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미디어스 2013-04-20일자 기사 '개콘 서수민은 왜 박근혜를 만나러 갔을까'를 퍼왔습니다.
‘창조경제’ 업무보고 발언…대선직후 정태호 발언으로 갈등 “정권홍보 활용 우려”
‘창조경제’ 업무보고 발언…대선직후 정태호 발언으로 갈등 “정권홍보 활용 우려”
서수민 KBS 개그콘서트 PD가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만나 개콘의 성공비법을 설파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개월 전 개콘의 한 코너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했다가 행정지도까지 받았던 개콘으로서는 그 담당 연출자가 풍자 대상인 대통령과 만나 ‘창조경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는 것이 의외라는 반응을 낳는다.
청와대에서는 블로그를 통해 서 PD의 발언을 재가공하는 등 홍보에 적극 활용에 나섰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이 같은 서 PD의 행보가 자칫 권력의 홍보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서수민 PD는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해 ‘창조경제’의 한 사례로 자신의 개콘 성공비결 경험담을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발표했다.
서수민 PD는 “개콘 시스템의 장점은 바로 실패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개경쟁시스템”라며 “(개그맨) 최효종씨는 두 달동안 거의 20개 코너를 갖고 도전했고 실패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애정남’이라는 빅히트 코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수민 KBS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청와대 블로그는 19일 오후 이 같은 서 PD의 발언 내용을 통대로 전날 업무보고를 소개했다(‘개콘’ 서수민PD 발언을 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청와대는 ‘실패’를 강조한 서 PD의 발언을 박 대통령의 철학과도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3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 때 “실패하면 그걸로 재기불능이 되는 풍토는 안 된다”고 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미래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환경에서는 절대로 창조경제가 꽃 피울 수 없다”고 시종일관된 철학을 언급했다고 설파했다. 청와대는 “벤처에 대한 관심과 '실패'에 대한 철학을 일관되게 언급해 온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마침 이날 업무보고 현장에는 개그콘서트 서수민 PD가 참석해 ‘개콘’이 14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로 바로 ‘실패해도 되는 시스템’을 언급했다”고 썼다.
KBS 새노조의 한 중견 조합원은 19일 서 PD의 박 대통령 업무보고 참석에 대해 “아무리 좋은 뜻이라고 자칫 정권을 홍보하는 자리일 수 있는데, 오히려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달리 해석할 여지를 낳았다는 점에서 적절한 처신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서수민 PD가 제작하고 있는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 개그캔 정태호씨는 대선 직후 방송된 개콘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제발 코메디는 하지마. 우리가 할 게 없어. 왜 이렇게 웃겨”라고 말했다가 박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서 PD는 당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개콘에서도 해오던 수준의 정치풍자인데, 이 정도 말도 못하는가”라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정권 말 정치풍자 보다 (새 권력이 들어선) 지금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었다.
결국 개콘의 이 코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라는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23일 밤 방송된 KBS <개크콘서트> 정태호씨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와 개콘 또는 서수민 PD와는 그다지 친밀한 관계일 수 없으리라 예상됐다. 그런데 서 PD가 직접 ‘창조경제’ 주창자인 박 대통령 앞에서 부처업무보고를 도와준 것이다.
서 PD가 청와대로 가게 된 것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의뢰해 섭외가 성사돼 가능해졌다.
권현준 미래창조부 기획총괄과장은 19일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성 쪽으로 고민하다가 자유로운 발상을 많이 하는 개콘이나 무한도전이 어떨까 해서 논의하다가 개콘의 서 PD를 선택하게 됐다”며 “방통위 쪽과 논의해보니 가능하겠다고 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미래부 기획총괄과 사무관도 “창의적 콘텐츠가 어떤 게 있나 고민하다가 개콘, 무도, 뽀로로를 거론하다 개콘으로 선정해 방통위에 섭외를 부탁했다”며 “방통위에서 ‘섭외가 가능할 것같다’고 해서 서 PD가 참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인사가 서 PD에게 직접 연결한 것이 아니라 KBS 임원 또는 간부를 통해 섭외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업무보고를 받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박태호 KBS 예능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부 쪽에서 장성환 콘텐츠)본부장한테 연락이 온 것 같다”며 “회의에서 장 본부장이 말씀하셔서 (가게 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장성환 KBS 콘텐츠본부장은 “(미래부든 방통위든) 정부의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며 “자세한 과정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수민 KBS 개그콘서트 PD는 19일과 20일 여러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와대 업무보고 참석경위와 견해를 구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