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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홍 지사는 문제를 찬찬히 봐야 한다”


이글은 시사IN 2013-04-30일자 기사 '“홍 지사는 문제를 찬찬히 봐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났다. 그는 강원도 도립의료원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홍준표 지사에게 어느 한쪽 이야기만 듣고 결단 내리지 말라고 조언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못생겼다. 스스로 강원도 감자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그는 관상학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빈상이다. 촛불집회 때 거리에 나오면 노숙자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런 그가 관운은 참 좋다. MBC 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도지사까지 되었다. 관상 좋은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이사장과는 MBC 사장과 강원도지사 직을 놓고 경쟁했는데 두 번 다 이겼다.

MBC 사장 시절 최문순 지사는 ‘총매출 1조5746억원, 영업이익 616억원, 평균 시청률 9%, 점유율 19.2%’로 채널 1위를 달성했다. 경영자로서도 만만찮은 저력을 보인 셈이다. 이를 근거로 그는 강원도지사에 취임하면서 ‘유능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강원도가 조용하다. 세 번 연임하고 퇴임한 김진선 전 지사와 평창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의 얼굴은 보이는데 최 지사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과연 최문순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존재감 없는 그의 존재를 쫓아 강원도를 찾았다. 2011년 4월27일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에 당선되어 취임 2년차를 맞은 그를 춘천시의 한 찜질방에서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년 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진주의료원이 전국적인 이슈다. 강원도도 지난해에 비슷한 상황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강원도는 도립 의료원이 다섯 곳이다. 빚이 8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경남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았다. 경남보다 인구밀도도 낮고 재정 상황도 더 열악해서일 것이다. 그 때문에 취임하자마자 첨예하게 도의회와 갈등했다. 폐업하거나 매각하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나는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36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행히 성과가 꽤 났다. 입원환자 수나 내원환자 수 모두 늘고 적자도 줄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한테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한다면?

그분이 도지사 되자마자 어느 한 편의 이야기만 듣고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사안이 굉장히 복합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분 주장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고 10% 정도의 정당성은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100% 주장을 해버리는 건 문제다. 노조의 문제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전부인 양 결단을 내려 잘못된 길로 확 가버린 거다.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거의 없다. 돈이 안 되니까. 아기를 가져도 진료를 받지 못한다. 응급실이 없는 병원도 많다. 지역 의료원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그런데 의료원을 폐업해버리면 앞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지역에 오겠나?

홍 지사는 ‘강성 노조가 문제다’라고 주장한다. 최 지사도 강성 노조(MBC노조,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이니까 상황을 잘 알지 않나?(웃음)

(의료원이) 인건비 비중이 높다 보니까 강성 노조 이미지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그것 때문에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강원도 의료원이 800억원 적자라고, 도에서 지원한 돈 800억원을 허비한 건가? 서류상의 수치일 뿐이다. 임금 체불, 퇴직금 연체, 기타 경영 적자 등이 누적된 수치다. 강원도는 실제로 돈 대준 게 별로 없다. 그리고 임금 체불이 계속되니 강성 노조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고.

강성 노조를 상대하는 데 노조위원장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

지난해 도에서 자금을 지원할 때 그중 절반가량은 체불임금 해소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경영구조 개선에 투자했다. 체불임금 중 상당액은 그쪽(노조)에서도 포기하고 서로 퉁친 거다(웃음). 다시 돈을 벌어서 주기로 서로 협약을 했다. MBC 사장이 되었을 때도 맨 처음 한 일이 임금을 깎은 일이었다. 그 돈을 투자해 불려서 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훨씬 더 많이 돌려줬다. 투자를 해서 회사를 키우는 데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런 얘기를 해서 노조가 동의해주었고 그 코스대로 가고 있다.

ⓒ시사IN 백승기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MBC 사장과 국회의원을 거쳐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래도 홍 지사가 전국적 이슈를 만든 정치력은 검증된 것 아닌가? 지방단체장들은 늘 성과가 안 알려진다고 아쉬워하는데. 
나는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등록금을 깎았다. 강원도립대학 학생 3명 중 1명은 0원 고지서를 받는다. 나머지 학생들도 평균 15만원이 한 학기 등록금이다. 예전에는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신 1등급 학생도 온다고 하더라. 양양공항을 활성화시킨 것도 성과다. 양양공항은 부임하기 전에 1년 이용자가 0명이었는데, 지난해에 3만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0만명이 목표다. 그 성과가 1면에도 실렸다. 살다가 에 좋은 일로 나와 보기도 처음이고 1면 톱도 처음이었다(웃음).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역단체장으로는 후배인데 훨씬 더 유명해졌다.

워낙 서울이 이슈가 많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똑같은 일을 해도 지역 이슈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홍 지사 같은 극단적인 경우도 나오는 거고.

요즘은 SNS 소통도 박 시장한테 밀리는 것 같더라(웃음).

