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24일자 기사 '‘반값등록금’ 용어 폐기했던 새누리, ‘대선용’ 말바꾸기?'를 퍼왔습니다.

ⓒ이승빈 기자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신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 전국 39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들과 펼치는 화끈한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입에서 '반값등록금'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그간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해오던 그가 23일 "(반값등록금 실현을) 당론으로 정하고,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여당뿐만 아니라 대학생, 시민사회는 그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총선 때 내놓은 정책만 하더라도 '반값등록금'은 아니었다.
새누리, '반값등록금' 두고 오락가락...번복하기 일쑤
새누리당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도 '반값등록금'에 준하는 논의가 이어졌었다. 애초 여당에 대한 반값등록금 논쟁이 붙게 된 시초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 산하에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를 설치하면서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뜻은 동일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당선된 뒤 2008년 8월 "나는 반값등록금 공약 내세웠던 적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2009년 4월 "반값등록금은 액수의 반값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것"이라며 해명하고 나섰다.
여당이 다시 '반값등록금 카드'를 꺼내든 건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를 앞둔 5월이었다.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최우선적 과제로 선정해 최선의 안을 만들겠다"며 "최소한 반값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회동에서 등록금 문제가 거론됐고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 '반값등록금'이 포퓰리즘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자, 당시 한나라당은 황 원내대표의 발언 이틀 뒤 곧바로 '반값등록금'이라는 말대신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사실상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를 폐기한 것이다. 이주영 당시 정책위의장은 "이름 자체가 반값등록금이라고 해서 등록금 자체를 반값으로 인하하자는 것은 아니고 진짜 취지는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이러한 '오락가락'한 언행에 대학생들은 며칠 뒤 거리로 쏟아져나오며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구호는 대선을 앞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각종 집회와 시위에 참가했던 대학생과 시민 수백여 명은 연행돼 기소됐고, 그에 따른 벌금은 모두 억대에 달할 정도로 반값등록금 열풍이 한동안 정국을 휩쓸었다.
이는 총선 이후, 특히 박 후보가 대선 출마를 확정지으면서 다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박 후보의 대선 출정식에서는 대학생 수십 여명이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박 후보는 등록금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은 일자리 창출', '공정한 사회' 등의 언급으로 즉답을 피했다.
이 외에도 대학생과 시민사회단체는 새누리당사에서나 박 후보의 국회 의원실에서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실현할 것을 수 차례 촉구해왔으나 직접 박 후보를 만나거나 답변을 들은 적은 없었다. 때문에 박 후보가 갑자기 '반값등록금 실현'을 언급한 데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기만적인 반값등록금 코스프레"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발언에 야권은 물론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던 시민사회에서도 맹공세를 펼쳤다.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제5정조위원장 최재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총선 때도 박 후보는 반값등록금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국민들과 대학생들을 다시금 실망시킬까 우려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MB, 새누리당도 2007년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으나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사과한마디 없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도 반값등록금을 말로만 외치거나 짝퉁 대책으로 국민들과 대학생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는 '양치기 소녀'가 되지 말아야 한다"며 "박 후보가 진정으로 반값등록금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짝퉁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민주당이 제출한 반값등록금 법안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에서 조속히 처리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기만적인 반값등록금 코스프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정책 로드맵과 실현 의지가 있었다면 이미 반값등록금은 실현됐을 것"이라며 "그러나 '공약'만 있고 '이행'은 없는 새누리당과 정부로 인해 반값등록금 실현은 다시 차기 정부의 몫으로 남았다"고 꼬집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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