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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5일 수요일

고속철과 새만금은 득표용 날림 국책 사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5일자 기사 '고속철과 새만금은 득표용 날림 국책 사업'을 퍼왔습니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③]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것을 기점으로 소비에트연방공화국과 동구권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다. 1985년 소련에서 고르바초프의 등장은 공산주의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그가 대내적으로는 개혁(perestorica)과 대내적으로는 개방(glasnost)을 주창하면서 철의 장막이 걷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노태우 정권도 집권 초기부터 북방외교, 북방경제로 요란했다. 방향은 옳았지만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시장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없이 시끄럽기만 했다. 당시 많은 기업인들이 정부의 정책에 편승해 북방국가들을 드나들면서 합작투자니 뭐니 해서 금맥이라도 잡은 듯이 부산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정권 차원에서 소련과 동구권 국가에 경협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소련에는 30억 달러의 차관을 줬지만 아직까지도 미수금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가 채무를 승계했지만 상환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당시 외채가 420억 달러에 달했다. 그 시점의 외환사정을 고려한다면 그 같은 거액의 차관까지 주면서 수교를 서둘 이유가 없었다. 공산체제가 하루아침에 붕괴되었지만 시장경제는 하루아침에 도입되지 않는 사실을 묵과했던 것이다. 당시 구공산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심각한 생필품난을 겪었지만 구매력이 없어 한국상품을 수입할 여력이 없었다.

밖으로는 돈 주고 수교, 안으로는 대형 국책 사업 남발

노태우 정권은 돈을 주고 수교(修交)를 사는 한편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대형날림 국책공사도 남발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부고속전철과 새만금 사업이다. 사업의 타당성-경제성과 함께 환경영향을 따지지 않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막대한 재정투입이 필요한 대형사업을 잇달아 확정했던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득표전략으로 급조했다. 노태우 정권은 1989년 불쑥 공사비 5조8462억 원을 들여 1998년까지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건설계획을 날림으로 만든 바람에 착공 후에 노선을 변경했다. 당초에는 대구~밀양~부산을 잇는 직선이었다. 그런데 1992년 대구~경주~부산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경주, 포항, 울산 지역의 표를 노린 득표전략이었다.

여기서도 말썽이 터졌다. 경주 도심을 통과하면 문화재를 훼손한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경주 우회로 바꾸었다. 이어 1992년 4월 천안~대전 구간에서 부랴부랴 착공식을 열었다. 땅 한 평도 매입하지 않은 채 하천부지에서 첫 삽을 떴다. 국책사업을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득표수단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착공한 지 1년여가 지난 1993년 6월 김영삼 정권이 건설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완공시한을 당초보다 4년이나 늦은 2002년으로 미루고 공사비도 2배 가까이 증액했다. 그 이후에도 알게 모르게 완공기한과 공사비가 늘어났다. 2004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됐다고 떠들었지만 그것은 부분개통이었다.

경부고속철도 1단계공사는 409.8㎞인데 광명~대구 238.6㎞는 고속철로로 달리고 나머지 서울~광명과 대구~부산은 기존철로를 전철화해서 운행하는 반쪽짜리 고속철도였다. 동대구~경주~울산~부산을 연결하는 이른바 2단계 구간은 169.5㎞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128.5㎞인 동대구~부산 구간을 2010년 11월 1일 서둘러 개통했다. 이 또한 정치적 행사여서 G-20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다. 나머지 대전~대구 도심구간 41㎞는 2014년에 가서야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1989년 노태우 정권은 고속철도 건설계획을 발표할 당시 완공시기를 1998년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공사가 지연되자 김영삼 정권이 건설계획을 수정해서 4년 늦은 2002년에 공사가 끝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완공시기를 10년이나 넘긴 2012년까지도 공사가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초 건설계획을 발표한 지 25년, 착공한 지 22년이 지나서야 완공된다는 이야기다.