강원도민들이 잘 안 하니까 나도 안 하게 된다. 반응이 별로 없다. 내가 야당 국회의원 할 때는 박 시장이 잽도 안 됐는데 여기로 오면서  완전히 밀렸다(웃음).  

2년간의 도지사 경험을 통해 파악한 강원도 상황은 어떤가?

이곳은 빈곤의 문제가 상당한 곳이다. 자살률 1위, 흡연율 1위, 음주율 1위, 장애율 1위. 심지어 비만율도 전국 1위다. 공기가 좋다고 하는데 호흡기 질환도 1위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을 많이 마셔서다. 수도권에서 하던 것과 달리 당장은 경제성장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국가 예산 많이 따고, 수출 많이 늘리고, 관광객 많이 모집하고… 성장론자들이 주장하던 일을 내가 지금 하고 있다. 복지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작년에 4%나 성장했다. 올해 국가적으로는 2.3% 성장률을 잡았지만 강원도는 5.2%를 성장 목표로 세웠다.

전임 도지사들이 숙제를 많이 남기고 간 것으로 안다. 알펜시아리조트 문제를 비롯해서. 

알펜시아리조트에는 강원도가 6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는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되어 빚이 1조원쯤 된다. 하루에 이자만 1억1000만원씩 나간다. (매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지역은 정부에 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700억원 정도에 매각하려고 하는데 숨통은 트일 것 같다.

그런 숙제를 하느라 바쁜 건지 언론에 잘 보이지 않더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행사나 스페셜올림픽 때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경우 현직 지사가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고 전직 지사가 위원장인 모양새는 좀 이상하다. 
문화부에서 밀어붙이는 통에 사달이 좀 있었다. 보통은 단체장이 집행위원장을 맡는 구조인데 집행위원장 제도 자체를 안 두는 방향으로 갔다. 중앙에서 통제를 많이 하는 편이다. 싸우려면 싸울 수 있는데 도민에게 실익이 없다. 실제 일은 밑에서 우리가 다 하는데 생색내는 사람은 따로 있다(웃음).

김진선 전 지사가 지사직을 오래 해서 그런지 아직도 아우라가 커 보인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작은 것 같은데.

맞다. 우선 이곳에 내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다. 고향이긴 하지만 벼락 선거를 치렀으니까. 워낙 오랫동안 여당이 지배한 곳이라 야당도 너무 취약하다. 50년 보수 정권이 누적된 곳이다. 언론에서는 나를 외로운 섬이라고 부른다(웃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면 바로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게 돼 있다. 워낙 세력 차이가 나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원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자주 방문하고 관심도 많이 가졌는데 대통령이 된 뒤로 좀 반영되었나?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표 차이로 이겼는데, 그중 20만 표를 강원도에서 이겼다. 강원도 인구를 감안하면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거다. 그런데 (강원도 출신은) 장관도 한 명 안 쓰고, 수석도 한 명 안 넣고, 이번에 발표한 정부 정책에 공약했던 게 하나도 안 들어갔다. 민심이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내가 제일 못하는 걸로 나오는 항목들이 다 박 대통령이 약속하고 안 지키는 것이다.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건설 공약인데, 박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었다. 도민이 보기에는 그놈이 그놈인 거다(웃음).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수용하는 분위기인가?

지금 분위기로는 어렵다. 조만간 철야 기도회를 하려고 한다.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세게 못하니까, 고육지책이 철야 기도회다. 사찰에서 한 번 하고, 교회에 가서 하고, 성당에서도 한다. 이렇게 자해하는 수밖에 없다. 철야 기도회는 생전 처음인데 졸지 않을지(웃음). 

북한의 위협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관련 사업이 더 어려워졌을 것 같다.
폐허가 됐다. 심각하다. 금강산 육로 관광로가 지나는 고성군 지역은 전부 빚을 얻어서 여관을 짓고, 식당을 내고, 건어물상을 냈는데 관광객이 딱 끊기니까 빚이 늘어서 야반도주를 하는 사람도 생겼다. 고아가 생기고, 이혼 가정이 생기고, 조손 가정도 많고….

최근 두 차례 큰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최문순 지사가 잘못해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선 졌을 때는 정말 욕 많이 먹었다. 도지사가 잘못했다고. 대선 졌을 때는 안 그러더라(웃음). 다음 선거를 잘 준비해야 한다. 그래도 선거 지형이 좀 나아졌다. 총선 때도 (강원도에서의 역대 야당 득표로 따지면) 최다 득표를 했다. 골고루 지니까 한 석도 못 건졌지만 총득표로는 40% 가까이 얻었다. 내가 선거했을 때는 제일 고무적인 것이 접경지역인 화천·인제·양구에서 이긴 건데 사상 처음이었다. 평화에 대해서 그분들은 아주 민감하게 느끼더라.

