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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4일 일요일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


이글은 한겨레21 2012-11-05일질자 제934호 기사 '출중한 MB의 연기력을 보라'를 퍼왔습니다.
[크랭크인] 이명박 대통령 1인칭 시점으로 지난 대선을 돌아보는 , 주연배우의 출중한 연기력 돋보이는 5년 기획·제작의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이 개봉 일주일 만에 스크린 수를 11개로 늘렸다. 을 만든 김재환 감독(왼쪽)과 배급을 맡은 고영재 PD. 한겨레TV 제공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얘기다. 이라는 다큐멘터리 얘기다. 꿈도 못 꿨다는 것은 꼭 엄혹했던 1980년대 시절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약 5년 전만 해도 그랬다. 예컨대 이런 일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제작한 영화사 청어람이 다시 야심차게 (괴물2)를 기획하고 프로덕션 일정에 착수하려 했으나 돌연 무산됐던 일이 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괴물이 한강이 아니라, 청계천에서 출몰한다는 설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청계천! 이명박 정부에는 금과옥조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거기에서 괴물이 나온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청어람은 그간 와신상담해, 현재 (26년)이란 작품을 완성하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26년)은 1980년대에 철권통치를 자행했던 군부 독재자를 26년이 지난 현재, 암살하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다.

MB‘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MB‘의’ 추억

자, 어찌됐든 으로 다시 돌아오면 얘기는 이렇다. 김재환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4개 영화관에서 상영을 시작해 개봉 일주일 만에 스크린 수를 11개로 늘렸다. 영화 속에는 이 정부에서 최장수 장관의 재임 기간을 가졌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청계천 사업을 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괴물2)를 생각하면 실소가 터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은 그렇게 긴 설명이 필요한 작품이 아니다.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MB, 곧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MB‘의’ 추억이라는 것이다. MB‘에 대한’ 추억이 아니다. 이 대통령과 그의 지난 5년간의 집권 과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등등 하품 나는 시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시점으로, 곧 그의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행태와 그것을 지금 시기에 되새겨보는 얘기다.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늘 대상을 객관화한다.은 그 점에 대한 역발상이 돋보인다. MB가 MB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과연 어떤 마음일까. 그걸 구경한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자칫, 그리고 흔히들, 이 영화는 반이명박 정부의 노선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일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작은 주제다. 큰 주제는 5년 전에 우리가 치렀던, 그 허무맹랑했던 정치 이벤트가 지금 또다시, 아주 똑같은 모습으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과거로부터 배운 것이 없는가. 우리는 그 과거들과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이 없는가. 지금 이 순간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 선택을 하는 데 우리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근데 뭐 꼭 이런 얘기를 하는 것보다, 이 영화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주연배우가 워낙 연기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맛이 아주 괜찮을 것이다.”

익지도 않은 풀빵 강요한 5년

맞다. 이 다큐멘터리, 재미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년 전 대선 유세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장면 같은 것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날 풀빵 장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풀빵을 구워서 팔아주겠다고 한다. ‘이거 내가 예전에 다 해봐서 아는데’는 대통령의 전매특허다. 그런데 영 풀빵 굽는 실력이 변변치 않다. 다 익지도 않은 풀빵을 사람들에게 강매한다. 그러며 그는 옆에서 옹성거리는 풀빵 장수에게 자꾸만 소리친다. “불이 신통치가 않아, 불이!” 웬 불 탓인가. 생각해보면 그는 늘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유세 과정에서 인기를 모으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나름 기여를 한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와 찍은 광고가, 완벽하게 연출된 것임을 알게 되는 것도 새삼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엄청 화나게 만든다. 은 그 광고가 만들어지는 실제 모습, 메이킹 필름을 보여준다. 광고에서 실제 욕쟁이 할머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오랜 경력의 조연급 연기자였다. 모든 것이 다,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상대편인 정동영 민주당 후보의 모습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저잣거리의 음식을 먹어대는 연기라도 잘해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먹는 것이 영 곤혹스러워 보인다. 자꾸 우유를 권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에게 정동영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연설하고 마실게요.” 그것 참, 그냥 꿀꺽 좀 마시지. 김재환 감독과 그의 다큐팀은 이런 장면들을 처음부터 찍기도 했고, 구입하기도 했으며, 또 우회로를 거쳐 구해내기도 했단다.
영화는 왜 하필 이 시기에 이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라는 오해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 이 영화는 이미 5년 전에 기획됐고 제작 기간도 그쯤 된다. 1차 완성본은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전석 매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과 출연자,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퍼포먼스가 매일매일 정신없이 바뀌었다. 요런조런 얘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렇게 저렇게 구성해놓으면 몇 달 가지 않아 이미 너무 낡은 얘기가 돼버렸다. 그러면 또 새로 쓰고, 새로 구성해야 했다. 이 영화는 지난 5년간 계속 만든 작품인 셈이다. 원래는 지금 버전보다 15분 정도 더 길었다. 그 15분에는 많은 조연급 정치인들이 출연한다. 후보들의 주변을 서성였던 불나방 같은 사람들. 그 추악하고 천박했던 모습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부분을 다 뺐다. 너무 우울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엔딩 크레디트 장면에는 본편에는 나오지 않던 전여옥 전 의원의 모습이 나온다. 자막은 ‘전 친박 의원 전여옥’이라고 뜬다. 지금 전 의원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김재환 감독이 왜 이 장면을 굳이 끼워넣었는지, 그 의미가 느껴진다. 아마 전여옥씨는 꽤나 불편한 심기가 들 터이다.