당초 공사비도 5조8462억 원이 들어가면 완공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완공시기와 공사비가 수시로 늘어나더니 2010년 전 구간을 완공하려면 당초보다 3배 이상 많은 18조4358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발표가 나왔었다. 이제는 공사를 완전히 끝내려면 공사비가 당초보다 무려 3.5배 이상 늘어난 20조7282억 원이나 들어간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선거를 앞두고 득표용으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주먹구구로 산정했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을 이렇게 엉터리로 계산해서 추진함으로써 국가경제에 막대한 낭비를 초래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진 사람이 없다.

고속철도는 평지에 적합하다. 그런데 경부고속철도는 전 구간의 70% 이상이 터널과교량을 통과한다. 터널공사를 하다가 대규모 폐갱도를 만나 공사를 중단하거나 노선을 변경하기도 했다. 교량상판 설계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공사를 멈추기도 했다. 정밀지질조사도 하지 않고 설계도면도 없이 공사를 벌여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숱하게 일어났다. 천성산 터널공사를 둘러싼 환경파괴 논란도 그 까닭에 발생했던 것이다.

▲ 방조제 완공 전, 새만금 공사 모습. ⓒ뉴시스

단군 이래 최대 국책 공사, 실상은 주먹구구

1987년 12월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 노태우는 느닷없이 새만금 사업을 발표했다. 바다에 방조제를 쌓아 대규모 농업용 간척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또한 호남지역 득표전략이었다. '호남 푸대접론'이 선거쟁점으로 떠오르자 공약을 급조했던 것이다.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은 물론이고 환경파괴와 자연훼손에 대한 검토도, 여론수렴도 없이 서둘러 발표하여 공사과정에 많은 논란과 함께 말썽이 일어났다.

노태우 정권은 1991년 8월에야 공사를 개시했다. 공사착공시한 또한 199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것이었다. 득표를 노린 정치적 포석이었다. 새만금 사업도 대역사이다. 바다를 막아서 길이 33.9㎞의 방조제를 축조하여 간척지를 조성하는 공사이다. 김영삼 집권 당시인 1996년 7월 시화호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새만금 공사가 도마에 올랐다. 새만금도 시화호와 같은 꼴이 되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앞서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었고 1994년 1월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쌀 시장이 부분적으로 개방되었다. 여기에다 식생활 변화에 따라 쌀 소비량이 줄면서 쌀이 남아돌자 농지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차라리 갯벌을 그냥 두는 게 경제적 이득이 크다는 논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환경단체의 반발이 드세져 1999년 5월부터 2년간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관민공동조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환경단체가 매립허가 취소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그 공방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2005년 2월 서울행정법원이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공사를 강행한다며 이에 맞서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당시로는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노태우 정권이 새만금 사업을 추진할 당시 총사업비를 8200억 원, 공사마무리 시기를 2012년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중지, 공사중지 가처분에 의해 두 차례나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여기에다 어업보상비 4400억 원이 추가되었고 방조제 유실로 77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사업비가 1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사업비도 2002년에는 당초보다 2.5배에 가까운 3조489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0년 4월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됐다. 1991년 첫 삽을 뜬 지 19년만의 일이었다. 완공된 다음에도 일부 구간이 유실되어 말썽을 빚기도 했다. 1998년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공사완료 예정시기인 2011년까지 추정공사비는 농지조성을 위한 비용이 5조9530억 원(외곽공사비 2조2930억 원, 내부개발비 3조66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감사원은 전라북도가 바라는 대로 용도를 변경해서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할 경우 28조5529억 원(외곽공사비 2조2930억 원, 내부개발비 26조2599억 원)이 소요된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완공시기도 2020년이니 2030년이니 하는데 그 막대한 재원을 과연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선거전략으로 대형 국책사업을 날림으로 추진함으로써 공사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부실공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줬다. 국책사업이라면 경제적-환경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재원조달계획을 세우고 투자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그런데 선거전략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국민부담만 가중시켰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2012년 5월 9일 수요일

[울림마당] 새만금에 ‘카지노도시’가 웬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8일자 기사 '[울림마당] 새만금에 ‘카지노도시’가 웬말'을 퍼왔습니다.

