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01일자 사설 '언론계의 MB들, ‘낙하산 고대’ 청산해야 [사설]'을 퍼왔습니다.
괴롭고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다가올 새로운 희망의 시간을 기대하게 되는 새해 아침이지만 수많은 언론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언론계에는 정신을 맑게 하는 새해 아침의 차가운 상쾌함보다는 코로 숨을 들이키고 입술을 움직여 ‘희망’이란 낱말조차 내뱉기 힘들게 하는 무거운 기운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아침의 상쾌함을 방해하는 이 기운은 바로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언론계 곳곳에 앉혀 놓은 ‘MB 낙하산’들로부터 비롯된다. 현직으로는 MBC 김재철 사장, KBS 길환영 사장, 연합뉴스 박정찬 사장, YTN 배석규 사장, 전직으로는 YTN 구본홍 전 사장, KBS 김인규 전 사장 등이다.
이들 낙하산 인사들의 다수를 관통하는 고리가 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 정실인사의 전형을 요약 표현한 ‘고소영’의 한 축인 MB 모교 ‘고려대’ 출신이란 고리다. MBC의 김재철 사장, KBS 길환영 사장, 연합뉴스의 박정찬 사장, YTN의 구본홍 전 사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구본홍 전 YTN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끝까지 MB의 챙김을 받고 있다. 이들 모두가 연임을 하거나, 정권 말에 선임됐다. 이미 길환영 KBS 사장이 KBS이사로 선임될 당시 본지는 ‘KBS사장 MB모교 고대에서 나온다’고 이를 경고한 바도 있다.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정권 말까지 MB식 정실인사가 관철되고 있는 것이다.

김재철 MBC사장, 구본홍 전 YTN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길환영 KBS사장(왼쪽에서부터)
CEO급 인사들 이외에도 다수의 ‘낙하산’ 고대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게 지금 언론계의 현실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 전날인 18일 언론재단 이사로 선임돼 낙하산 논란을 빚고 있는 김성수 전 연합뉴스 편집상무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물론 ‘특정학교’ 출신이 언론사 사장이 되거나 언론사의 요직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신학교나 출신지역에 따라 그 어떤 차별도 받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기회균등성’과 ‘민주성’에 반한 정실인사가 국가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언론사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대통령과 가까운 ‘특정학교’ 출신들 다수가 몇 되지도 않는 공영적 소유구조 언론사들의 사장자리나 요직을 꿰 찬 것은 ‘정실인사’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언론계는 그 정실 인사의 대가를 너무나도 혹독히 치르고 있다. ‘낙하산’ 고대 인사들이 경영책임을 지고 있는 언론사들은 하나 같이 모교 선배인 대통령과 그가 소속된 여당에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노조 파업 등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을 사는 내홍을 겪었다. 심지어 이들 언론사에서 87년 민주화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대량해고 등 징계의 피바람까지 일어났다.
보수정권 하에서 보수적 인사들이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언론사들의 사장으로 오는 것 자체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들은 국민들의 여론과 의사를 공정하고 균형있게 대변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공적 구조의 언론사들이다.
사장선임에 있어 정권과의 ‘코드’가 일부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해도,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인사들 가운데서 사장이 선임돼야 하는 이유이다.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인사들이 대통령과 같은 모교 출신이란 점을 배경삼아, 사장에 도전하고, 결국 선임이 되고, 연임돼 현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언론계의 구태는 일소돼야 한다.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새로운 정부가 성공적인 출발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바라는 바다.
새로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MB정권이 저지른 구태의 청산이 필요하다. 지금 새해 벽두부터 언론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언론계 MB들을 서둘러 정리하는 것이야 말로 ‘100% 대한민국’의 대통합을 말하는 당선인이 우선 처리해야할 일이다.
만약 이들 언론계 MB들이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위해 뛰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옹호한다면, 차기 박근혜 정부는 대선 전 그토록 비판받았던 ‘이명박근혜’ 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과감히 버리지 않는다면, 이 비판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박근혜 대통령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될 박근혜 정부의 냉철한 판단과 실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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