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6-20일자 기사 '우리의 연대가 부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기를'을 퍼왔습니다.
[기고]파업 100일을 맞이한 지역MBC구성원들에게
올해 팔순을 맞으신 백기완 선생은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국가의 축이 흔들렸다’고 진단했다. 퇴보가 아닌 축이 흔들렸음은 흐름을 이어 갈 제자리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MB시대가 끝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MBC가 파업에 돌입한지 100일째, 서울은 넉달이 넘었고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곡기를 끊은 지 20일이 넘어 현재 입원중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장악의 모태가 정수장학회라고 진단했다. 1960년 3, 15 부정선거 당시 방송을 생중계하던 부산MBC에 무장한 군부가 장악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청산하지 못한 독재의 망령’을 의미하는 것이다. MB의 언론장악의 실체로 존재해 온 김재철 사장의 퇴임과 언론장악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정치권의 결단이 파업 사태의 해결과 공영방송을 살리는 선결조건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모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언론장악의 문제로 인해 국가의 축이 흔들리고 말았다는 원인과 결과의 두 진단은 먼 과거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해결하지 못한 매듭들이 그물이 되어 우리의 현실을 가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의 답답함이 이에 다름아니다는 자각과 이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에 다가서는 집요함과 인내가 요구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낙하산 사장 반대를 외치며 파업 집회를 벌이고 있는 대구 MBC 노조원들
지역MBC 문제를 언론장악과 국가의 축이라는 키워드로 출발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는 공영방송 MBC의 근간을 유지케 하는 핵심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공영방송 MBC에 부여된 책무를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서이다. 김재철 퇴진과 언론장악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관철되고 파업이 정리된 이후 단순하지 않을 문제들을 정리해 나가는 데 있어서 이 부분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망가진 현장에서 무력한 제도를 확인했고 이해의 다름과 멀어진 시청자를 보았다. 100일의 시간동안 진정한 성찰과 함께 했는지의 평가 또한 이후 논의의 중요한 또 하나의 지점이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시청자주권을 위한 지역방송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지역방송 문제의 근원과 해법을 찾아보고자 노력했다. 지난하게 논의를 이어 온 ‘지역성’을 가치의 조각모음 한부분이 아닌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의 핵심가치로 접근했다. 발제를 맡은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소장은 이 인식의 토대위에서 지역방송의 네트워크 거버넌스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상호 ‘윈-윈’의 전략적 타협이 결국은 수중계의 종속적인 관계로 이어져 수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키스테이션 구성원들의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수중계 프로그램을 매개로 한 각 지역의 방송권역내 시청자들의 ‘접근권’으로 바로잡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안정적인 ‘접근권’과 지역성 구현을 위한 ‘자율성’이 동시에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중계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적 편성권을 인정하는 ‘이시편성권’이 수평적 네트워크의 판단 근거 지점으로 보았다. 이와 함께 현재 MBC 네트워크의 수직적 주종관계 체제는 지역MBC 사장의 일방적 선임, 보도/편성/경영/기술 등 전 분야에서 자율성의 침해, 지역MBC 강제 통폐합을 통한 네트워크 체제 약화 및 축소 시도 등이 발생시켰고 서울MBC와 방문진 사이에 누려왔던 독립성과 자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공영방송으로서 MBC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영방송 지역 MBC의 제도 개선의 출발은 MBC가 정체성의 모호함을 극복하고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때 가능하다. 정체성의 모호함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네트워크 체계의 종속성을 탈피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개선을 위해 서울과 지역의 MBC구성원, 공영방송의 주인인 서울과 지역의 시청자, 국회가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과 결과에 있을 것이다. 방문진 MBC출자와 서울 MBC주식 방문진 이관, 제작비 수신료 일부 지원, 공영미디어렙 규제, 이사와 사장 선임시 독립적인 지역MBC 거버넌스 모델 등이 현재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테이블을 꾸리는 등 서두르는 모양새다. 다가오는 공영방송 이사회 임기 종료와 파업, 상임위 구성 등의 일정과 맞물려 있다. 시민사회, 현업, 학계와 함께 단일안을 만들어 새누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합의된 안을 마련하는 것은 마땅하나 자칫 근본의 문제는 내려놓고 가려운 부분만 긁다가 마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역방송 문제에 있어서 특위 구성이나 특별법으로 논의구조를 접근하는 것에 대해 환영할 수 없다. 전략적 지점을 지나치게 고려한다든지 서울과 지역 구도로 힘의 논리가 입법 과정에서 작동해 근원에 다가서는 한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MBC를 거듭나게 하기 위해 지역MBC 구성원들의 책무 또한 강하게 요구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얘기한 성찰의 지점에서 혹독한 평가를 동반한 ‘지역성 구현을 위한 저널리즘의 건강한 경쟁’을 빠른 시간 내에 실현해 내지 못한다면 존재의 명분을 부여 받지 못할 것이다. 파업 이후 지역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얘기 할 것인가의 구체적 고민이 없이 김재철 아웃만 고수한다면 당장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직접 제작할 것인가, 살아있는 고민들이 전국을 흔들고 그 것이 제도개선의 힘으로 작용되어야 승리가 가능하다. ‘지역성’이 지역사회 유착된 관행을 가리는 변명거리가 되었던 지난 구태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지역성’의 가치를 살리는 주체임을 18개 지역MBC구성원들이 명심해 줄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부디 언론자유를 위한 우리의 연대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기를, 안과 밖의 엇갈리는 이해, 과거와 머지않은 미래가 닿아서 우리를 가둘지라도.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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