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5일 화요일

[사설]진보당 당권파,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찰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14일자 사설 '[사설]진보당 당권파,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찰 텐가'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의 비주류가 중앙위원회 전자투표를 통해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총사퇴와 강기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당권파는 예고한 대로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서 비주류와 당권파 사이에 다시금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진보당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당권파로선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미 사퇴한 이정희 공동대표 외에 심상정·유시민·조준호 3인 공동대표의 퇴진은 지도부의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갈등과 분란의 중심에 있는 그들에게 사태 해결을 맡길 수 없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당권파의 생각은 다르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퇴진 역시 새 판을 짜는 데 있어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강기갑 비대위원장 체제는 비례대표 경선 부정으로 비롯된 당내 갈등과 지난 주말의 폭력 사태를 수습하고, 강도 높은 당 쇄신책을 강구함으로써 진보당이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진보당의 최대 세력 기반인 민주노총까지 당권파의 전횡에 반발해 지지 철회를 검토한다고 하니 강 위원장의 행보에 힘이 될 터이다. 과거 당권파의 지지를 업고 대표가 되었다가 이제는 비주류의 지원을 업고 당의 난제를 풀어야 하는 강 위원장의 모습이 진보당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다.

문제는 단 한치의 여백조차 남기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당권파의 대응이다. 당권파가 중앙위 결정 수용을 거부하고 원내 다수라는 점을 악용해 별도의 원내지도부를 구성한다면 비주류 중심의 비대위와 당권파의 원내대표 체제라는 기이한 동거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는 한지붕 두가족을 넘어 사실상 분당에 가까운 두집 살림이라고 보는 게 옳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권파의 몫이다. 그러잖아도 당권파는 폭력 사태를 일으킴으로써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비도덕적 수단도 서슴지 않는 집단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당권파들이 여러 이유를 들이대고 있으나 그들의 온갖 몸부림은 결국 자파 몫인 비례대표 2석을 지켜 진보정당의 원내 다수를 점하자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더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강 위원장은 “진보정치의 시련이 미래의 가능성마저 거두어들이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도 하다”며 “국민과 당원이 갖고 있는 마지막 기대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진보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 제시라고 생각한다. 비주류보다 당권파들이 더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가 아닌가 싶다. 당권파가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한 진보당도, 당권파도 공멸의 길로 내달을 뿐이다. 당권파는 중앙위 결정을 수용함으로써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당권파는 당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찰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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