곽화정 전북환경운동연합 운영팀장
김완주 전북지사가 얼마 전 협동조합 등 유럽의 사회적 경제 모델을 보고온 뒤 내놓은 첫 작품은 ‘카지노’였다. 전북도는 지난달 17일 사실상 새만금 카지노 도시 조성 용역이나 마찬가지인 ‘새만금 게임시티 조성 타당성 분석 및 개발방안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새만금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민간투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카지노 도시 조성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과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정선 강원랜드까지 카지노 17곳이 운영중이다. 그리고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10곳은 적자인 상황이다. 전북도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보다는 특별법에 의해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정선 카지노처럼 내·외국인 겸용 카지노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까운 배후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가장 많은 도박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2010년 발표를 보면, 카지노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85.6%로 치명적이다. 지역 주민들이 생업을 저버리고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더욱이 카지노는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도박업자만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국가 세수증대에 비해 지방 세수증대 효과는 크지 않다. 언론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내국인 전용인 강원랜드의 연간 지방세가 184억원, 16곳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지방세수는 33억원으로 1곳당 2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역사회가 치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실질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새만금 사업을 시작한 지 21년이 흘렀다. 그동안 새만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북 도민들의 가슴엔 피멍이 남아 있다. 환경파괴라는 값비싼 대가도 치렀다. 갈등을 겪은 지역민들을 위로하는 길은 무엇일까? 새만금을 통해 지속가능한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카지노 관광객들이 근처 부안의 마실길과 고창 선운산을 얼마나 찾을까? 대부분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새만금을 이런 도박도시로 만든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고, 지역갈등을 감내하면서까지 추진한 새만금 사업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새만금사업은 미래의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 전북도가 새만금에서 카지노 도시 ‘잭팟’을 꿈꾸는 것은 아닌 지 정말 걱정스럽다.

곽화정 전북환경운동연합 운영팀장

2012년 3월 11일 일요일

다시 조개 떼죽음, 죽음의 새만금에서 희망을 생각한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3-08일자 기사 '다시 조개 떼죽음, 죽음의 새만금에서 희망을 생각한다'를 퍼왔습니다.
방수제 공사 1년, 새만금에는 다시 죽음의 그림자 어른거린다희귀 철새들 찾아와 희망의 싹은 있다…지킬 곳은 꼭 지켜야


▲매말라 버린 갯벌에서 조개들이 죽은 채 나뒹굴고 있다. 2006년 물막이 때 이후 두 번째이다.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지난 3월 4일, 새만금지역을 둘러보았다. 막바지 겨울철을 보내고 생명이 움트는 봄맞이에 나서야 할 생명들이 새만금에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부터 새만금 방조제 안의 수위를 해수면보다 1.6m 낮게 유지하면서 공기 중에 노출된 갯벌 면적이 늘어나 수많은 조개 등 저서생물들이 죽어서 나뒹굴고 있다. 죽음의 아우성이 매마른 갯벌에서 들리는 듯하다.


▲동진대교 바로 밑 동진수로에서 벌어지는 방수제와 매립공사 모습.

극히 좁은 폭으로 남겨진 갯벌은 흑갈색의 바닷물이 짤랑거리며 갯벌을 검게 변화시키고 있다. 죽음의 아우성 소리를 들었는지 하늘에서는 부슬 부슬 봄비가 내린다. 뭇 생명들에게 생명의 물이 될 봄비가 새만금의 뭇 생명에게도 생명수가 되어 주기를 빈다.

이같은 희망에도 아랑곳없이 새만금 지역엔 방수제 공사로 인해 온통 죽임이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2006년 4월 21일 방조제 물막이 이전에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몰려들었던 만경강 하구의 화포와 어은리 지역과 동진강 하구의 문포와 학당지역은 아름다운 새소리를 대신해 방수제 공사를 위해 오고가는 포크레인과 트럭들의 괭음소리만이 대신하고 있다.

가끔씩 먹이터와 휴식터를 잃고 헤매는 새들이 하늘을 배회하거나 위태롭게 남겨진 갯벌에 머무르고 있기도 하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역에 남은 새들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모르는지, 먹이 찾기와 깃털 정리에 여념이 없다. 


▲군산 월연리 갯벌에서 공사 중임에도 휴식중인 재두루미 12마리와 시베리아흰두루미 1마리의 모습.

