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7일 화요일

삼성 광그물망, 국정원도 부실 판정


이글은 시사IN 2012-07-17일자 기사 '삼성 광그물망, 국정원도 부실 판정'을 퍼왔습니다.
이 GOP 과학화사업 관련 삼성의 특혜 의혹을 보도한 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국정원 평가에서도 삼성 제품에 심각한 부실이 발견됐다.

(시사IN)은 제249호 커버스토리에서 방위사업청과 삼성그룹 간부 사이의 ‘수상한’ 인사교류 커넥션과 ‘GOP(일반전초) 경계과학화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고발한 바 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군 안팎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논란이 된 장비에 대해 투명한 성능 검증을 벌여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잇달았다.

(시사IN)은 이 기사에서 GOP 과학화사업 시험평가 대상 업체 2곳 중 1곳으로 선정된 삼성 컨소시엄(에스원·테크윈·SDS)이 GOP 철책선 약 1㎞ 구간에 설치한 광그물망 장비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보도 이후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광그물망 제품에 대해 국가정보원 또한 부실 장비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지난해 국정원은 내곡동 청사 등 주요 보안시설 경계를 위해 감지 시스템 도입 사업을 벌였다. 여기에 현재 군 GOP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삼성에스원을 포함해 국내 4개 업체가 자력식이나 광케이블방식 감지 장비 등을 들고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 국정원은 이들 4개 업체를 상대로 2011년 3~6월 특정 장소에 각각 100m씩 감지 장비를 설치하도록 한 뒤 평가 시험을 벌였다. 

5사단 철책선에 설치된 삼성에스원 광그물망.

그 결과 삼성에스원이 납품한 사각형 광그물망은 시험 평가 초반, 심각한 부실과 결함이 발견돼 일찌감치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침입자가 철책선 월책 방지 브래킷 끝에 살짝 사다리를 걸친 다음 철책선을 넘어가면 침투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등 치명적 결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이 제품은 침입자가 광그물망이 연결된 철책선 지주(작두 모양)에 돌멩이나 쇠꼬챙이를 끼우고 침투를 시도할 경우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국정원 시험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평가 초반 삼성 제품을 제외시킨 국정원은 나머지 3개 업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iTEC테크놀로지스’의 광케이블식 감지 장비를 최종 선정했다. 당시 국정원 평가는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탈락한 업체 사이에서도 별다른 잡음이 일지 않았다고 평가 시험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려고 하는 GOP 경계과학화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정원이 탈락시킨 삼성 광그물망을 휴전선 전 구간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삼성 광그물망 제품의 부실과 그 이면의 특혜 의혹을 다룬 (시사IN) 기사가 나가자 사업관리본부 명의로 ‘언론보도 검토 결과’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현재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은 삼성그룹 출신인 오태식씨(54)이다. 오씨는 지난해 8월 개방형 직위인 차관보급으로 특채된 바 있다. 이 공문에서 방사청은 먼저 삼성그룹과 방사청 및 육군의 ‘인사교류 커넥션’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이 정한 취업제한 규정 개정 전에 이뤄진 일이라 불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리 및 특혜 의혹에 관한 조사는 법 개정과 무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는 방위사업법 제2조에 명시된 ‘방위사업의 투명성 증진’ 조항에도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사청은 또 현재 GOP 사업을 비롯해 방위사업을 총괄하는 오태식 사업관리본부장이 삼성이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오 본부장은 1988~1999년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에서 근무했고, 1999~2007년 삼성테크윈이 지분 20.5%를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나아가 2006~2008년 GOP 시범사업 당시 실무 책임장교였던 구 아무개 중령이 삼성 광그물망 선정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중징계를 당한 뒤 삼성에 특채돼 들어갔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아니라 ‘경징계’를 받았고, 그 뒤 행정소송에서 무혐의 판결이 났다”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당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및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GOP 시범사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드러나자 군은 “엄중 문책하겠다”라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그래놓고는 실무 책임장교인 구 아무개 중령을 비롯해 상급자인 사업팀장 윤 아무개 대령, 사업관리 총괄장교인 문 아무개 중령 등에 대해 최종적으로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군 출신 법률가는 “전직 군사법원장을 변호사로 선임해 징계를 최소화하거나 취소하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는 군이 엄정한 지휘권(징계권)을 스스로 무력화해 군 기강을 문란케 한 것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시사IN 조남진 방위사업청은 GOP 시험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부실 의혹에 휘말린 삼성 광그물망이 휴전선 전 구간에 설치될 것으로 보인

군납 비리 전력자가 시험평가 책임자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전방 GOP 본사업 시험평가 책임자인 육군 시험평가단 김 아무개 중령이 군대 내 납품 비리에 연루된 이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김 중령은 강원도 철원 소재 육군 ○사단에서 지휘축선 통신시설을 공사할 당시 공사감독관 및 납품 검사 총책임자로 재직하면서 비위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중징계 문책을 받고 보직해임을 당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요구규격(ROC)에 미달된 핵심 부품을 납품한 업체의 계약위반 사실을 눈감아준 대가로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이 적발되었던 것이다. 군내 납품 비리에 연루돼 징계 처분을 받은 군 장교가 육군본부 정보통신 무기·비무기 시험평가단 책임장교라는 중책을 맡은 사실은 현행 GOP 사업과 관련해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방사청 무기체계 구매사업 평가지침 제6조 5항은 평가위원에서 제외해야 할 대상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평가대상 업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 과거 불성실·불공정 평가 경력이 있는 자, 그 밖에 평가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자.” 

이처럼 복마전인 구조 속에서도 방사청은 GOP 시험평가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컨소시엄과 경쟁하는 SK C&C 컨소시엄 측은 육군 시험평가단의 편파적이고 자의적인 시험평가 방식에 항의해 올봄부터 이미 평가 거부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자 시험평가단은 삼성 광그물망만을 대상으로 평가를 강행해왔다. 이대로 간다면 여러 부실 의혹이 제기된 삼성의 광그물망이 휴전선 전 구간에 설치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정원도 외면한 부실 장비를 무리하게 휴전선 전 구간에 설치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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