상황이다. ⓒ뉴스1

최근 국정원이 다시 정치권과 언론의 중심에 있다. 국정원이 북한 간첩이라도 소탕한 걸까? 아니면 북한의 핵개발에 관한 주요한 정보라도 입수한 걸까? 아니다. 문제는 인터넷이다. 민주당이 대선을 전후로 국정원 여직원이 집권여당에 동조하고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으나 수사를 통해 사실이 드러나자 국정원은 인터넷 상의 종북주의자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국정원 직원이 진보성향의 인터넷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야당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무더기로 올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국정원은 “대북심리전 활동을 위해 글을 올렸다.”고 말을 바꿨다.
이 사건을 접하고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아니, 국가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 선동을 하다니!”라는 분노가 아니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이 최초로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 직원의 집을 에워쌌던 날,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바로 하루 전날에도 국정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황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라 공식 발표했다. 두 가지 사건이 대비되면서 국정원의 무능함은 더욱 빛났다. 트위터에는 “인터넷에서 ‘너 알바지?’라고 물으면 기분 나빠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알바가 아니라 정직원이었구나.”라는 자조 섞인 유머가 떠돌았다.

종(從)북 vs 종(從)명박

이 사건이 황당하게 느껴지는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활동을 국가안보, 국익으로 포장하는 국정원의 가증스러움 때문이다. 국정원은 종북주의자들에게 인터넷과 여론이 조작당하지 않도록 대북심리전을 펼친 것이라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은 김정일과 김정은,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북한에 관련된 글이니 국정원에 이에 대해 개입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치자. 북한에 관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자 국정원이 이에 대응한 거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지난달 25일 불법선거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29)가 3차조사를 마친 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문제는 국정원 직원 김씨가 4대강 사업이나 무상보육 철회, 제주해군기지 철회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두둔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치켜세우는 등 이명박 정권을 옹호하는 글을 많이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 인사를 비판하고 박근혜 후보를 띄우는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칭송하고 박근혜를 치켜세우는 게 종북주의에 대응하는 것과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그리고 이게 왜 ‘대북심리전’일까?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고 박근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적이고, 한국의 적인 북한과 똑같은 놈들이라는 걸까?
대선 직전 (한겨레)는 전직 국가정보원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2011년부터 4대강 사업 등 국정홍보와 ‘좌파와의 사상전’을 내세워 심리정보국 산하에 안보 1, 2, 3팀을 설치해 ’인터넷 댓글 사업’을 전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 “국정원 엘리트 70명 ‘댓글알바…자괴감 느껴” ) 이 인터뷰에서 전직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을 비롯한 치적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국정원에서도 처음에는 이런 정권홍보를 위해 조직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치적 홍보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홍보 활동을) 확장하게 되면서 야당 인사에 대한 비판 또는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에 반박 댓글을 다는 쪽으로 확장된 것이다”고 전했다.
이 인터뷰는 ‘국정원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건 나쁘다’는 식으로 전개되었지만, 사실 치적 홍보 역시 ‘정치적 활동’에 가깝다. 특정 정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안보 관련 사항도 아닌 정부정책을 홍보하는데 왜 국가정보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홍보처를 통해 정책홍보를 하면 되지 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여론전을 하는 걸까? 이들은 특정 정권,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과 국익을, 특정 정치세력의 정권유지와 국가안보를 혼동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이익 및 안정과 국익, 국가안보를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UN 안보리에 회부했을 때의 일이다.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관련 정부 발표문에 대한 의문점을 UN안보리에 서한으로 발송했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은 참여연대를 난타하며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물었다. 그 때 어김없이 국익논리가 등장했다. 한국 정부의 발표에 반박을 제기하는 주장을 한 것이 국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정부발표에 의혹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게 국익을 해친다고? 국익을 해체는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욕을 먹는 것이 아닌가?
국방부가 나꼼수 등 정부 비방 팟캐스트를 듣는 군인들의 스마트폰을 조사하고, 삭제 조치한 일도 있었다. 군인들이 지키는 건 국가이지 특정 정권이 아니다. 나꼼수 듣는다고 종북이면, 나꼼수를 못 듣게 한 국방부는 종(從)명박이다.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이명박 정부만 이렇게 해괴한 국익 논리를 내세운 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벌어진 황우석 사태를 떠올려보자. 황우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PD수첩을 비롯한) 언론은 정치권은 물론 온갖 ‘국민’들의 물리적, 정신적 협박에 시달렸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은 황우석을 비난하는 건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 주장했다. 유시민은 "언론의 자유가 판을 쳐서 악취가 난다"는 말까지 했다. 국익이 침해되는 게 아니라 황우석을 밀어주고 줄기세포 사업을 추진한 정부의 공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당한 의혹제기를 막은 게 아닌가? 만약 황우석에 대한 의심이 전혀 제기되지 않다가 나중에 황우석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은 개망신을 당했을 것이고 세계인들의 안주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국익을 침해한 걸까?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모습도 유사하다. 정권 유지를 위해 봉사하면서 이를 국익과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정권 유지라 쓰고 국익이라 읽는다. 경찰이나 검찰 등 다른 국가기관이라고 다를까? 보수우파들은 언제나 그들이 하는 일에 국익, 국가안보를 내세운다. 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국익은 누구를 위한 국익이며, 그들이 내세우는 국가안보는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을 한답시고 정권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쳤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하는 국정원은 아마 그런 네티즌들은 국민도 아니고, 지켜야 할 대상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들이 내세우는 국가안보가 많은 사람들을 지켜줄 수 없는 이유다.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쌍용자동차 사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15일자 기사 '쌍용자동차 사태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를 퍼왔습니다.
[조윤호의 우파의 시대에 살아가기]

