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7-10일자 기사 '박정희 지하벙커 앞에서 대선출마'를 퍼왔습니다.
의도된 독재 회귀본능

▲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통령후보 출마 선언 후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2.7.10/뉴스1
10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이 출마선언 장소로 광화문, 서대문공원, 땅끝마을 등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하다 못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강한 곳을 골랐다. 그런데 박근혜 의원에게 타임스퀘어란 무슨 상징적 의미가 있을까.
들리는 말로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서 타임스퀘어 앞 광장은 열린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비박(非朴) 대선 주자들과의 경선룰 갈등 과정 등 그의 정치행보에서 두드러진 '불통’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장소를 골랐음직하긴 하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도 하는데 그건 자기 지역구의 재래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한 정세균 민주당 의원보다 훨씬 단수가 낮은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장소를 택해, 없는 이미지를 억지로 만들어 내기보다는 차라리 타임스퀘어 광장 근처에 있는 문래공원을 출마선언 장소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낮지 않았을까 싶다. 문래공원은 그곳에서 걸어서 1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고 바로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의 흉상이 있는 곳이다.
단순히 아버지의 흉상이 그곳에 있다고 해서 그곳을 택했으면 더 좋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박정희의 흉상이 이곳저곳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야외에 있는 박정희의 동상과 흉상은 대구 경북 지역에는 꽤 있다. 하지만 그외의 지역에는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거의 모두 실내에 있고 야외에 있는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왜 이곳에 흉상이 있는 것일까.
반세기 전 이곳에는 문래공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박정희가 1961년 쿠데타 당시 사령관으로 있던 6관구 사령부가 있었다. 흉상 받침에 붙어 있는 한자로 된 청동판이 증언하듯 이곳은 ‘5.16혁명 발상지’인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쿠데타 모의 장소이자 결행장소라는 의미이다. 모의는 지하벙커에서 이루어졌고, 3천500명의 쿠데타 군이 이곳 연병장에 집결해 한강다리를 건넜다.
놀랍게도 이곳에는 당시 모의 장소였던 지하벙커가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몇년전 영등포구청에서 철거 계획을 세웠고 인공 연못을 만들려고 했지만 박정희 지지자들의 항의로 보존되었다고 한다. 물론 나쁜 의미긴 하지만 역사적 장소인 것만은 틀림없으니 보존해야 함은 당연하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바닥에 박은 치욕의 증거인 삼전도비 역시 지금도 건재하지 않은가?
하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인지 벙커는 몇년이 지나도록 어떤 형식으로 개방하고 보존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일단 벙커는 그렇다 치더라도 흉상 자체도 쿠데타 당시의 계급인 별 두 개를 단 군모에 군복차림인데 얼굴은 40대가 아니라 60대 때의 모습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다. 흉상 주위에는 이중 울타리가 둘러쳐 있고 경보기까지 설치되어 있으며 경고문까지 있다.

▲ 박정희 흉상
예전에 그곳에 갔을 때 그 동상을 보면서 이런 노래가 생각났다. 웬만한 남자는 다 아는 노래일 것이다.
“대령 중령 소령은 ○○도둑놈, 대위 중위 소위는 ○○도둑놈....... 거창하다 별 두 개는 나라 도둑놈.”
나라를 도둑질한 별 두 개는 박정희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그나마 박정희가 평가 받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이룬 경제발전이지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으로서 박정희는 아닐텐데 왜 군복차림의 흉상이 그곳에 버티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 장소는 30년간 이어진 군사정권을 낳은 곳이다.

▲ 지하벙커 사진
아마 박근혜 후보가 별다른 상징성도 없고 자신과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닌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출마선언을 한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의 권력이 탄생한 곳으로 간 회귀본능 때문이 아닐까하는 서글픈, 혹은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 후보는 5.16은 구국의 결단이라는 역사의식을 지금도 전혀 지울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닌가.
초보작가 | wik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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