민주당에 대한 지적을 많이들 한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목숨을 내던지는 싸움을, 특히 대선 때는 했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다 그렇게 자신을 던져서 이겼다. 심지어 박정희·전두환도 목숨을 걸고 쿠데타를 했잖은가. 당에는 머리 좋아서 표 계산을 정확하게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늘 그런 분들 때문에 진다. 우리나라 선거는 심장으로 해야 한다. 이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민주당에는 심장이 없다. 안철수도 심장이 없다. 그러니까 지는 거다. 

재선 준비는 하고 있나? 
뭐,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무조건 최선을 다할 뿐이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2012년 12월 14일 금요일

강원도가 웃었다... 주민도 웃고 도지사도 웃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2-13일자 기사 '강원도가 웃었다... 주민도 웃고 도지사도 웃었다'를 퍼왔습니다.
강원도 골프장 반대 대책위, 406일 만에 강원도청 안 노숙농성장 철거

▲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최문순 도지사. ⓒ 성낙선

강원도가 웃었다. 강원도청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주민들도 웃었고, 도지사도 웃었다. 주민들과 도지사가 오래간만에 손을 잡았다. 주민들이 도지사를 둘러싸고, 예전에 보지 못했던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강원도 내 골프장 반대지역 주민들이 노구를 이끌고 강원도청 현관 앞 아스팔트 위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406일째 되는 날이다.

13일, 오후 1시 30분. 이날 강원도청 안에서는 도청의 오랜 숙원 사업(?) 중에 하나인 노숙농성장 철거 행사가 있었다. 지난 12일 강원도가 도내 장기 민원을 야기하고 있는 골프장 문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발표하고 나서 딱 하루가 지나고, 주민들이 스스로 철옹성이나 다름 없었던 농성장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농성장 철거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농성장은 비닐과 스티로폼을 걷어내는 걸로 금방 끝났다. 그 안의 이불이나 전기밥솥·온열기 같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정리하는 데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렸다. 농성장은 406일을 버텨온 것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했다. 그 허술함으로 인해 이날 농성장을 철거하는 데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 농성장에서는 그동안 홍천군 구만리와 강릉시 구정리 등 강원도 내 일곱여 개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 왔다. 농성 주민들은 대부분 70~80세가 넘은 노인들이다. 이들은 겨울에는 혹한에 시달리고 여름에는 폭염에 탈진할 것 같은 고통을 견디며 "이 자리에서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농성을 접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왔다. 

▲ 최문순 도지사(등을 보이는 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는 농성 주민들. ⓒ 성낙선

▲ 철거 직전의 노숙농성장. 이런 모습으로 406일을 버텼다. ⓒ 성낙선

웃음꽃이 피기까지 감내해야만 했던 길고 힘든 시간들

▲ 농성장 철거에 들어간 골프장 반대 주민들. ⓒ 성낙선

농성장을 철수하기까지는 참으로 지난한 세월이 흘렀다. 골프장 반대 주민들은 노숙농성을 하면서도 강릉과 춘천과 서울을 오가며 숱한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지난 해 최문순 도지사 도정 초기, 골프장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던 강원도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골프장 반대 주민과 강원도청 사이에 갈등이 격화됐다. 그 바람에 초기 관과 민 사이에 원활하게 진행되던 소통이 최근에는 거의 단절 상태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다 최근 골프장 반대 주민들과 면담 자리를 마련한 문재인 대선후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인 이학영 의원 등이 최문순 도지사를 만나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문 후보는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 강원도에 협조 요청 의사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대통령 당선 후 골프장 인허가 관련 기관에 대한 특별감사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 후 최문순 도지사가 문 후보와 골프장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12일 '골프장 문제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리면서, 2013년을 넘어 또 한 번 겨울을 보낼 위기에 놓여 있던 농성장을 철거하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물론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골프장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린 최문순 도지사는 이제 오래전 인허가가 완료된 골프장 문제까지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날 농성장 철수 현장에 모습을 보인 최문순 도지사는 그동안 도청 현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노숙농성장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결코 편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 정말 오랫동안 고생했다, 추운데 (골프장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 비닐 천막을 들어내면서 드러난 노숙농성 주민들의 잠자리. ⓒ 성낙선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는 주민들

▲ 강원도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응원하는 강원대 학생들의 지지 메시지. ⓒ 성낙선

13일 노숙농성장을 철수하기에 앞서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노숙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원도 내 골프장 문제 해결 의지와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비록 '골프장 전면 재검토 약속'이 최문순 도정 초기로 돌아간 것이라는 의견이 없지 않지만, 지금은 그 의지가 사뭇 다른데 감사와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강원도청 노숙 406일째, 풍찬노숙을 시작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오늘 골프장 피해 주민들은 한 줄기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며 "거짓과 부정, 회유와 협박 그리고 한겨울 혹한과 한여름의 폭염을 이겨내며 노숙장을 지켜온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는 말로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대책위는 이날 강원도의 골프장 전면 재검토 약속이 이제 또 다른 새로운 시작과 또 다른 싸움을 의미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원도에서 골프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결코 깃발을 내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오늘 강원도청 앞 노숙농성장에서 철수하지만 골프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주민들의 싸움을 계속될 것"이라며 "주민들의 삶터를 빼앗고 대대손손 물려온 자연환경을 거짓과 부정을 동원해 파괴하려는 토건세력들과는 앞으로도 타협 없이 싸워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 노숙장 철거 직전에 열린 강원도청 앞 기자회견. ⓒ 성낙선