지난주 목요일, 트위터를 통해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전원 복직’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아, 이제 해결된 건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무급휴직자 복직을 축하한다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니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국정조사

쌍용자동차 사측이 무급휴직자 복직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주 수요일, 나는 우연히 대한문 앞 농성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현준 씨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만약 무급휴직자들이 복직한다며 쌍용자동차 사태가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쌍용자동차 사태의 원인은 사측이 기획한 부도입니다. 경영진이 먹튀 자본에게 회사를 넘기려고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있어요. 부도가 났으니 경영상의 위기라며 정리해고가 실행되었고, 이에 맞서는 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손해배상청구소송 및 재산가압류)가 가해졌습니다. 지금까지 23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더한 비극을 막기 위해 우선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국정조사를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진실규명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현준 씨의 말이다. 이현준 씨를 비롯한 많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대한문 앞에서 농성 중이다. 그들은 왜 이 추운 날 거리에 나와 있을까? 지난 11월 20일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철탑 위에 올라갔다. 지금도 그들은 여전히 그 높은 철탑 위에 있다. 왜 그들은 위험하게 철탑 위에 올라간 것일까?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정비지회 조합원 이현준씨

노무현 정부 때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를 매입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기술만 빼가려는 먹튀 자본이라며 매각을 반대했지만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하이차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쌍용자동차를 포기했다.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646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77일 간의 옥쇄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들을 강경 진압했고,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자 혹은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로 뿔뿔이 흩어졌다. 갑자기 직장을 잃고 생계에 위협을 느낀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자살이나 질병으로 죽어갔다. 그 수가 23명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부채비율을 높이고, ‘경영상의 위기'를 만들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법원과 정부는 경영상의 위기라는 상하이차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정관리를 수용했고, 이 판단을 근거로 사측은 노동자 2646명을 정리해고 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77일 간의 옥쇄파업 과정에서도 경찰이 노사의 협상을 기다리지 않고 과잉진압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현준 씨가, 그리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사측이 회계조작을 했는지 밝혀내자는 것이다.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는지 밝혀내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밝혀내자는 것이다. 23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되었고, 수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그 고통의 원인인 사측의 정리해고와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진실을 밝혀내자는 것이다.

