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5-11일자 기사 '“천안함 가스터빈 외판에도 10m 스크래치”'를 퍼왔습니다.
[재판부 현장검증] 연골·프레임 벗겨져…스크루도 깨져 “폭발흔적” “좌초등흔적”
법원이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실시한 선체 현장검증에서 가스터빈 외판과 스크루(프로펠러), 선저 스크래치, 함수·함미 절단면의 밀려올라간 형태 등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측이 각각 폭발의 흔적, 좌초 또는 물리적 충돌의 흔적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는 11일 오전부터 2시간 여 동안 평택 해군2함대에 보관 중인 천안함 선체를 현장검증하기 위해 재판부측 7명, 검찰 2명,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민군합조단 민간위원) 등 변호인측 7명, 이재혁 대령 등 군측 관계자와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이번 현장검증에서는 함미 선저 중앙과 왼쪽에 나타난 스크래치 뿐 아니라 가스터빈 외판의 용골과 오른쪽 프레임(골격)에 약 10m 길이 방향의 스크래치로 페인트가 벗겨지고, 부식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터빈 외판은 함수-함미가 절단돼 떨어져 나갔고, 좌현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형태로 남아있어 어떤 원인에 의해 이런 형태가 됐는지를 밝히는 것이 천안함 사고원인을 규명하는데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변호인단의 이강훈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이를 보고 “용골과 프레임 등에 나타난 것은 스크래치”라고 지적했다. 신상철 대표는 “용골과 프레임에 길이방향으로 난 스크래치는 돌출된 부분 위주로 페인트가 다 벗겨졌다”며 “이는 좌초에 의한 손상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천안함 가스터빈 외판. ⓒ국방부 합조단 천안함 최종조사보고서
지난 2010년 6월 22일 이종인 대표 등이 촬영한 가스터빈 외판 좌현. 동영상 캡쳐
스크래치에 대해 검찰과 군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가스터빈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고 있는 파운데이션(철제 내부 구조물)까지 덩어리째 날아갔다”며 강력한 폭발에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움푹 들어간 흔적에 대해 오히려 비접촉이 아닌 직접적인 충격에 의한 흔적이라고 지적했다. 신상철 대표는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가 들어가 주름이 잡혀있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는 무언가가 뚫고 들어가면서 외판이 같이 말려들어간 형태”라며 “직접적인 충돌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 대표는 “폭발에 의한 충격이라면 데미지가 훨씬 더 커야 한다”며 “움푹 들어갈 것이 아니라 완전히 찢겨진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좌초의 정황으로 제시된 함미 스크루(프로펠러)의 휘어진 상태도 관심이 모아졌다. 휘어진 상태가 심한 왼쪽 스크루에 대해 김형태 변호사는 “S자 형태로 휘어진 것이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정지해서 관성에 의해 생긴 형태라고 군이 주장하지만 그 말대로 하더라도 오히려 정반대로 휘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휘어진 부분 외에도 스크루 날개 끝부분 곳곳이 반원 형태로 깨져있는 상태를 지목하면서 좌초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고밖에는 설명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현장 검증에서는 서로 양측의 주장에 대한 해석이 다른 부분이지만 프로펠러 훼손 부분은 검찰과 군 측이 해석상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과 군은 “S자 모양으로 휜 것은 프로펠러가 정지해서 한 번 휜 뒤에 물살에 의해 한 번 더 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함수 우현에 무언가에 의해 긁혀진 것으로 보이는 흔적에 대해 변호인 측은 “(도장이 벗겨진) 붉은 줄은 스크래치 양상”이라며 좌초의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사진상 음영으로 그런 것이지 실제 보니 다르다”며 스크래치 흔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천안함 함미 스크루(프로펠러)
이번 현장검증을 통해 제3자에게 처음 공개된 선체 내부는 취재진에게는 군 안보상 이유로 참관이 불허돼 군·검찰측과 변호인측만 둘러봤다. 양측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함미부터 시작해 승조원 식당, 기관실, 함교, 견시병 위치 등을 두루 살폈다. 선체 내부를 보고 나온 이강훈 변호사는 비교적 온전하고 깨끗한 형태로 남아있었다고 평했다.
검찰 측은 함수쪽 지하 1층 부분이 충격을 받아 객실의 바닥면이 깨져 있는 것을 폭발에 의한 흔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이를 두고 신상철 대표는 “수중 폭발과 같은 규모라면 함수-함미 절단면 양쪽 내부의 모습도 심하게 흐트러져 있어야 하는데 깨끗이 보존돼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함 함수와 함미, 가스터빈 외판 등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스크래치를 두고 검찰과 군 측은 이런 스크래치가 좌초의 흔적이라면 선체(함수)의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소나돔 장비(물체 음파 탐지 장치)가 원형 그대로 보존될리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항해 중에 원래 천안함 함수가 들린 상태로 운항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함미 절단면 하단의 철재 일부가 말아올려진 형태로 남아있는 것에 대해 검찰과 군은 수중 폭발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 말아올려졌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상철 대표는 “100m 높이의 물기둥을 낳은 폭발이라고 한다면 함수 함미 상부의 얇은 철판은 왜 고스란히 남이있느냐”며 “온전하게 남아있는 형광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미
이와 함께 검찰측과 변호인측은 천안함 절단면의 폭발 물질 파편 유무를 두고는 목소리를 높이며 신경전을 펼쳤다. 변호인 측이 버블에 의한 폭발이라고 한다면 어뢰에서 나온 파편 금속물질이 선체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군 측은 “직접 타격이라고 한다면 남을 수 있지만 버블에 의한 폭발이라면 선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재차 폭발 금속물질의 파편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군 측에게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라’고 지시하면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치열한 공방이 오고간 현장 검증은 오전 11시부터 12시 50분까지 진행됐다. 2시간 가까이 현장을 둘러보며 양측의 주장을 들은 재판부(박순관 부장판사)는 현장 검증에서 쟁점이 된 부분을 사진 촬영하고, 양측의 주장을 조서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이재진·조현호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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