대책위는 "강원도가 밝혔듯이 앞으로의 (골프장 문제 해결과 관련한) 모든 행정 절차는 지역주민·시민사회단체·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골프장 현안이 당 차원에서 약속한 공약"임을 상기시킨 뒤, 민주당에 "최문순 도지사가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협력하고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이날 골프장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관련된 기관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과 "강원지역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문 후보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또 주민들에게는 "해결이 늦어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그리고 최문순 도지사에게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문 후보는 "최문순 도지사가 강원도 내 골프장 문제에 대한 인허가 등 전반적인 과정과 절차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이를 위한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에 깊이 감사한다"며 "도지사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 노숙농성장은 철거됐지만, 강원도에서 불탈법 골프장이 사라지는 날까지 골프장 반대 투쟁은 계속된다. ⓒ 성낙선

성낙선(solpurn)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이글은 모마이뉴스 2012-08-24일자 기사 '최문순 지사님, 왜 골프장 허가취소 약속 안 지키십니까'를 퍼왔습니다.
해당 마을 주민들 도청 앞에서 280일 넘게 농성... 후보 시절 발언 잊었나

▲ 과연 여기가 설악산 맞아요? 동네 시장 골목도 이처럼 붐비진 않겠군요. 여기에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박그림

여기는 도떼기시장이 아닙니다. 위 사진은 일출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 설악산 대청봉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밀려드는지, 잠시 멈춰 쉬고 싶어도 인파에 떠밀려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설악산 입구뿐 아니라 설악산 대청봉 정상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설악산인지, 아니면 동네 시장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지난 6월 26일 환경부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제외한 설악산·지리산·월출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낸 국립공원 안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모두 부결했습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을 부결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보호 가치가 높은 식생의 훼손이 우려되고, 경제성이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기술성 검토가 부족하다는 점 등입니다.

강원도지사의 전쟁 선포, 실망입니다 

▲ 몰려드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설악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케이블카까지 설치한다면 설악산의 황폐함은 불보듯 뻔한 일이겠지요. 국립공원 케이블카 취소는 환경부의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 박그림

환경부의 국립공원 케이블카 취소 결정은 이명박 정부 아래서 환경부가 잘한 유일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칭찬받을 환경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에 대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7월 3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등 강원도 3대 현안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유로 차질이 빚고 있다며 최 도지사가 이명박 정부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동서고속화철도나 경제자유구역 등은 강원도정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됩니다. 그러나 설악산의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는 케이블카 사업 취소까지 전쟁 선포에 포함시키다니 최문순 도지사의 안목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동안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고생했습니다. 눈보라 치는 설악산 정상에서, 지리산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갖가지 퍼포먼스를 하며 눈물겨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지켜낸 설악산인데,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전쟁을 하겠다니요.

▲ 겨울 설악산 대청봉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의 몸부림이 있습니다. 설악산을 비롯해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최문순 도지사는 케이블카 사업이 취소되었다고 가카와 전쟁을 선포하셨습니다. ⓒ 박그림

최문순 도지사가 목숨 걸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청정 강원도를 파괴하는 골프장이지요. 현재 강원도는 50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입니다. 건설 중인 21개와 건설이 예정된 13개의 골프장을 합한다면 조만간 강원도는 총 84개의 골프장이 있는 골프도가 될 것입니다. 

모두 합해 1544홀 규모인 84개 골프장은 총면적 8435만 6058㎡로 여의도 면적의 약 32배에 이릅니다. 축구장보다 무려 1만 1815배나 큰 면적입니다. 이제 청정 강원도란 말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이로 인해 강릉·원주·홍천 지역 10여 개 마을이 5년에서 많게는 8년 동안 '주민피해 해소와 불·탈법 인허가 과정 재검증 요구'를 외치며 싸우고 있습니다.

시커먼 움막에서의 285일

지난 14일 강원도청을 방문하였습니다. 강원도청 마당 한가운데 시커먼 움막이 있었습니다. 빛바랜 현수막 글씨가 움막이 오랜 시간 이곳에 있었음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수막에 붙어 있는 285일이라는 선명한 숫자도 이를 말해줍니다. 