(트루맛쇼)+(워낭소리)

김재환 감독은 이미 (트루맛쇼)라는 작품으로 스타 다큐멘터리스트가 됐다. 그의 언행에는 풍자와 해학, 재기가 넘친다. 이번 의 배급은 고영재 PD가 맡았다. 고 PD는 다큐멘터리 흥행의 전설인 (워낭소리)의 배급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다큐멘터리에 관한 한 스타 감독과 스타 제작자가 만난 셈이다. 이 영화가, 아무리 적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한들, 쉽게 종영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그 때문이다.
은 실로 간단치 않은 작품이다. 어떤 사람들은 긴장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환호할 것이다. 긴장이든 환호든, 분명한 건 두 가지 모두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국민의 몫이라는 것이다. 착각하면 안 될 일이다.

대표집필 오동진 영화평론가

2012년 8월 1일 수요일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좌경화 영화?


이글은 미디어스 2012-08-01일자 기사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좌경화 영화?'를 퍼왔습니다.
청와대의 우파영화 제작 등 국민의식 우경화 문건 드러나

‘문화를 통한 국민의식 우경화’ 계획이 담긴 7장짜리 청와대 문건이 공개됐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무궁화 문향이 찍혀 있는 문건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작성일 2008년 8월 28일) 문건을 공개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하금렬 대통령 실장 “문건은 없다”고 발뺌했지만 진 의원은 “문건내용이 99% 실행됐다. 청와대 문건이 확실하다”는 분석 결과를 재차 내놨다.

▲ 2008년 청와대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진선미 의원실

청와대가 바라본 ‘문화계’는 좌편향
해당 문건에는 ‘좌파세력의 문화권력화 실태’라면서 “좌파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 하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중심으로 문화 권력의 주도세력으로 부상”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민예총은 DJ집권 후 ‘문화아카데미’, ‘문화정책연구소’ 등을 설치해 문화예술계 전반에 대한 이념적 공감대 확산 및 현실 문화정책대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1999년 문화연대가 결성되면서 문화전반에 걸쳐 전문가 그룹을 포섭·육성해 외연을 확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2년 문성근, 명계남, 이창동 등 700여 명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의 모임(노문모)’를 결성하면서 실체적 권력집단화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좌파를 문화관광부장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국립문화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해 제도권을 통한 좌파세력화가 시행됐다는 것이다. ‘문화부->위원회·국립문화기관->시민단체’로 이어지는 조직구조를 정립시켰다는 게 문건의 요지다.
“영화를 중심으로 좌경화를 추진했다”며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 임찬상 감독의 (효자동이발사)를 문제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문건에서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으며 (공동경비구역JSA)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효자동이발사)를 통해 국가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고 깎아내렸다. 

▲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 내용 중

문화를 통한 청와대의 우경화 전략은
청와대는 문화를 통한 국민의식 우경화 전략으로 새로운 ThinkTank ‘문화정책포럼’을 형성하고 우파 실행기관으로 ‘한국문화산업연구소’ 설립을 제시했다. 문건은 “정부는 연구, 심포지엄, 출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좌파집단에 대한 인적청산은 소리없이 지속실시’ 부분은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기관의 내부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좌파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다”며 “위원장을 교체한 이후 인적청산을 진두지휘하고 BH(청와대)는 민정(수석)을 통해 인적청산작업을 지속 감시하고 독려한다”고 명시했다. ‘좌파 고사’라고 문구도 눈에 띈다.
대규모 문화자본과 정부간 새로운 문화펀드(영진위를 통한 영화분야에 1000억 원 규모)를 조성하고, ‘창조문화센터’(장소는 삼성이 보유한 송현동 미국대사관 직원숙소부지)를 건립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우파 영화제작’도 포함됐는데 CJ, KT, SKT 등 영화자본과 협력해 투자방향을 우파로 선회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SKT는 “한국전쟁 영웅에 관해 시나리오 작업중”,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 투자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메이저신문과 협력해 좌파 행적을 밝히는 기획물을 연재한다는 방향도 설정했다. ‘좌파세력에 대한 정부지원금 평가 및 재조정’도 빠지지 않았다. 문건은 구체적인 시기까지 적시하면서 2009년 좌파단체 지원예산을 근절하도록 지시했다. 문화계에 대한 전면적인 우경화 재편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문건에 따르면 “BH는 총괄기획”하며 문화부, 기재부, 방통위 등은 역할조정을 담당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재원 계획과 실행 일정도 포함돼 있는데, 2009년 정부지원금은 총 72억 원(문화정책포럼 및 한국문화산업연구소 지원 37억 원, 공모전 등 기타 지원사업 35억 원)과 영화 펀드투자는 영진위 기금을 활용해 약 300억 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추진 시기로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10월 대기업 투자계획 발표 및 국회와 기재부 협의를 거쳐 문화부 예산변경 작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11월 SKT 우파영화 시나리오 및 제작사 선정을 완료하고 12월에는 예산을 확정하고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 내용 중

