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문·안의 ‘러시안 룰렛’… 유권자는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1일자 기사 '문·안의 ‘러시안 룰렛’… 유권자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지 20일로 2주가 지났다. 그 사이 국민들은 ‘양보론’과 언론 플레이, 민주당 쇄신을 둘러싼 충돌과 협상 파행 과정을 지켜봤다. 한때 중단됐던 협상은 19일 재개됐지만 ‘아름다운 단일화’는커녕 협상시한(25~26일)이 다가올수록 험악해지는 기싸움과 신경전만 보인다.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유권자는 마냥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 후보 측은 21일 밤 TV토론을 한 뒤 여론조사 등 방법을 통해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선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단 한 번의 TV토론을 통해 자신이 찍어야 할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들로서는 정책도 비전도 충분히 알 기회가 없다. 양 후보 측은 꾸준히 정책을 발표했지만 단일화 이슈에 묻혀 제대로 검증도 못받고 있다. 논리적·이성적 결정을 할 만한 근거도 없이 ‘러시안 룰렛’(회전식 권총에 한 발의 총알만 장전, 차례로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을 강요당한 사람처럼 유권자들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려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 답변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왼쪽 사진).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초청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오른쪽 사진). | 서성일 기자·연합뉴스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가면서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만 보고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방안을 놓고 입장이 갈리면서 상대를 향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래선 ‘아름다운 단일화’나 ‘하나가 되는 단일화’가 될 수 없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3자 구도로는 승산이 없어 단일화 필요성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단일화가 정치쇄신 같은 명분보다는 권력을 위한 힘겨루기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후보가 누가 될지도 모르게 하는 건 정치쇄신이란 이름하에 국민을 물먹이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안갯속 대선과 단일화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일정을 지금보다 앞당겨 정치권이 후보 선정을 선거 막판까지 미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위적인 단일화를 할 필요 없이 국민에게 직접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대안도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 제3후보 출현 → 후보 단일화 추진’ 과정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먼저 정당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정당에 대한 불신이 ‘제3후보’의 등장을 만드는 만큼 국민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그 정당을 통해 장기적으로 후보군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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