▲ 강원도청 앞 마당의 움막과 빛바랜 현수막 글씨가 오랜 시간 주민들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최병성

285일, 사람들은 얼음이 꽁꽁 얼던 지난 추운 겨울부터 이 움막에서 지냈습니다. 천막 안을 보려다가 입구에 놓인 알루미늄 기둥에 팔이 스쳤습니다.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습니다. 화상을 입을 듯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 천막 안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삶의 터전과 강원도 산하를 지키기 위한 염원으로 죽기를 각오한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강원도청 입구에는 런던 올림픽 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그 현수막 아래 285일이 넘도록 피눈물 흘리며 고생하는 주민들의 시커먼 움막이 오버랩됐습니다. 올림픽 환호성 속에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왜 강원도청 한마당에 움막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체육시설인 골프장은 관할 지자체장이 허가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강원도 전체 골프장의 최종적인 허가권을 쥐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를 찾아 온 것입니다. 

▲ 올림픽 금메달을 축하하는 현수막 아래 골프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움막이 있습니다. 금메달의 환호성에 가려 주민들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 걸까요? ⓒ 최병성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최문순 도지사 

시커먼 움막에 '최문순 도지사는 약속을 지키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걸려있습니다. 지난 2011년 4월 치러진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가 주민들을 만나 골프장의 허가 절차 및 환경 평가 등이 잘못되었다며 자신이 도지사가 된다면 불법이 확인된 골프장의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2011년 4월 24일 강원도지사 보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최문순 후보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만나 불법이 확인된 골프장 건설 취소를 약속했습니다.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당시 불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골프장에 대한 최문순 후보의 반대 입장은 명확하고 단호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의 후보시절 약속은 정확히 이랬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최문순입니다. 저는 MBC에서 기자생활을 오래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도 오래했고요. 골프장 현황과 불법이 어떻게 저질러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도지사가 되면 7개 마을에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이광재 지사가 147일간 근무하는 동안 사실 거의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재판에 끌려 다니고 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천명하는 위치가 되지 못했어요. 법적으로 취약했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고, 제가 도지사가 되면 그 문제를 분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제가 살아온 길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할 때 제 입으로 했던 얘기를 MBC사장이 돼서 그대로 했습니다. 믿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제가 도지사가 돼서 제가 잘못하면 도청으로 쳐들어오십시오. 도지사실을 점거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문순 도지사가 지난 2011년 4월 28일 강원도지사에 취임했으니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불법적인 골프장 허가를 취소하겠다던 약속은 아직도 약속으로 남아있고, 주민들은 한겨울의 눈보라와 뜨겁게 내리쬐는 한여름의 태양을 견디며 여전히 움막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는 이광재 전 도지사가 147일의 임기 동안 불법적인 골프장에 허가를 취소하지 못한 이유는 재판에 끌려 다니느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 도지사는 지금까지 약  540일에 이르는 18개월 동안 왜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오랜 기간 골프장 하나 해결하지 못할 만큼 최문순 도지사님의 위상이 허약한 것일까요. 최 도지사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지사실을 점거하라며 전화번호도 주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최도지사는 지난 3월 5일, 노숙 농성장을 자진 철거 않으면 강제 철거할 계획이며 불법행위는 고발 조치하겠다며 담화문까지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도청에서 기자회견했다는 이유 등으로 7명을 고발했습니다. 며칠 전 그들은 재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시자는 자신이 골프장 건설 취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도지사실로 처들어 오라고 약속해 놓더니,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고발을 했습니다. ⓒ 최병성

최문순보다 골프장 문제점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최문순 도지사는 그저 말로만 골프장 반대를 약속한 게 아니었습니다. 불법적으로 건설된 골프장 허가를 취소하겠다며 골프장 건설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 8가지 약속을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골프장 개발로 식수와 농업용수의 고갈, 농약과 비료로 인한 하천과 지하수 오염, 유기농 농사 피해, 수해 피해 등 심각한 주민 피해가 있다. 사전환경성검토서 작성에서 멸종위기의 식물, 동물 종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관할 행정청의 유착 의혹까지 일고 있다. 골프장 건설로 창출되는 지역주민 일자리는 단순 일용직에 불과하며 세입의 증대도 크지 않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생태계 파괴, 지하수 오염 및 지역주민이 갈등 등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 최근 많은 골프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문을 닫는 골프장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감사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골프장 개발의 적법성도 상당부분 결여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취소에 대하여 결정하겠다. "

▲ 아직도 '최문순'이라는 도장이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약속 이행은 왜 이리 오래 걸릴까요. ⓒ 최문순의 골프장 허가취소 약속문서

이처럼 최문순 도지사는 그 누구보다 골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고, 불법으로 공사 중인 골프장에 대해 허가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최 도지사는 이 문서에서 김문수경기도지사의 경우 2008년 골프장 허가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며, 자신도 김문수 도지사처럼 불법적인 골프장 공사에 대해 허가 취소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최문순 도지사님 "강원도는 골프장의 확대보다 청정지역으로서 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강원도는 미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첫 순위로 자연환경을 꼽고 있습니다. 주민 동의없이 무분별한, 무원칙한 개발로 청정 강원도의 모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개발수익은 지금의 수익이지만, 청정 강원도는 잠시 우리 세대가 맡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그런데 지금 왜 그러고 계십니까? 

