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일 목요일

‘젊은 정치’로 희망을 되살리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1-03일자 기사 '‘젊은 정치’로 희망을 되살리자'를 퍼왔습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개표가 진행되던 2012년 12월 19일 저녁 7시께부터 밤 8시 50분 사이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시간이었다.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개표 현황을 지켜보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숫자들이 춤추는 것을 보면서 지상파 방송 3사와 YTN의 출구조사 결과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KBS, MBC, SBS가 공동으로 벌인 출구조사에서 나타난 예상 득표율은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 50.1%, 민주통합당 후보 문재인 48.9%였다. 1.2%포인트 차이는 오차범위 안에 드는 수치로서 누가 승리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YTN의 출구조사 결과는 문재인 49.7~53.5%, 박근혜 46.1~49.9%로 드러났다. 박근혜가 최대한으로 얻을 수 있는 표인 49.9%는 문재인의 53.5%보다 3.6%포인트나 뒤지기 때문에 문재인이 3%포인트 이상, 다시 말하면 120만 표가 넘는 표차로 낙승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나는 SBS에 채널을 고정하고 개표 결과를 주시했다.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와는 달리 박근혜는 시간이 갈수록 문재인과 격차를 벌려나갔다. 밤 8시 50분까지 그런 ‘추세’가 계속되었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럽쇼! 바로 그 시간 텔레비전 자막에 ‘박근혜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나는 대경실색했다. 전국 개표율 26.4%, 서울 개표율 6.7%밖에 되지 않는 시점에 특정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찾아낸 것일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나타난 1.2%포인트의 차이는 36만여 표에 불과한데 앞으로 개표할 것이 2,234만여 표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당선 유력’이라니! 게다가 문재인이 유리하다고 조사된 서울에서는 93.3%가 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혼자서 판별할 수가 없어서 지인들이 모여서 개표 방송을 보고 있다는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달려갔다. 수십 명이 지켜보는 텔레비전에는 박근혜가 40여 분 전과 비슷한 추세로 문재인을 앞서고 있다는 자막이 떠 있었다. 그 격차는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었다. 채널을 KBS나 MBC로 돌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은 밤 11시 40분쯤 민주통합당 당사에 나와 패배를 시인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박근혜 51.6%, 문재인 48.0%였고 표차는 108만이었다.  나는 그날 밤 이렇게 단정했다. ‘민주통합당은 오늘 오후 8시 50분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서 문재인이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라고. 왜 그런가? 한 방송사의 텔레비전에 ‘박근혜 당선 유력’이라는, 과학적으로도 산술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막이 떠오른 뒤 민주통합당 당사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국회의원들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만 내쉴 뿐 아무도 방송사에 항의하지 않았다. 일당 독재를 하는 나라 말고 어느 국가에서 제1야당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는 선례가 있었던가?  민주통합당의 좌초와 난파는 그 이후에 점입가경으로 들어섰다. 자기 당의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후보가 된 뒤 막강한 보수진영 후보를 상대로 초박빙의 경쟁을 벌이던 문재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 적이 전혀 없는 의원들이 ‘패배는 친노 때문’이라고 공격을 퍼부으면서 당권을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이나 다름없는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개표가 끝나자마자 네티즌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의혹의 내용은 여기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로지스틱함수와 시간대 투표율이 100% 일치한다.’, ‘MBC의 개표방송 투표자 수는 30,161,138명인데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투표자 수는 30,721,459명이다.’ 등등이다. 선관위가 방송사들에 보낸 개표 자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얻은 디지털 정보를 근거로 ‘개표 부정’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수개표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1월 2일 현재 서명자는 21만 명을 넘어섰다.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당연히 사법기관의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검표나 선관위 자료 검색을 통해 의혹 일부가 진실로 밝혀지면 18대 대선 결과의 유효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 보듯 뒷짐을 지고 있다. 국회의원 최민희가 트윗에 띄웠다는 글이 인터넷에 보일 뿐이다. “지난 민주당 의총서 전자개표 부정 의혹에 대하여는 행안위 차원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김현 의원이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저희 검찰에 약점 잡힌 것 없습니다. 다만, 너무나 엄청난 문제 제기라 근거를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의원총회가 언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진보언론에서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고 의원 한 사람이 그 중대한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니! 127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이런 상태로 명맥을 유지한다면 전통적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그 당 후보들에 표를 준 젊은 세대 구성원 다수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 2012년 7월 22일 저녁 6시 종각역 엠스퀘어에서 열렸던 '졸라청춘 올라잇' 안내

민주통합당은 정계 개편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오는 4월의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세력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러 각도로 통합을 모색할 것이다. 그 큰 흐름을 주도할 역량을 갖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겸허한 자세로 진정한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건설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당의 구성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 앞서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락파티’를 기획하고 실행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 바 있다. 그런데 ‘락파티’는 중도에 활력을 잃고 말았다. 당 지도부가 공천 과정에서 잡음에 휘말리면서 언론의 초점이 그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이번에야말로 민주통합당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항구적인 프로젝트로 젊은 세대를 당의 중심부로 ‘모셔야’ 할 것이다.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휴학을 한다는 대학생들, 20~30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성차별에 시달리는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입당해서 한 달에 1천 원이라도 당비를 내는 정당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정치조직이라는 믿음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이렇게 새 출발을 하면서 4월 재보선 이전에 민주·진보·개혁 진영의 충실한 일원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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