김제 거전마을을 가로질러 예전 바닷가에 다다랐다.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부착된 줄을 들어 올리고 차를 몰아 매마른 갯벌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 무수히 많은 조개들이 하늘을 향해 물을 달라며 입을 벌린 채 나뒹굴고 있다.

광활한 갯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민가섬 정상에 올랐다. 물막이 이전에 이곳 정상에서 살아있던 갯벌을 내려다 보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이젠 바닷물이 방조제로 막혀 버려 차마 죽어가는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물가에는 단지 큰고니 두 마리와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몇 마리 만이 보였다. 이곳도 곧 공사장으로 변해 이 모습도 사진으로만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자유로운 출입도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김제 거전갯벌의 민가섬 정상에서 바라본 갯벌 모습.

부안 문포 근처의 농수로 수문에서는 어느 한 노인은 자전거를 타고 와 내리더니 수문에 올라 공사장을 바라본다. 이 노인은 예전에 이곳에서 실뱀장어와 조개를 잡았단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몇 마디 묻자 개발에 기대를 한다고 답한다.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전달되는 개발의 온갖 환상이 어민 자신에게 내면화되어 버린 모습에서 더욱 슬픔을 느끼게 했다. 

▲방조제와 농수로 공사로 갯벌에 발생한 녹조류와 누런 거품들.
▲매립 공사장 바로 옆 물 웅덩이에 죽어 있는 재갈매기 한 마리.
▲새만금 방조제 내측의 수위를 -1.6m로 낮추자 바닥이 드러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어선들.

갯벌을 뒤집어 만든 농수로에 고인 물에는 녹색조류가 밀려 누런 거품과 함께 섞여 잔뜩 끼여 있다. 바로 옆 물 웅덩이에는 죽은 재갈매기 한 마리가 나뒹굴고 있기도 하다. 바닷물 수위가 낮아지자 부안 계화포구와 문포, 김제 심포와 하제포구에는 정박해 있던 배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다.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어민들을 대신해 바닷물이 다시 들고 나기를 기다리는 듯이 묵묵히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공사판으로 변한 새만금 지역에는 적은 수나마 희망을 잃지 않고 여전히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있다. 또한 급격히 줄어든 숫자이긴 하나 여전히 새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새만금지역을 찾고 있다. 


▲급격히 줄었지만 여전히 공사장 바로 앞 갯벌에서 위태롭게 서식중인 새들.

공사 차량들과 포크레인이 생존의 터전을 없애고 있는 김제 심포 근처에서는 넓적부리와 검은머리흰죽지 천여 마리와 혹부리오리 500여 마리가 각각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군산 월연리 앞에서는 재두루미 12마리와 시베리아흰두루미 한 마리가 포크레인을 뒤로 하고 위태롭게 서 있기도 하고, 물을 먹기도 하면서 날갯짓을 하기도 했다. 생명을 이어갈 후손을 낳기 위해 먼 북쪽의 번식지로 떠나는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꼭 번식에 성공하기를 빌고, 올해 겨울에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내려와 편안히 쉬고 먹이를 먹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올 봄 번식지로 가기 위해 남반구에서 올라오는 도요·물떼새들에게도 생존의 희망으로 새만금 갯벌이 남겨지길 희망해 본다. 



단지 희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 국민들의 선량하고 고운 심성에 기대어 본다. 개발로 인한 이익에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 특히 약자들, 새만금 연안 어민들의 생존과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며, 수많은 뭇 생명들의 존귀함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고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올해 국내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어느 선거 때나 마찬가지이지만 올해의 선거는 더욱 중요한 해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는 일에 나서느냐, 아니면 더 악화될 길로 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

부디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선거가 되기를 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중요한 국제회의, 즉 리우 20 총회와 람사르 제11차 총회, 세계자연보전 총회(WCC)가 열린다. 단지 말잔치가 아닌 실질적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합의 내용 그대로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새로운 시작의 해가 되기를 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진실과 실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 늦은 때가 빠르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새만금 갯벌이 살아남을 희망이 있다. 우리 함께 그 희망을 실현히기 위해 노력하자.

글·사진 주용기/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