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정년연장 놓고 '세대간 갈등' 조장하는 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4일자 기사 '정년연장 놓고 '세대간 갈등' 조장하는 언론'을 퍼왔습니다.
[경제뉴스 톺아읽기]"청년층 일자리 줄어들지 않는다"… "언론이 오히려 문제 부각시켜"

'정년 60세 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가운데, 언론이 민감한 논쟁거리인 세대 갈등론을 부추기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정년 연장법을 24일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공·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 60세' 의무화를 2017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재계는 당장 "젊은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 근로자가 임금은 더 많이 가져간다"며 비용 부담을 내세워 반대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년 연장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임금 피크제'가 악용돼 전체적인 임금 삭감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재계는 또 '정년 연장이 청년층 취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한데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면 일자리를 두고 세대간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 2013년 4월 24일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이 논쟁 구도에 언론이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경제는 24일 4면에 (아버지 vs 아들…세대간 일자리 전쟁 현실화 되나) 기사를 실었다. 한국경제는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기업들은 고령자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둘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신규 채용을 최대한 줄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경제계는 정년 연장 의무화가 세대 간 일자리 전쟁의 신호탄이 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청년 구직자 대 고령 근로자’ ‘아버지 대 아들’의 일자리 전쟁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도 이날 (‘60세 정년’이 불편한 청년)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서울신문은 "젊은 층 사이에서 '청년 고용이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취업 준비기간이 3년쯤 더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 '(채용) 모집 인원 중 최소 5분의 1은 줄어들 것 같다' 등의 트위터 의견을 소개했다. 
 
그러나 언론이 부각한 이런 우려에 대한 비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언론 스스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해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이날 3면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은 ‘기우’… 피크제 등 임금 유연화가 관건”) 기사에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논리적으로 근거가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 2013년 4월 24일 서울신문 3면 머리기사. 1면 기사에서 부각했던 우려는 '기우'라는 내용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층에게 시켜야 할 일과 나이든 중·장년층에게 요구하는 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일자리)이 늘어난다고 해서 다른 한쪽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실제 작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기업의 정년 실태와 퇴직 관리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한국의 중·고령자 고용 증가가 청년층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어 세대 간 고용 대체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7년 안에 한국의 총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은 줄어든다는 얘기다. 
 
2011년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표한 '베이비부머 은퇴 대비 정책개발 연구'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인구에 편입되는 2020년부터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정년 및 은퇴연령을 늦춤으로써 생애고용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한다. 이 연구에는 당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었던 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 2011년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표한 '베이비부머 은퇴 대비 정책개발 연구'. 202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총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일자리는 많은데 일할 사람은 줄어들게 된다.


오히려 양자 간 보완 관계가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23일 서울경제 칼럼면에서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최근 시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 15개국에서 중고령층 고용률이 상승할수록 청년층 고용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잠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한지혜 위원장은 "정년 연장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보도가 많은데 오히려 그런 보도가 세대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과 장년층의 일자리는 서로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고 본다"면서 "청년, 장년층 일자리 문제가 모두 심각한데, 정년 연장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자리가 확대되는 것이라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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