▲ 강원도 골프장 환경 조사에서 빠진 하늘다람쥐입니다. 하늘다람쥐, 가막딱따구리, 수달 등의 천연기념물은 없는 것으로 허위조사됐습니다.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골프장,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제 골프가 대중운동이 된 만큼 골프장 허가가 필요하다고요? 아니요. 대한민국은 이미 골프 공화국이라 할 만큼 골프장 공급이 과잉 상태입니다. 일본의 경우, 경기침체로 골프장이 헐값에 매물로 나와도 사는 이가 없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곧 이것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2008년 23억 원에 이르던 남부CC의 회원권이 최근9억5천만 원으로, 13~4억 원에 이르던 레이크사이드와 화산CC 역시 1/3 수준인 4억 원 미만으로 폭락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골프장에 닥칠 재앙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최문순 도지사님, 여기 당신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약속했던 골프장 공사 현장이 있습니다. 믿어 달라던 당신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 강원도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숲은 홍수와 가뭄을 막아줍니다. 그러나 숲을 파괴하고 건설하는 골프장은 홍수를 일으키고 가뭄에 부족한 물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골프장 잔디는 홍수 조절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골프장의 잔디 밑에는 배수로가 있고, 곳곳에 물을 저장하는 저류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골프장 잔디는 홍수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홍수 조절 능력이 없는 골프장 잔디 밑에는 이처럼 배수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 배수로를 따라 모인 물은 어디로 갈까요? ⓒ 최병성

지난해 여름 충청도의 모 골프장 저류지가 붕괴되어 골프장 아래 마을로 물이 덮쳤습니다. 갑자기 밀어닥친 물때문에 집들은 구들장만 남았고, 그곳에서 잠자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급류에 실종돼 시신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100년 만의 가뭄이라던 지난 6월, 절실하게 물이 필요한 농가를 외면하고 농어촌공사가 해남 파인비치골프장에 물 판매계약을 체결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골프장의 잔디는 물을 주지 않으면 죽기 때문에 가뭄에 물 부족을 부채질하는 재앙입니다.

▲ 골프장 저류지가 붕괴되어 물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골프장은 홍수를 초래하는 주범이기도 합니다. ⓒ 최병성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과 지하수오염입니다. 골프장잔디를 가꾸기 위해서는 농약 살포가 필수 조건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의 종류와 기준이 지금까지도 전혀 없다는 사실이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에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골프장에서 흘러나온 농약은 하천을 오염시키고 우리가 먹는 식수를 더럽히는 주범입니다. 그러기에 골프장 문제는 곧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 골프장 농약 사용 기준이 전혀 없다는 환경부 국정감사 답변서입니다. 수백 곳에 이르는 골프장에 농약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 기준조차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골프장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요. 골프장 농약은 당신의 식수를 오염시킵니다. ⓒ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

약속 안 지키는 최문순 도지사, 민주당도 책임져야

이제 강원도 골프장에 대해 통합민주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주민들의 표만 얻은 후, 불법적으로 건설된 골프장 허가 취소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최문순씨를 도지사 후보로 민주당이 공천했기 때문입니다.  

골프는 숲을 파괴하고 홍수와 가뭄을 조장하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나쁜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부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골프를 즐기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환경 위기 시대에 골프가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 줄 모르는 까닭이지요. 

지난 14일 강원도의 개발 공약 발표를 위해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예비 후보가 강원도청을 찾았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던 문재인 후보에게 반경순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 공동대표가 골프장 사태를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강원도청에서 움막 생활을 하는 현장을 문재인 후보가 직접 보았습니다. 

▲ 문재인 후보 딱걸렸어! 반경순 강원도골프장반대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문후보의 손을 잡고 바로 앞의 주민들의 움막을 가리키며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문 후보가 직접 움막을 보았으니 골프장에 대핸 어떤 답을 내릴지 지켜보겠습니다. 아래 사진 속 붉은 동그라미가 문재인 후보입니다. ⓒ 최병성

조만간 강원도골프장반대대책위원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의 모든 대통령 예비 후보들에게 강원도 골프장 개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낼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답이 돌아올까요? 다음 기사에 후보들의 답변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불법적인 골프장의 허가를 취소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만큼만 해 주십시오. 그 길만이 청정 강원도의 미래를 보존하는 길이요. 당신의 살길입니다. 최문순 도지사님, 더 이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뻥쟁이가 되지 마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병성(cbs5012)

2012년 6월 19일 화요일

"강원도 재정파탄 책임 묻겠다"...'김진선 고발단' 뜬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18일자 기사 '"강원도 재정파탄 책임 묻겠다"...'김진선 고발단' 뜬다'를 퍼왔습니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알펜시아 부실 문제 법적 책임 묻기로