무급휴직자 복직은 쌍용차 사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따라서 무급휴직자 복직은 쌍용차 사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애초에 무급휴직자 복직은 2009년 노사가 합의한 사항으로, 이미 3년 전에 지켜졌어야 할 약속이다. 2646명의 해고노동자 중 무급휴직자는 455명, 희망퇴직자는 1904명, 희망퇴직을 거부한 해고자는 159명이다. 이직, 자진퇴사, 사망한 노동자가 129명이다. 설사 455명은 전원 복직된다 해도(한진중공업의 경우처럼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사측이 무기한 휴업을 할 경우 복직한 무급휴직자들도 ‘사실상의 실업자’가 된다) 남은 노동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정리해고의 부당성이 드러나야 농성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고, 더 이상의 죽음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무급휴직자 복직은 쌍용자동차 사태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1면에 쌍용자동차 사태가 ‘일단락’되었다고 보도하고, 10면에는 라는 역겨운 제목을 단 기사를 실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데도 마치 문제가 다 끝났다는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국정조사나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리한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려는 수작이다. 동아일보 역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진을 싣고, 그 밑에 ‘동료가 돌아와서 기뻐요.’라는 설명을 달았다. 마치 모든 게 다 해결되었다는 듯이 말이다. 실제로 해고노동자들은 “이제 너도 돌아가는 거냐?”는 주변의 문자와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사측이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무급휴직자 복직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궁색한 국정조사 반대 논리

쌍용자동차 사측 외에도 국정조사를 막으려는 세력들이 있다. 이 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대선 전 국정조사를 분명히 약속했는데도, 새누리당은 대선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를 회피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며 “왜 (철탑에)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다. 내려오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수요일에 만난 이현준 씨는 “왜 대한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권투에서 상대방이 내 펀치를 계속 맞고도 끄떡 하지 않으면 다시 칠 필요가 없다고 느끼지 않나. 분향소 차리고 기자회견도 하고 우리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해볼 건 다해봤는데, 사람들이 너무 무관심했다. 그래서 다른 걸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에서 농성하면서 우리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대한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옥쇄파업도 77일이나 했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는 수도 없이 했다. 분향소를 차리고 이슈화도 시켜보려고 했으나 정치권과 사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대한문에 농성장을 차리고 철탑 위에 올라섰다. 도대체 노동자들이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어떤 이들은 일단 철탑 위에서 내려와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애초에 노동자들이 철탑 위에 올라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은 “국정조사를 하면 사태가 장기화된다.”고 말했다. 2009년 정리해고가 있었고, 지금 4년이 지났다. 사태가 장기화된 게 누구 때문일까? 바로 그걸 밝히는 작업이 국정조사이다. 어떤 노동자는 목숨을 끊고, 어떤 노동자는 철탑 위에 올라가게 만드는 이 사태의 ‘장기화’가 누구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노사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며, 국정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정부가 개입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주로 보수언론들의 지긋지긋한 레퍼토리다. 그러나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사가 알아서 협상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끼어들어 과잉진압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 사측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노동자가 이에 맞서고 있을 때 정부와 법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여 사실상 사측의 편을 들었다는 의혹이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이 의혹들을 밝혀야 한다.

우파의 시대에 ‘함께’ 살기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하나같이 보수우파들의 지긋지긋한 레퍼토리에 기초한다.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에 따라 정리해고를 할 수 있고, 정부나 외부세력이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논리! 기업 사정이 좋아지면 노동자들을 다시 채용하고, 노동자들은 그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라는 논리!
하지만 우리는 이 당연해 보이는 논리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 기업들이 정리해고와 이를 통한 자본철수, 이윤 확보를 위해 있지도 않은 ‘경영상의 위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노동자들한테는 ‘경영권’도 없는데 왜 ‘경영상’의 위기가 터지면 경영자들과 회사 이사, 간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걸까?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이러한 질문의 연속일 것이다. 함께 살자.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

조윤호 /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저자  |  mediua@mediaus.co.kr

