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22일자 기사 'MB와 함께한 ‘일제고사 5년’, 파행에서 폐지 법안까지'를 퍼왔습니다.
오는 26일 일제고사 예정, 전날 정진후 통합진보당 의원 법안 발의
ⓒ민중의소리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문제를 풀고 있는 학생들.
- 오는 26일 일제고사를 앞둔 초·중·고교 학생들은 평소보다 20~30분 앞당겨 등교한다. 지난 5월 일찍 1학기 진도를 마치고, 수업시간에는 일제고사를 대비한 문제풀이에 여념이 없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 예전에는 대학을 가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했다면 이젠 일제고사를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한다. 한참 떠들썩했던 주5일제 수업은 어디가고, 토요일에도 학생들은 교실로 향한다.
- 운동장에서 뛰고 음악실에서 합창을 하던 수업은 온데간데없고, 전부 국·영·수로 대체됐다. 일제고사에서 보는 과목들이다. 게다가 수업시간에 몇 번이고 모의고사를 보기도 한다. 이 문제는 곧 보게 될 기말고사에서도 나온다.
- '교과학습부진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학력향산반'에 강제로 들어가 별도의 수업을 받기도 한다. 기초학력미도달 학생이 되면 동아리 활동도 금지된다.
- 일제고사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은 서러움을 느낀다. 성적에 따라 학교에서 5천원~20만원 상당의 상품권 또는 상금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떡볶이 같은 간식을 사주거나 롯데월드 이용권을 준다. 공부 잘 하는 학생과 못 하는 학생을 묶어서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만약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면 그를 도와준 학생의 손에도 상품권이 쥐어진다.
일제고사 시행 5년, 교실 안에서는 파행의 연속
일제고사가 시행된 지 5년째 접어든다. 학교에서는 일제고사를 대비하면서 각종 파행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2012 총대선 승리 교육운동 연석회의가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한 이같은 사례는 지난 4년동안 일제고사로 인해 교실 안에서도 경쟁과 자본에 내몰린 어린 청소년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제고사는 이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계속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문제를 제기하며 미응시자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를 추진한 교사는 해직되는 등 파행이 잇따랐다. 전교조 정책실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된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체 355개 학교 중 143개 학교(40.3%)에서 일제고사를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이나 비교육적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비율은 초등학교는 51%, 중학교 42.2%, 고등학교 16.7%로 나이가 어릴수록 겪는 파행의 수준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파행사례 유형은 '교과학습부진학생 대상 강제 방과후학교 문제 풀이 수업'으로 21.7%(77개)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21.1%(75개)가 '0교시 또는 7, 8교시 일제고사 대비 문제 풀이 수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교육전문가들 "본래 목적 왜곡, 일제고사 폐지해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9년부터 일제고사 결과를 시도교육청 평가와 학교 성과금 지표로 활용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평가 향상도 공개 대상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하는 등 일제고사 체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가톨릭대 성기선 교수(교육학과)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역·계층별로 학생들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만 공개할 경우 격차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책무성에 대한 평가로 이러한 결과를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초등학생들에게 조차 0교시, 강제된 자율학습, 문제풀이 등을 시키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는 이 제도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을 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학교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학생폭력, 자살, 왕따 등이 더욱 늘어나고 있지 않은지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실 2012 총대선 승리 교육운동 연석회의가 주최하고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실,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관한 '일제고사 폐지와 대안마련 토론회'가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수석부회장은 "우리나라 일제고사는 계층과 서열 고착이라는 우려를 유발한다고 평가되는 미국의 NCLB(낙오방지법), 사실상 폐지단계에 있는 영국의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등 외국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차용해 고수하는 낡은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일제고사로 인해 "수업을 이해할 수 없음에도 따라야 하는 교육과정으로 인해 '수업은 재미없는 것', '낙오자'라는 낮은 자존감이 내면화되며 상급학년으로 진학할수록 공부를 포기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2009교육과정을 폐지하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협력중심 교육과정으로 전면개정돼야 한다"며 "학생 발달 및 학업성취도 평가를 위한 정책은 교육 관점에서 수립하고 운영해야 하며, 계층 서열 유발과 경제효과 등 정치경제적 관점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은 서울시의회 의원 44명과 함께 참여한 결의문을 통해 "교과부는 2008년부터 갑작스럽게 일제고사를 전수평가로 전환했고 그 결과에 따라 지역별, 학교별로 차등적 예산지원을 했다"며 "그러나 전수 실시하는 일제고사는 '학생 학업 성취수준 파악, 기초학력미달 학생 학습결손 보충' 등의 목적을 왜곡시키거나 불필요한 행정력과 재정의 낭비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경우 학습부진은 빈곤에 의한 제반 여건의 결핍이 그 원인이고 인지나 정서 발달 장애와 관련이 깊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반복적으로 자주 보는 것은 학업부진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김 위원은 "일제고사에 사용되는 125억원을 소외계층과 인지정서 발달 장애를 겪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교과부가 일제고사를 실시하며 제시하는 목적은 표집실시만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며 일제고사 표집실시와 학교·학생들의 선택권 부여를 촉구했다.
'일제고사 폐지' 신호탄, 19대 국회 법안 발의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일제고사를 법적으로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제고사 시행을 5일 앞둔 지난 21일,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은 일제고사 폐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보조자료를 통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 1위로서 학생들이 성적과 진학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현실에 처해 있다"며 "교육과정 파행, 학교 서열화 등으로 학생들을 더욱 옭아매는 사슬이 되고 있는 일제고사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의 초중고 모든 학교와 교육청을 점수로 줄 세우고 학교별 성과급과 연계하는 일제고사 탓에 교육과정 운영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며 "일제고사를 표집으로 전환하는 '일제고사 폐지 법률안'을 오는 25일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일제고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심정을 적은 글
최지현 기자 c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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