▲ 김진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 유성호
1조 원 규모의 손실을 내고 하루 이자만 매일 1억 1100만 원씩 발생하는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과 관련해, 강원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김진선 전 도지사를 비롯한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18일 오전 11시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알펜시아 부실 사업의 책임을 묻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도민고발단'을 구성하여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소속 단체를 중심으로 6월 말까지 춘천, 원주, 강릉, 속초, 태백, 영월, 횡성 등 지역별로 고발단을 모집하는 동시에, 6월 말까지 고발 관련 세부 자료를 정리하고, 변호인단의 법률 자문을 받아 7월 2일경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고발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SNS를 활용하거나 지역별로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고발단 규모는 약 1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대회의가 이날 고발단을 구성하게 된 이유는 "(알펜시아) 부실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김진선 전 도지사는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선임에 이어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되고, "알펜시아 부실의 정책적인 책임을 정확히 따지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조치해야 할 강원도와 강원도의회는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대회의는 고발단을 구성하는 것과는 별도로, 6월중 새누리당을 방문해 '김진선 최고위원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김진선 전 도지사 최고위원직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 운동을 함께 전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최문순 도지사와는 직접 면담을 추진해 '알펜시아 부실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정책 감사를 진행'하기로 한 시민단체와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펜시아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같은) 직책을 맡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대회의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강원도와 강원도의회에 "알펜시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했다.

그리고 새누리당에는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책임 있는 정치를 구현해야 할 새누리당이 강원도 재정 파탄의 책임자인 김진선 전 도지사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점에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감사원의 두 차례 감사와 강원도청의 자체 감사를 통해 알펜시아 사업의 총체적인 부실과 부정이 밝혀진 상황에서 책임자들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강원도와 강원도의회의 행태를 보며 또 다시 도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개탄했다.

 성낙선 (solpurn)

2012년 3월 7일 수요일

정연주와 김인규, 최문순과 김재철의 차이 [사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3=07일자 사설 '정연주와 김인규, 최문순과 김재철의 차이 [사설]'을 퍼왔습니다.
정권 말, 언론사 파업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MBC가 지난 1월25일 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KBS가 6일부터 파업을 시작했고 YTN은 8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는 13일까지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 중이다. 모두 지난 4년 동안 공정성 시비와 언론 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언론사들이다. 늦게나마 언론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떨쳐 일어선 언론인들에게 국민들은 뜨거운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다.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방문진에서 MBC 사장을 선임하는 셈인데 방문진 이사는 모두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임한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2명과 여당이 추천하는 1명, 야당이 추천하는 2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과 여당이 방통위와 방문진을 통해 MBC 사장 선임에 개입하는 구조라 태생적으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0%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BS는 이사 11명을 모두 방통위가 추천하는데 여기에서 사장이 선출된다. YTN은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DN이 21.4%, KT&G가 20.0%, 한국마사회가 9.5%, 우리은행이 7.7% 등 공기업 및 정부 관계회사 지분이 58.5%에 이른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회가 30.8%, KBS가 27.8%, MBC가 2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YTN과 연합뉴스 역시 사실상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김인규 KBS 사장은 전형적인 낙하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재철 MBC 사장이나 배석규 YTN 사장, 박정찬 연합뉴스 사장 등은 모두 내부에서 선임된 경우다. 굳이 비교하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오히려 낙하산 사장에 가깝다. 이른바 코드 인사는 노 전 대통령 때도 있었다. 정연주와 김인규의 차이는 뭘까. 최문순 전 MBC 사장과 김재철의 차이는 또 뭘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청와대가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연주 전 사장 역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 정권이 바뀐 뒤 온갖 압박 끝에 강제로 해임됐다. 배임 혐의를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고 해임 무효 소송도 1심과 2심 모두 승소하고 3심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정권이 바뀐다면 김인규·김재철 사장도 같은 운명을 밟게 될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적 영향을 받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방송법을 개정, KBS 사장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축소해 임기를 보장받도록 했다. 정권이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겠지만 사장을 마음대로 갈아치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 못지 않게 애초에 사장 선임 절차부터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대통령의 선의에 기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연주가 노무현의 낙하산이었다면 김인규는 이명박의 낙하산이다. 최문순이 노무현의 코드 인사였다면 김재철은 이명박의 코드 인사다. 착한 낙하산과 나쁜 낙하산의 차이일 뿐이다. 김인규의 KBS와 김재철의 MBC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김인규나 김재철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실제로 이병순의 KBS와 김인규의 KBS는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엄기영의 MBC나 김재철의 MBC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정권의 눈치를 보는 건 마찬가지였다.
분명한 것은 설령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을 내보내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또 다른 김재철을 임명할 것이고 그 김재철 역시 툭하면 청와대에 불려가서 '쪼인트'를 까일 거라는 사실이다. 최시중이 물러난 자리에 이계철이 들어오는 것을 보라. 최시중이나 이계철이나 얼굴만 다른 이명박의 아바타일 뿐이다. 공영방송의 진정한 독립을 원한다면 김인규와 김재철을 비난하는 것 못지 않게 지배구조 개선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당장은 시민사회의 분노와 기자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이 변화의 동력이다. "사장 한 명 바뀐다고 이렇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는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사장 한 명에 좌우되지 않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권 말 언론사 파업은 만시지탄이지만 권력이 언론을 흔들 수는 있을지언정 장악할 수는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만들어낼 중요한 기회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다.

