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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7일 목요일

“비상시국”이라며…박 대통령, 임명가능한 장관도 ‘공석’으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06일자 기사 '“비상시국”이라며…박 대통령, 임명가능한 장관도 ‘공석’으로'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국회 처리 지연 문제에 대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마친 뒤 춘추관을 걸어나가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국회 청문회 보고서 채택된
행안부 장관 등 8명 임명 미뤄
‘위기정치’ 명분 야당 압박·여론전
검찰총장·헌재소장 ‘장기 공백’
정부조직법 무관한 문제 방치
여론수렴 없이 조직개편 강행
새정부 지각출범 사실상 자초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선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말투는 사뭇 비장했다. 윤 대변인은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정상적 국정 수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상시국이라는 인식과 자세를 갖고, 국정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국정상황을 치밀하게 점검해 나가고, 해당 비서관이 부처를 일대일로 챙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말 그대로 ‘비상시국’을 맞은 듯한 분위기다. 출범 열흘째를 맞는데도 국정운영의 틀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한 위기감도 드러난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정 공백’과 ‘비상시국’을 강조할 뿐,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은 외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안마저 방치하면서, ‘위기정치’를 통해 야당을 압박하고 대국민 여론전을 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된 장관의 임명을 미루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유정복(안전행정), 윤병세(외교), 서남수(교육) 후보자 등 8명의 장관은 당장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바뀐 직제로 다시 임명장을 줘야 해 모양이 좋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전 정부 직제로 임명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비상시국’이라면 국내 안전(안전행정부)과 북핵 등 외교안보(외교부) 분야의 장관 임명을 늦출 이유가 없다.
실제 박 대통령은 오전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를 구미 가스유출 사고 현장에 급파해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그런데도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에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국민안전 관련 행정이 소홀해질 수 있고, 안전 관련 대책도 종합적으로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장관 임명을 늦춰 ‘국정 공백’ 상황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준비 부족으로 빚어지고 있는 혼선이나 공백 등을 정부조직법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치권에서는 ‘인수위 때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여론이나 여야의 의견 수렴을 거쳤더라면 정부 출범 이후 처리에 필요한 시간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개편안 처리가 늦어진 데는 박 대통령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늦어지고 있는 인선도 마찬가지다. 인사 일정을 꼬이게 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박 대통령의 부실 인선으로 인한 것이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석연찮은 ‘자진 하차’ 역시 야당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당장 가능한 법무장관 임명을 늦추면서, 법무장관의 제청을 받아 임명하는 검찰총장 지명도 뒤로 밀리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할 조직의 수장이 석달 이상 공석이다. 헌법재판소장 장기 공백으로, 소장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는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법부 공백도 정부조직법 통과 지연과 상관이 없는 분야다.
청와대는 부처 업무 공백과 관련해 ‘해당 분야 비서관이 부처를 일대일로 챙기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서관 인선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 ‘비서관이 부처를 챙기는 것’은 그 자체로 청와대 비서실의 직할 통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과거 정부에선 장관 청문회가 늦어지면 부처 안정을 위해 차관부터 임명해 조직을 추스른 경우도 있었지만, 현 정부에선 차관 인사 시기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각종 법령과 현안이 산적한 국무회의를 무산시키고,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도 하지 않는 것은 그야말로 자해적 정치행위다. 하루속히 대통령의 의무를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종철 석진환 기자 phillkim@hani.co.kr

2013년 1월 5일 토요일

'노동자 죽어가는' 비상시국, 비상대책위원장의 시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04일자 기사 ''노동자 죽어가는' 비상시국, 비상대책위원장의 시대'를 퍼왔습니다.
시국대처할 수 있는 노동정치세력의 재정비가 요구돼

 
▲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 지도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정부의 조속한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에서는 오는 27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노동현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뉴스1

4일 오전 11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한 대표적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 수 명의 노동자와 청년이 자살하는 엄중한 시국에 맞서 정부와 박근혜 당선인에게 노동현안의 해결을 촉구했다.
진보진영의 원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 늙은이가 앞장서서 목숨 걸고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대선이 끝나면 환노위를 열어준다고 말했지만 열리지 않고 있다”며 환노위 개최와 쌍용차 국정조사를 위한 동료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대한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것”이며 1월 5일부터 “다시 희망 만들기” 버스를 출발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몇 갈래로 나뉜 여러 진보정치세력 대표들이 ‘비상대책위원장’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백석근, 통합진보당 강병기, 진보신당 김일웅이 모두 스스로를 비대위원장이라 소개했다.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의원 정도가 예외였으나, 진보정의당 역시 대선 이후 제2창당을 준비하는 과도기적인 세력이다. 진보정치세력은 이합집산 할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내부의 안정도 이루지 못한 셈이다.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으나 민주통합당마저 비대위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생각하면, 야권 전체가 혼돈의 시기를 맞이했다 볼 수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절박하게 외쳐야 하는 비상시국에 야권 정치세력들이 비대위원장을 내세워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역시 야권이 격변하는 정치현실에 적응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하겠다. 노동이 극단적으로 배제되는 시기에 민주당에든 진보정당에든 노동정치세력을 의미 있게 형성하려면 이러한 난맥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섣부른 ‘새 포장’이 아닌 근기 있는 활동이 가능한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파도에 매번 뒤집힐 게 아니라 파도를 타고 넘어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비대위원장의 난립과 연속을 막을 수 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노동자들이) 철탑에 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대의 투쟁주체는, 임시적인 권한을 갖는 비대위원장보다 더 책임 있는 것이어야 한다. 노동정치세력의 재정비 문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윤형 기자  |  ahriman@mediaus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