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05-13일자 기사 '[데스크 칼럼] 당권파의 ‘자폭테러’에 사망한 한국의 ‘진보정치’'를 퍼왔습니다.
무산된 통합진보당 1차 중앙위원회를 보고
두렵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날을 한국 진보정치세력이 일개 ‘분파’의 ‘자폭테러’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된 날로 기록할 것 같다.
5월 12일. 이날 경기도 일산 킨텍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의 중앙위원회는 파국의 길을 걷고 있던 진보통합당에게 마지막 반전의 탈출구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10%이상 통합진보당에 정당투표를 던진 국민들은 자신의 투표 행위가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이 날의 회의를 지켜보았다.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어떤 세력인가. ‘군사독재정권’과 MB정권에 맞서 오직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중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단련해온 사람들이 아닌가. ‘진보’세력으로서 최소한 ‘자기정체성’에 대한 ‘자존심’을 지킨다면,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해법도 있었다. 강기갑 의원의 타협안이 있지 않았는가.
그러나 국민들의 순수한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한줌’도 되지 않는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이 ‘자폭테러’란 극악한 ‘자멸’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수백 명의 당권파와 그 지지세력들이 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회의를 주재하는 단상에 올라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80년 신민당 정치테러사건에 등장한 '용팔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조준호 대표의 머리채가 잡히고, 유시민 대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중앙위원회 회의장 연단에서 멱살이 잡혀 폭행을 당하고 있는 조준호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장.ⓒ 연합뉴스
이날 중앙위원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행동은 철저히 계산되고 계획된 ‘정치테러’였다. 애초부터 이들 당권파의 작전은 ‘시간끌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국회 개원까지 시간을 끌어 ‘이석기’, ‘김재연’ 등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가 국회의원 신분이 되면 ‘탈당’이나 ‘제명’이외에 그들의 국회의원 자격을 물리는 방법이 없다는 계산인 것이다. 역시나 당권파들은 무서우리만큼 그들의 작전에 정말 충실했다. 소란을 피워, 중앙위원회의 개회를 지연시키더니, 개회 이후에는 성원문제로 꼬투리를 잡아 회의를 지연시켰다. 그리고 이정희 대표의 사퇴와 퇴장을 신호로 극악한 ‘본색’을 드러냈다. “꼭 화합해서 통합진보당을 국민들속에서 다시 세워주길 바란다”는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그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혀졌다. 그들에게 이 대표의 화합발언은 작전개시의 또다른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일군의 당권파 시위대의 ‘손’에는 조직적으로 인쇄한 ‘손피켓’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구호를 외쳤으며, 일사분란하게 몸싸움을 전개했다. 회의를 무산시킨 것으로 보이자, 회의장 내에서 ‘빵과’ ‘우유’를 나눠먹으며, 희희낙락거렸다.
그들의 모습에는 그 어떤 ‘진보’도, ‘민주주의’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일그러진 ‘신념’만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말 그대로 ‘종파주의자’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당권파 자신들에게 책임있는 선거관리의 부실과 부정의 방법을 통해 확보했던 비례대표 의원이란 당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추악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그 누구도 이정도의 극악한 행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난 보름간 자파의 ‘욕망’과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실체는 분명해졌다. 당무의 실질적 책임이 있는 당권파는 대리투표, 공개투표, 묶음투표용지, 무효표의 유효표처리, 투표시스템의 무단열람과 변경 등 수많은 부정과 부정의혹사례에 대한 조사결과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였음이 드러났음에도 자파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지키기 위해, ‘부정’행위는 단순 관리‘실수’였다고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당권파는 스스로가 만든 당의 ‘공식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부인했으며,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치 못했다고 그들이 임명한 ‘조사위원장’을 ‘인신공격’하는 ‘유체이탈’의 ‘자기부정’마저 서슴치 않았다. 당권파의 핵심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당선자는 방송에 출연, 선거부정을 감추기 위해 “어느 나라에서도 100% 완벽한 선거가 없다”는 ‘괘변’을 당당히 늘어놓았다. 기득권을 가진 수구정치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뻔뻔한 ‘인지부조화’의 심리마저 보여주는 것이다. 당권파는 이런 ‘괘변’과 ‘압박’이 당내에서조차 통하지 않자, 결국 물리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당의 최고의사결정회의를 봉쇄한 것이다.
이날 그들 당권파들에게는 한국진보세력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일말의 애정과 걱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지지해준 ‘국민’들이 얼마나 가슴 졸이며, 그 회의를 지켜보고, 희망의 결과를 기다렸는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세력으로서는 ‘멘붕상태’ 그 자체였다.
그들은 ‘멘붕’상태이기에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은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당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일어나 깨달았을까. 어느 국민이 자신의 삶과 자신의 나라를 맡길 정치세력으로, 이 따위의 ‘통합진보당’을 인정할 것인가. 그 이름으로 국회에 들어간들, 그 누가 정치적 대표자로 인정해 줄 것인가. 그들이 그토록 우습게 보았던 새누리당의 출당자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와 이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뭐가 다를 바가 있겠는가. 아무 쓸모와 소용이 없어진 국회의원과 당은 국민에게는 세금이나 축내는 ‘밥버러지’들일뿐이다.
당권파들은 또한 ‘정말’ 뼈아픈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희희낙락거리며 통합진보당의 사태를 지켜본 ‘보수세력’은 이날 사망한 ‘따끈따끈’한 진보정치세력의 살점을 ‘술안주’로 즐기며, 배를 채워나갈 것이란 사실을, 또한 그들 보수세력의 ‘입’을 즐겁게 하고 ‘배’를 채워준 집단은 바로 그들 당권파 자신이라는 사실을.
편집장 윤성한 | gayaju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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