MBC보도국 후배가 이진숙 홍보국장에게 보내는 편지


이글은 미디어스 201203-07일자 기사 'MBC보도국 후배가 이진숙 홍보국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퍼왔습니다.
“이제 피 묻은 붓을 내려놓으십시오”

1월 30일 ‘공정방송 쟁취’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걸고 시작된 MBC 총파업으로 인해 벌써 2명의 MBC 기자가 ‘해고’를 당했다.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진숙 기자(MBC 홍보국장)를 바라보며 기자의 꿈을 키웠던 MBC 보도국의 한 후배 기자가 이 국장에게 “이제 그만 피 붇은 붓을 내려놓으라”고 호소한다.  는 7일 MBC노조 총파업 특보에 실린 해당 글을, 노조 동의를 받아 전문 게재한다.

▲ 이진숙 MBC 홍보국장
“바그다드에서 이진숙입니다.”
이진숙 국장을 처음 뵌 건 그때였습니다. 총성이 곧 배경음이던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기자 이진숙’은 MBC 마이크를 들고 당당히 서 있었습니다. 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어떻게 저길 갔을까?’라는 경외심 때문인지,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표정이 흑백 사진처럼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느낀 게 저 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함께 언론사 시험공부를 하던 동료가, 자신은 “현장을 누비는 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이진숙’이란 이름 석 자는 수식어가 되기도 했고, 그래서 ‘기자 이진숙’이 직접 쓴 경험담이 저희에겐 곧 ‘교재’이기도 했습니다. MBC 기자가 된 이후 명절 때가 되면, ‘기자 이진숙’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지들도 ‘이라크에 있던 여기자’의 안부는 물어오곤 했습니다.
최문순 사장 시절이었던가요. 권재홍 현 보도본부장과 함께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시던 시절, 이진숙 선배는 당시 권재홍 특파원이 회삿돈을 사적인 용도로 쓴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 때문에 결국 회사가 감사까지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료애’와 ‘원칙’ 사이에서 숱한 뒷얘기가 오갔지만, 적어도 제게 이진숙 기자는 ‘공과 사’는 확실히 선을 긋는, 작은 실수도 그냥 넘기지 않는 엄격한 선배로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던 ‘종군 기자 이진숙’과, 징계 예고와 온갖 협박으로 점철된 서슬 퍼런 회사특보를 찍어내는 ‘홍보국장 이진숙’이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한 것은 물론, 부국장과 앵커들을 비롯한 보직 간부들까지 김재철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줄줄이 보직을 사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일부 구성원의 불법 파업”이란 딱지를 붙인 ‘홍보국장 이진숙’과, 한때 진실을 위해 발로 뛰던 ‘기자 이진숙’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사소한 공과 사의 구분에도 그토록 엄격했던 선배가 김재철 사장의 ‘수상한’ 법인카드 내역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하셨던가요. 김재철 사장에 대해선 어떻게 그렇게 관대할 수 있는지, ‘영업 기밀’이란 이유로 어찌 그리 감싸기에 급급한지, 도통 납득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김 사장이 임명한 홍보국장이란 자리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권의 입’이 되길 자처한 사장처럼 선배도 어느새 ‘김재철의 입’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요. 공정방송을 외치던 후배들의 절규보다 웃으며 속삭이던 김 사장의 귓속말이 더 크고 선명했던 건 아닌지요.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옳은 일을 할 뿐이다.”
재작년 (PD 수첩 4대강 편) 방송이 보류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울러 “홍보국장이란 자리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사장이 주도한 수많은 결정과 선배의 신념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어쩌면 이 편지는 그저 넋두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어코 이 글을 띄울 수밖에 없는 건, 아직도 적지 않은 후배들이 ‘제 2의 이진숙’을 꿈꾸며 험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그다드의 여기자’를 잊지 않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그들이 제게 ‘기자 이진숙’에 대해 물어올 때,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요.
‘이진숙 홍보국장’의 신념처럼, 저 또한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내 일터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전부일 뿐입니다. 그 때문인지, “평판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신 이 국장의 말씀처럼, 저 또한 이상할 정도로 징계가 두렵지 않습니다.
다시 보고 싶습니다. 포화 속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던 그 때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후배들의 진정어린 호소에 귀 기울이던 예전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영달에 눈이 먼 야욕가가 아닌, ‘기자 이진숙’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 후배들의 피로 물든, 그 ‘핏빛 붓’을 내려놓으십시오. 제발 해고자들이 흘린 피로 만든 잉크, 그 ‘핏빛 잉크에 찍어 쓰는 펜’을 던져버리십시오. 너무 때늦은 바람이 아니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MBC 보도국의 한 후배 기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