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7일 목요일

한반도 서해를 화약고로 만들 셈인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7일자 기사 '한반도 서해를 화약고로 만들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정상모의 흥망성쇠] 열강들의 연합군사 훈련장처럼 돼버린 서해

일본이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우리나라 서해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5월 30일치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이 북한의 미사일 궤적을 더 쉽게 탐지할 수 있도록 ‘발사지점 주변해역’에 이지스함 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발사지점 주변해역’은 한반도 서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일본 군함이 우리나라 서해에서 작전을 벌이겠다니 도대체 세상이 어찌 되고 있는 것인가.  
일본의 이지스함 서해 배치가 북한의 미사일 궤적 탐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지스함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지스함이 보유한 레이더의 정보 탐지 거리가 무려 1천km에 이른다. 중국 동부 연안지역 군사기지에서 벌어지는 미사일 훈련이나 공군 비행훈련 능력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있겠는가. 2010년 7월 천안함 사태로 서해에서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벌이려고 하자 중국의 반발이 워낙 심해 훈련지역을 동해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에도 중국의 반발로 미군 항공모함이 서해 남쪽 먼 바다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말았다. 중국이 이처럼 서해를 양보와 타협을 절대로 할 수 없는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터라 일본의 이지스함 서해 배치 검토를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본의 이지스함 서해 배치 얘기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서해의 군사적 갈등과 긴장이 높아져 왔다는 점이다. 한반도는 이미 열강들의 연합군사 훈련장처럼 돼 버렸다.
한국과 미국은 올 해 들어 2월 27일 키리졸브 훈련, 3월 독수리훈련, 23년만의 한․미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두 나라는 이어 5월 7일부터 18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 최장 기간의 연합 공중전투훈련을 실시했다. 2010년 7월 한․미 합동 해상훈련에는 일본 자위대 장교들이 참관하는 등 한․미․일 공동 군사훈련도 진행됐다.
중국과 러시아도 연합 해상훈련인 ‘해상협력 2012’를 한반도 주변에서 2012년 4월 24-29일 실시했다. 양국 모두 주력 함정들을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러시아 함대가 일본 열도를 우회하지 않고 대한해협을 직접 통과한 것은 일본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과 긴장이 이처럼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냉전 대립구도로 특히 서해에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열강들의 연합군사 훈련의 강도도 역대 최대 규모로 높여가며 기싸움을 벌이는 꼴이다.

공군작전사령부는 미 7공군과 함께 지난 5월7일부터 18일까지 12일 동안 연합 공중전투훈련인 '12-1차 맥스 썬더(Max Thunder)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전쟁 초기 상황을 가정한 훈련 시나리오를 토대로 한국 공군작전사령부 주도하에 제 1전투비행단에서 진행되며, 역대 최대 규모인 60대의 연합 공중전력이 참가했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하는 韓 공군 F-15K 전투기들이 1전투비행단에 도착해 늘어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핵심이익’을 지키고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미국의 아시아 재개입 및 중국 포위 봉쇄 전략이 동․남 중국해에서 갈등을 빚은 지 오래다. 이 갈등이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더욱 격화됐다.
미국은 2020년까지 자국 군함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의 미군 재배치 계획도 끝났다.
재배치 계획의 핵심은 미국의 해병공지(空地)부대의 거점을 오키나와 기지 한 곳에서 세 곳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오키나와 기지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괌 기지는 서태평양 전체, 호주의 다윈 기지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맡아 미군의 대중국 봉쇄선을 남중국해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일본-댜오위다오-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선을 제1열도선으로 설정하고 이를 근해방어선으로 삼아 미국을 상정한 반접근 및 거부 전략을 펴고 있다. 또한 오가사와라-사이판-괌-파푸아뉴기니아를 연결하는 선을 제2열도선으로 설정하고 군사력 증강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도 제2열도선 통제와 태평양 진출을 노린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날도 과거 2040-50년대에서 점차 가까워져 이제는 그 시기가 2010년대로 앞당겨졌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18년, 골드먼삭스는 2017년,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는 2015년으로 내다본다고 한다.
부상하는 중국과 힘의 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갈등 및 분쟁이 더욱 심해지지 않겠는가. 열강들의 패권전쟁터가 돼버린 한반도의 입장에서 자못 심각한 정세 동향이다.
2006년 강화된 ‘미․일신동맹’은 일본의 해양권을 남중국해로 확대하려는 의도였다. 일본의 이지스함이 서해로 진출하겠다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해양권 확대 전략 아니겠는가.
한반도가 열강들의 패권 전쟁에 휘말려 희생양이 되는 불행한 역사를 또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열강들의 신냉전 각축구도로 악화되고 있는 냉전 구조의 근본적인 해소를 위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의 평화전략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 뜻이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 sang_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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