진선미 의원, “소름끼치는 시나리오…실행률 99%”
진선미 의원은 지난 달 31일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의 문건 전체인 10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는 문건은 사실상 99% 실행된 것으로, 청와대 문건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은 ThinkTank ‘문화정책포럼’ 기능으로 설정된 한국문화콘텐츠산업협회가 문건작성 3개월 뒤에 손병두 전 KBS이사장을 대표로 설립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선미 의원은 송현동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우파 문화정책을 마련하는 창조문화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계획에 대해 “현재 대한항공이 2008년부터 7성급 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부지가 덕성여고와 풍문여고 부근으로 호텔을 지으려면 관할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체육부는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유흥·사행 등 부대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경우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진선미 의원실의 문제제기다.
문건 작성 두 달 뒤 영화진흥위원회는 800억 원대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해 문건의 신빙성을 높이기도 했다.
‘SKT와의 우파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서는 SKT가 2008년 곧바로 베넥스인베스트먼트라는 펀드를 조성했다. 베넥스는 SK 최태원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는 곳이다. 진선미 의원은 “최태원 회장이 2008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점과 사면 직후 SKT의 영화산업 펀드를 청와대가 활용하려고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태로부터 청와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좌파 인적청산’은 널리 알려진 대로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한예종 황지우 총장을 비롯한 20 여명의 문화예술 기관장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교체됐다. 이 밖에도 문화미래포럼 출신 조희문 교수가 영화진흥위원장으로 오면서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위탁운영자 선정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탈락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진선미 의원은 “소름끼치는 시나리오들이 고스란히 현실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문화예술은 인간의 가장 자유로운 정신의 산물인데 (청와대는)그것을 일방적으로 좌경화됐다고 단정하고 좌파세력을 척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7월 21일 토요일

이상호 “청와대가 문화계 좌파 청산 지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0일자 기사 '이상호 “청와대가 문화계 좌파 청산 지시”'를 퍼왔습니다.

‘발뉴스’에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 폭로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 지속 실시” 적혀있어
(괴물) 등의 영화는 좌경화 예로 들어

“영화 (괴물)은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고 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으며 는 ‘국가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청와대 지시로 문화계의 진보 성향 인사들을 퇴출하는 작업이 진행됐음을 드러내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 기자는 19일 업로드한 팟캐스트 ‘발뉴스’ 5회분에서 2008년 8월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이 작성한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고 “청와대가 국정원, 민정수석실,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수구 기득권 언론까지 앞세워 문화계 인사들의 강제 퇴출을 주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이 기자가 공개한 보고서는 문화 권력을 “순수 예술활동보다는 문화를 수단으로 하여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념지향적 세력”으로 규정하고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좌파에서 조직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진보 성향 인사들이 문화예술계를 끌어가고 있는 현 상황이 빚어진 이유에 대해 “보수를 대표하는 예총이 자리다툼에 치중하여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좌파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조직적 지원하에 문화 권력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한다.이 문건은 특히 영화계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낸다. 큰 흥행 몰이를 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에 대해선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켰다고 평하고 있고 박찬욱 감독의 흥행작 (공동경비구역 JSA)는 ‘북한을 동지로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의 이발사를 맡은 한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국가 권력의 몰인정성을 비판’했다고 명시했다.이 보고서는 “좌파 집단에 대한 인적 청산은 소리없이 지속 실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핵심기관의 내부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좌파 실무자들이 근무하고 있어 청산이 필요”하다며 “문화부의 지시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위원장을 교체한 이후 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BH는 민정을 통해 위원장의 인적 청산작업을 지속 감시, 독려”하도록 했다.인적 청산 작업에 언론사까지 끌어 들이려한 정황도 엿보인다. 보고서에는 “메이저 신문과 협력하여 좌파 행적을 밝히는 기획물을 연재”한다는 내용과 함께 “과거 정부의 좌파 지원내역과 산하기관 장악 시나리오에 대한 국정원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메이저 신문과 기획을 시작”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이 적혀 있다.자금줄을 끊는 것도 청산의 주요 무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의 문화예술인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자금을 우파 쪽으로만 배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문화예술인 전반이 우파로 전향하도록 추진”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재부에 “문화부 예산을 정밀 검토하여 좌파 지원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우파 지원사업에 대규모 예산 지원하고 기업은 별도 협의를 거쳐 기부금 후원금 자체 투자 등의 형태로 문화예술 분야 건전화 지원하라”고 적혀있다. ‘사회 환원이 필요한’ 일부 기업들에 기부를 강제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이 기자는 방송에서 “이 보고서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됐으며, 이후 탄력을 받아 대부분 공작이 실제로 진행됐다”며 “21세기 초반에 청와대가 나서 문화계 인사를 국민이 아닌 적대적 정치세력으로 보고 소탕작전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