2013년 1월 7일 월요일

문제는 비정규직이야, 이 바보들아!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7일자 기사 '문제는 비정규직이야, 이 바보들아!'를 퍼왔습니다.
[조윤호의 우파의 시대에 살아가기]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이제 나는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난 또래 친구들과 달리 토익이나 제2외국어, 봉사활동 등의 스펙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약간 막막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 그런 거 없어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막연하게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교육센터의 언론사 준비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현직 PD인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한 명씩 일어나 왜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은지 말해보라고 했다. 하나같이 언론인의 꿈과 포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쭈뼛쭈뼛 앞으로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원래 방송작가가 하고 싶었는데요. 작가를 하면 비정규직에 삶도 불안정하다보니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부모님이랑 이야기하다 피디 준비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PD는 그래도 정규직이잖아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마 입사면접을 보러 가서 저런 식으로 말했다간 바로 ‘광탈(광속 탈락)’할 지도 모른다. 청년들은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는 내내 그리고 면접장에서 열정과 꿈에 대해 말해야만 한다. 우리는 나의 열정과 꿈이 당신네 회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끊임없이 어필해야 한다. 그런데 꿈과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부모님이 반대해서, ‘정규직’이라서 이 직업을 선택하겠다니! 하지만 난 그의 말에서 ‘진심’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가 꿈과 열정을 팔아가며 얻고자 하는 건 정규직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닐까?
그의 말이 끝나고 강사였던 PD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PD도 이제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가 아니에요. 만약 여러분들이 무언가 표현하고 싶고 방송 제작이나 기획을 정말 하고 싶어서, 그래서 외주제작사건 비정규직이든 뭐든 상관없다면 PD시험을 보세요. 하지만 PD를 하는 이유가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 때문이라면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문이 너무 좁아요. 방송3사도 요즘 다 외주에 비정규직 씁니다.”
정규직 일자리 때문에 PD가 되고 싶다는 한 학생의 말도, 이에 대해 ‘이제 그런 거 없다.’고 대답하는 PD의 말도 모두 사실이다. 청년들은, 그리고 고용시장에 새로 들어서는 구직자들은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 소수의 정규직 일자리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을 더욱 더 갈망한다. 
취업 준비를 조금만 해본 사람이면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면 나처럼 이제 갓 취업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본 사람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려면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 채용 자리는 쉽게 나지 않고, 고시도 경쟁률이 엄청나다. 하지만 언제 붙을지도 모르는데 몇 년 동안 고시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다가 나이 많이 먹으면 취직도 잘 안되는데 말이다.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에 대한 어른들의 말말말

청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 현실을 잘 모르는 어른들이 많은 것 같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명절날 만나는 친척 어른들의 ‘취직’ 이야기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아는 형은 잘 나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데도, 명절 때마다 어른들에게 “언제 이직하냐.” “아직도 거기 다니느냐.”라는 말을 들으며 산다. 친구의 사촌형은 10대 일간지 중 한 곳에서 일하는 한 기자인데도 조중동이나 방송3사 아니면 언론 취급도 안 해주는 어른들 때문에 매번 “때려 치고 대기업 시험 봐라.”라는 말에 시달린다. 어른들이 다른 사람의 직업을 무시하는 파렴치한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른들도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식들을 다그치는 것이다.

▲ 필자와 같은 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시립툰)이 그린 4컷 만화. 인터넷에 떠돌며 취업준비생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정치권이나 정책결정자들, 일부 언론들의 시각도 취업준비생들의 친척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들이 ‘눈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왜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꺼려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은 막상 자기 자식이 비정규직이 된다고 하면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줄까? 아마 웬만하면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거나 언젠가는 대기업으로 이직하라고 닦달하지 않을까?
몇몇 경제학자나 칼럼리스트들은 청년들에게 해외취업이나 창업을 권한다. 해외취업이야말로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보다 더 ‘좁은 문’이다. 한국에는 없는 일자리가 해외에는 넘쳐날 거라는 생각은 어디에 근거하는지 모르겠다. 경제위기와 실업은 한국에만 닥친 일인가? 외국 나간 친구들도 취업이 안 돼서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창업 역시 취업길이 막힌 청년들에게 하나의 ‘통로’는 될 수 있지만 ‘대안’은 될 수 없다. 자영업자 중  40%가 도산하고, 수없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에서 자영업은 포화상태다. 청년들이 창업을 한다 해도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들마저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사회문제라고 보도할 정도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성공한 자영업자들의 성공신화를 보여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망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를 위한 커리어, 인턴!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청년인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들에게도 이를 권장했다. 취업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나 역시 실무능력도 쌓을 겸 인턴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턴은 구직자들이 거쳐야할 ‘코스’ 중 하나다. 기업이 ‘신규’ 채용 대상자들에게 ‘경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인턴을 구하려고 보니 이게 인턴인지 정직원인지 구별이 안 간다. 인턴을 하기 위해 또 ‘스펙’이 필요하다. 대기업도 아니고 중소 언론사의 인턴으로 일하려는데 온갖 화려한 스펙을 가진 취업준비생들이 모여든다. 인턴 하는데도 자기 스토리와 꿈과 열정이 필요하고, 토익성적과 무슨 놈의 '경력'이 필요하다.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을 하려고 했는데 인턴에도 경력이 필요하다니.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 고교 졸업생 취업박람회와 채용설명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조기취업한 새내기 청년인턴사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시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1 중소기업 새내기 청년인턴 합동연수'에서 연수시작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합동연수는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인턴사원을 위한 별도의 연수실시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조기취업 인턴자들의 조직적응 및 역량강화를 위해 마련됐다.ⓒ뉴스1

