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4일 월요일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


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4일자 기사 ''구럼비' 폭파 이후, '강정마을'이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를 퍼왔습니다.
진보언론, '구럼비'를 잇는 새로운 의제설정이 필요해

중앙일간지 속에서 강정이 사라졌다. 더 이상 그들의 지면 어디에서도 강정과 관련된 소식을 찾기 힘들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앞두고 몇 주간은 모든 매체의 집중을 받았지만 4.11 총선과 함께 열기는 식었다.
사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단순히 ‘다른 이슈가 많다’기 보다는 중앙언론 입장에서 지금의 강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집중적으로 다루기 참으로 애매하기 때문이다.


▲ 구럼비 바위 폭파와 함께 건설이 진행 중인 제주해군기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13일 경찰은 강정 모든 지역에 집회 금지를 통보했다. 동시에 무더기 연행이 이어졌다. 완전히 강경책으로 돌아선 것인데, 때문에 집회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종교행사만 허용되는 정도인데, 종교행사 역시 물리적 충돌을 빚을 경우 사제들이 연행 당할 정도이다.  
소요사태 대신 강정을 감싸고 있는 것은 제주도 행정부를 둘러싼 행정전이다. ‘산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쳐야’ 지방의 사안에 관심을 갖는 중앙 언론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화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강정해군기지에 대해 ‘공사중징명령’을 내릴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 지사의 입장은 ‘민관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15만톤급 크루즈 2척 동시접안 가능한 항만’이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제주도와 국방부의 1,2차 검증결과 동시접안이 가능하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상적인 형태의 민관복합항이 현재의 공사대로라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제주도 시민사회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를 압박해왔다.
이들의 근거는 국토해양부장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이양된 제주특별법(144조)이다. 공사중지명령은 ‘자치사무’이며 중앙정부의 감독권은 도지사가 법령을 위반하거나했을 때 실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사중지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사태가 금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해양부는 제주도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경우 지방자치법(169조1항)을 근거로 그 명령을 직권으로 취소·정지시킬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와 제주대 법학대학원 소속 교수들은 지방자치법 169조1항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거부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우 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법정싸움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동안 지금처럼 공사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주민 입장에서 더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근민 도지사가 공사중지명령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우 지사는 최근 공사중지명령을 내리기로 한 시기를 두 달 동안 거듭 미루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16일로 예정된 실시간 시뮬레이션 재현을 통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15만톤급 동시 접안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서 해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계속 굳이 중지명령을 내릴 이유가 없다.
사실 우 지사의 애매한 태도는 이전부터 논란거리였다. 그는 지방선거 당시에도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기보다는 ‘나에게 좋은 해결책이 있다. 당선 후에 확실히 밝히겠다’와 같은 화법으로 일관해왔다. 당선 후에도 어떤 특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태를 방관해왔다.
특히 우 지사가 취하고 있는 기본 전제가 ‘민관 복합형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강정주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당선 이후 제주도민의 눈치도 보고 해군과 국토부의 눈치도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기다려달라’식의 행보를 계속해왔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쪽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계륵이자 희망고문인 셈이다.
그가 망설이는 사이에 강정해군기지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강경한 태도로 소요사태가 줄어들고 복잡한 행정전이 진행되면서 중앙언론들은 흥밋거리가 떨어진 강정 해군기지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활동가들과 강정 주민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지난 10일 와의 인터뷰에서 생명평화결사 조직국장 박용성씨는 강정을 다루는 중앙언론들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인터뷰에서 박씨는 구럼비 폭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 언론이 호들갑스럽게 '구럼비가 다 폭파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해 '강정 싸움은 끝났다'라는 패배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해군기지 반대시위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방송사 노조와 재능교육의 파업이 그러하듯 거대권력을 상대로 하는 싸움은 지긋지긋하고 긴 여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이 싸움을 지속가능하게 끌고 갈 것인가, 어느 시점에서 의제 설정을 통해 여론을 형성시킬 것인가가 주요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지속가능한 연대는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 농민부터 비정규직 교수들까지 연대 의사를 밝혔으며, 시애틀부터 쿠바 하바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명 인디밴드들을 초청한 평화콘서트가 강정에서 열렸고, 로스쿨 교수들은 세미나와 모의법정 등 학술적인 방법으로 제주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며, 강정균 강정마을회장은 성균관대로 거리강연에 나섰다.
문제는 ‘구럼비’에 상응하는 제 2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이다. 사실 언론은 그동안 ‘구럼비’ 바위에 해군기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구럼비’라는 상징은 대중들로 하여금 좀 더 강정 해군기지문제를 쉽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동시에 ‘구럼비 파괴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는 정서는 더 호소력을 지녔다.
하지만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가 마무리되고 경찰과 해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구럼비 발파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들에게 이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강정주민의 삶은 이전처럼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으며, 해군기지 건설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언론들이 구럼비 폭파를 마지막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잃어버린 여론 주도력’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강정의 매일매일은 극적이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이제 예전보다 더 쉽게 연행되며, 108배와 미사와 같은 종교행사에 대한 압박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앙언론은 지금의 강정을 흥밋거리가 떨어진 지루한 곳으로만 여기는 모양이다. 이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노출되느냐의 차원을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강정을 다룰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파편화된 현재의 보도만으로는 강정은 독자들에게 흥미도 없고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파편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잇는 거대한 의제 설정이 진정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보수 언론들은 뭔가 더 특별한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영토권 분쟁의 상황도 아닌 데에도 특유의 프레임 구성으로 문제의 긴장감을 끌어올려 여론 형성에 이바지 했다, 그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상황은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언론들의 의제 설정이 중요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준영 / '제주의 소리' 기자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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