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9일 목요일

법원 재판보다 문턱 높은 방통심의위 회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9일자 기사 '법원 재판보다 문턱 높은 방통심의위 회의?'를 퍼왔습니다.
‘공개’ 원칙이지만 회의장 입장은 ‘불가’…자의적 해석 논란

“저는 이런 회의체를 여기저기 다녀봤는데, 회의장 내에서 방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회의를 본 일이 없다.” (권혁부 위원)“굉장히 많다. 법원에 가보시라. 법원처럼 공정성을 가장 중시하는 곳도 다 공개를 하게 되어 있다.” (박경신 위원)“이 회의장에서 방청인이 방청을 할 경우에 어떤 형태로든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 때문에 여러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객관적 심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회의를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질서유지책이 서 있나.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관행도 회의장에 와서 방청한 바가 없다.”(권혁부 위원)“과거 방송위원회에서 (회의장) 방청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면 (불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김택곤 위원)“이대로 진행하겠다. 앞으로 제도 개선이나 이런 데는 참고하겠다.” (박만 위원장)
지난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제13차 전체회의에서는 위원들 간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를 방청하러 온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과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회의장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의 MBC 사장실 방문을 ‘난입’이라고 보도한 MBC (뉴스 데스크)에 대한 심의를 앞둔 상황이었다. 박만 위원장은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방통심의위는 회의실(19층) 한 층 아래에 위치한 소회의실에 스크린을 설치해 회의를 ‘중계’하고, 이를 취재진 및 방청객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든 회의장에 입장해 방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방통심의위의 공식 입장이다.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일반적인 법원 공판은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보다 문턱이 높은 셈이다.
‘불가’ 입장을 밝힌 위원들은 ‘심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이다. 회의장에 입회해 방청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미리 방청신청을 한 경우, 회의장 입회 및 방청을 허용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방침이야말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문제는 18일 오후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다시 불거졌다. 회의 도중, 회의장 내 음향설비가 말썽을 일으켜 방청석으로의 ‘중계’가 중단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MBC ‘난입’ 보도를 심의하려던 찰나였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PD저널)의 취재진들은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 입회 및 방청을 요구했다. 취재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역시 “전례가 없다”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회의실 옆에 마련된 음향실에 자리를 잡고, 회의실로 향하는 문을 열어둔 채 회의를 방청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회의장 내 마이크가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방청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 사이 회의는 계속 진행됐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는 “(회의 내용이) 민감한 건 국회나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라며 “공개된 회의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공적인 임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규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소위에서 각 위원들의 발언을 정리한 기명 녹취록도 만들지 않고 있어 여러 차례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방송위 시절 인사 관련 비공개 회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개방을 했고 직접 방청도 가능했다”며 “(방통심의위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방청 때문에 소신 발언을 못 한다면 그 위원은 위원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방통심의위가 밀실논의나 담합의 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방통심의위 관련 법안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객관성·전문성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핵심 내용이다. ‘정치심의’ 논란을 막기 위한 구조적 개편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정치적 검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한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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