여차저차 해서 인턴이 된다 치자. 그래도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보장이 없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는데 정규직이 아니라고 돈도 안 준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안 늘리고 인턴을 적극 활용하여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기업들도 ‘선진국’에서 배운 모양이다. 기업들이 평일 내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인턴으로 고용하다보니 대학생의 경우 휴학을 안 하면 인턴으로 지원하기도 힘들다. 그러다 졸업은 늦어지고, 졸업이 늦어지고 나이 먹으면 취직에 불리하고.......진퇴양난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인턴 제도를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고 청년실업이 줄었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인턴은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청년실업 대책이었다. (아, 4대강 파서 일자리 몇 개 늘린 거 빼고.)

문제는 비정규직이야, 이 바보들아!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박근혜는 청년실업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박근혜가 대선 때 내세운 청년 취업 정책은 한 마디로 ‘스펙초월’이었다. 청년들이 스펙에 매달리지 않고도 취업할 수 있도록 모든 직종에 요구되는 직무 능력을 표준화하고(국가직무능력표준시스템), 이 직무능력을 교육할 ‘스펙초월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이 각자의 채용 절차를 가지고 있는데. 국가직무능력표준시스템을 수용할 지 미지수다. 오히려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할 일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노무현 정부가 내신등급제를 도입했던 때를 생각해보자. 노무현 정부는 수능에 대한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내신등급제를 도입했지만, 수험생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수능과 내신 둘 다 잘해야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준비생들은 이미 ‘표준화’된 토익과 ‘표준화’된 인·적성을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은 하지만 나에게도 답이 없다. 아마 나 역시 다른 취업준비생들처럼 열심히 스펙을 쌓고 시험 준비를 해서 취직할 것이다. 아니, 사실 그조차 불확실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청년들이 정규직의 안정된 일자리로 몰려드는 현실을 개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정규직들에게 가해지는 높은 노동 강도와 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 불안정노동의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문제, 즉 한국사회의 재생산 문제가 걸려 있다. 비정규직의 노동조건과 불안안정노동을 해결하지 않고 청년실업에 대해, 한국사회의 재생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기만이다.
이에 대한 박근혜의 입장은 어떤가? ‘노동의 유연성은 인정하되 기업들이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해 사회적 압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기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형태의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에 공시하도록 의무화) 고용 형태를 공시하도록 하면 기업들이 “아, 우리 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게 들통 났어. 부끄러워. 이제 정규직화를 해야겠어.”라고 생각한다는 것일까?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이들이?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박근혜 시대는 청년과 구직자들, 노동자들에게 험난한 시기일 것 같다. 박근혜의 시대, 우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치고 연대하며 이 시기를 함께 견뎌야 한다. 아마 나도 그럴 것 같다.

조윤호. 서울시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학내 자치언론 (대학문화)의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서 20대라는 이유로 여기저기에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개념찬 청춘), (별별 차별)(공저)이 있으며, 최근 박근혜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바탕으로 (보수의 나라 대한민국 : 박근혜로 한국사회 읽기)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