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8일자 기사 '“방문진 이사만 잘 뽑아도 비극 막을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김창룡의 미디어창] 6:3 구도를 5:4 구도로, 사장 중간평가제 도입도 검토해야
공영방송의 파업은 파업 당사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큰 교훈을 남겼다. 가장 큰 교훈이라면 권력이 개입한 ‘낙하산 사장’으로는 공정방송을 이룰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낙하산 사장은 안된다’는 것이 방송인들의 한결같은 주장이었지만 권력의 생각은 달랐다.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은 영향력 1~2위의 공영방송사를 자기손아귀 안에 두고 싶어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사 사장을 ‘낙하산 사장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을 고르고 골랐다. 낙하산 사장을 통해, 국민의 뜻보다 권력의 의중을 읽고 ‘알아서 기는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만들었다.
참다못해 구성원들이 거리로 뛰어나온 것이 바로 공영방송 파업이었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포기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또 다시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의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과 자기희생,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셈이다. 이번 파업만으로도 충분히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보도의 중요성은 알려졌다.
앞으로 파업없이 공정방송을 보장하기 위해선 최소한 세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이사회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음달 8월이면, KBS이사회, MBC의 방송문화 진흥회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된다. 각 이사회에서 사장을 선임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사들이 어떤 사람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선임되느냐가 사장 인물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동안 이사 선임은 각 정당이나 해당 단체에서 추천하는 식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이나 적격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다. 이제는 검증의 시대다.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권을 가진 이사 선임이 현재처럼 밀실에서 몇사람 손에 의해 결정되면 파국은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이사 선임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파업의 쓰라린 교훈이다.
두 번째,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한 중간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여야가 앞으로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과 관련된 어떤 개정안을 만들어 낼지 알 수 없지만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다른만큼 합의가 쉽지않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이후 2년간을 중심으로 중간평가를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것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이중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사장을 선임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방송을 위해 권력자가 아닌 국민의 눈치를 보라는 강력한 주문이 될 것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중간평가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다.

MBC 김재철 사장 ©연합뉴스
세 번째, 현재의 여야 6:3 구도는 5:4 구도로 변경돼야 한다.
현재처럼 여야 추천이사수가 6:3의 비율로는 여야 합의가 필요없다. 여당의 일방적 주장과 결정으로 얼마든지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의사결정방식이다. 이 수치를 5:4로 바꾸고 삼분의 이 찬성을 얻을 때 사장 선임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서로의 이해와 양보, 타협이 필요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2일로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 공모를 마감한 결과 KBS 이사에 97명, 방문진 이사에 54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중에는 이미 ‘황당한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미디어오늘’은 전하고 있다.
지원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선별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되기를 기대한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또 다시 파업에 버금가는 혼란이 오게된다. 공영방송의 좌초는 한국 사회의 퇴보로 이어진다. 정치권에 전적으로 공영방송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제2, 제3의 파업을 예고하는 불행한 일이다. 쓰라린 경험에서 귀한 교훈을 얻어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은 더욱 건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ykim200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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