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기춘 원내대표 사퇴 밖에 없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뉴스1
결정적 ‘패착’이다. 박 원내대표가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선의로, 이명박 정부 5년의 경험에 따른 방어기제로 해당 내용을 제안했다고 해도 섣불렀고 설익은 판단으로 전체를 그르쳤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 이후 새누리당이 하루 만에 ‘직권상정’으로 바로 입장을 비약시켰다는 것은 승기가 완전히 기울었음을 보여준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철저히 언론의 주변이었다. 여론의 관심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패배에 대한 반성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됐고 미래를 향한 쇄신은 당권 싸움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겪었다. 익숙한 지리멸렬함이 반복되는 그 전반의 과정에 여론은 무관심했고 언론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사람들은 "그러니 정권을 되찾지 못했다"고 냉소했고, 당 안에서조차 “꾸역꾸역 대선을 치러냈지만, 실력의 밑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자조가 빗발쳤다. 대선 이후 민주당은 하나의 정당이라기보다는 127개의 이해관계로 갈라진 조직이란 평가까지 나왔다. 한마디로 무기력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능력했다.
그런 민주당을 정국의 중심에 세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협상과 관련해 일말의 양보와 타협도 원치 않는 원안고수의 ‘오기’적 자세로 일관했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자, 느닷없이 민주당을 ‘정부의 발목을 잡는 세력’으로 호명하며 정국의 중심으로 복귀시켰다.
무관심과 무반응 속에 신음하던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협상을 통해 정국의 절반을 책임지는 주체로 다시 설 수 있었다. 더욱이 ‘명분’ 역시 민주당에게 있었다.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미래부와 방통위의 업무를 쪼갠다는 정부의 계획은 명분이 떨어지며 실효성을 판단할 수 없는 안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에게는 행정의 체계를 강조하고 방송 독립의 명분을 말하며 창조경제의 허구성을 비판하며 버티면 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뭐가 급했던 것인지 민주당은 계속 물러났다. 지도부의 리더십은 전혀 발휘되지 않았으며 논리적 완결성은 의원마다 제각각이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박근혜 대통령을 정점으로 새누리당이 일사 분란한 움직임을 보였던 데 반해, 민주당은 ‘무관심’과 ‘무반응’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계속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언론의 반응을 떠보며 원칙을 점점 잃어갔다.
답답하다는 반응이 봇물을 이뤘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협상을 할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시간과 청와대의 이중 압력에 쫓기며 출장소에 불과한 새누리당 협상단을 마주하고도 민주당이 전혀 능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채 요구사항을 계속 축소하며 끌려 다녔다. 과정에서의 ‘잡음’도 많았다. 정책위 의장은 당내 문방위 의원들의 의견에 배치되는 주장을 폈고,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발언으로 김을 뺐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보좌관은 “만약, 공수가 바뀌어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였다면 아마 장외 투쟁을 불사했을 것이다. 방송 공공성 확립을 위한 장외투쟁은 얼마나 좋은 명분인가, 그리고 국회에 돌아와서도 어떤 이하로는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는 가이드라인부터 밝혔을 것이다. 야당은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탄할 정도였다.
민주당이 방송 공공성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하고, 지금껏 협상해왔던 진정성을 지키고자 한다면 박기춘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것이 옳다. 이 국정공백 사태의 원천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에 있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모처럼 찾아온 호기로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당 전체를 ‘발목잡기’ 프레임에 내던졌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방송 장악할 의지가 없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언제든 방송을 활용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 민주당이 그동안 협상에 임해온, 기본적 자세였다. 여기로 다시 돌아가길 권한다. 원칙과 체계 없이 휘둘리지 말고, 칼은 쓰지 않기로 약속해도 갖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위협이란 점을 다시 차분히 언론과 여론에게 설득하기 바란다. 그 의지의 출발점은 돌이킬 수 없는 ‘실기’를 저지른 박기춘 원내대표의 사퇴다. 시간은 많지 않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