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인터넷 실명제 위헌… ‘인터넷 언론 통제국’ 오명 벗을까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3일자 기사 '인터넷 실명제 위헌… ‘인터넷 언론 통제국’ 오명 벗을까'를 퍼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포털사이트나 언론사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릴 때 실명확인을 강제한 정부 조치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누리꾼들이 익명으로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인터넷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심의·삭제를 명령할 수 있어 ‘인터넷 언론 통제국’이라는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7월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는 도입 때부터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인 ‘문제 많은’ 제도였다. 

누리꾼들은 “4차선 고속도로를 막고 일일이 운전자 신분을 확인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도입 찬성론자들은 ‘인터넷에서의 익명성 보장이 악성 댓글의 주범이므로 실명확인을 하면 악성 댓글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과 달리 의사소통만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히려 네이트, 옥션, 넥슨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게임업체, 쇼핑몰 등을 통해 주민번호가 다량 유출되는 사고가 이어졌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이유로 과도하게 주민번호를 수집·보관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해커의 표적이 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탓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어 국제사회로부터 갈라파고스적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정부의 규제 조치를 금지한 헌재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결정은 정부의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율적으로 실명확인 시스템 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실제 네이버 등은 인터넷 실명제가 의무화되기 전에도 자율적으로 주민번호 조회를 통한 신분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정부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 주민번호를 모을 수는 없지만 아이핀이나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 대체수단을 통한 신분확인 절차는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실명제 폐지로 익명을 앞세운 악성 댓글이 인터넷 공간을 또다시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과 연동해 글을 올리는 ‘소셜댓글’ 방식을 통해 누리꾼 스스로 정제된 표현을 쓰거나 명예훼손 피해자의 관련 댓글 삭제 요청이 있을 경우 게시판 사업자들이 소명이나 입증 자료 없이도 곧바로 글을 내려주는 등 자율규제 방식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실명제가 사실상 폐지됐지만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특정 표현을 문제삼아 시정요구를 명할 수 있는 심의권한도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국장은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한 장애물 하나가 해소된 것은 맞지만 콘텐츠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 규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우리도 외국처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후 처벌을 통한 자율규제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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