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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8일 일요일

정치테마주 거품 10조 빠져, 아직도 거품 남아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11-18일자 기사 '정치테마주 거품 10조 빠져, 아직도 거품 남아'를 퍼왔습니다.
정치테마주 134개 종목 분석 결과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정치 테마주들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0조원이 날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에서 대선 테마주로 알려진 134개 종목에 대해 작년 6월 이후 주가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 규모는 지난해 6월 초 7조4천167억원이었으나 테마주 과열과 함께 한때 최고 20조원 수준까지 급팽창했다.

이 기간 종목별로 주가가 최고치였을 때의 시총을 합하면 19조9천634억원에 달했다. 이달 16일 종가 기준 시총 합계는 9조9천759억원으로 최고치에 비해 9조9천875억원이 감소했다. 테마주 거품 붕괴로 약 10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해당 종목들의 시총 최저치 합계인 5조2천71억원과 최고치를 비교하면 14조7천563억원 차이를 보였다.

분석 대상 134곳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등 이번 대선과 관련된 인물이나 정책 연계성 및 풍문 등으로 주가가 급변하며 테마주로 꼽힌 종목들이다.

정치 테마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상급등 현상이 나타나며 기승을 부렸다. 이번 분석에서는 이번 대선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해 이상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추이를 살펴봤다. 

같은 기간 134개사의 주가 최고점을 최저점과 비교하면 평균 268.2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6일 종가 기준으로 이들 종목의 최저점 대비 상승률은 평균 98.59%였다.

테마주 소멸 등으로 주가가 내려가자 169.95%포인트에 해당하는 상승분을 반납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최저점 대비 상승률이 평균 100%에 가까운 상태여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충분하다.

안철수 테마주 써니전자는 최저점 대비 3,146.15%까지 상승했다가 현재는 상승률이 981.54%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자리 공약 관련 테마주인 에스코넥은 1,109.75%까지 뛰었으나 현재는 저점 대비 620.34% 상승한 수준이다.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과 바른손은 각각 1,064.24%, 1,044.07%까지 치솟았다가 상승률이 767.37%, 306.78%로 내려앉았다.

그 외 우리들제약(816.44%), 미래산업(782.98%), 신일산업(770.08%), 안랩(752.80%) 등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테마주 투자에 뛰어들었던 개미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테마주 매매에 대해 분석한 결과, 손실액 대부분인 99.26%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 파악됐다.

실적 등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투기적인 수요로 부풀려진 위험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금융당국의 각종 대책 등으로 정치 테마주들의 주가가 많이 내렸지만 아직도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대선이 임박하자 후보 단일화 등을 둘러싸고 최근 다시 테마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계 당국이 제도 개선과 투자 경고 등으로 주의를 당부해왔고 투자자들도 테마주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거품이 많이 빠졌다"면서 "그러나 그동안 많은 피해자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2년 2월 3일 금요일

안랩, 정치주 운용도 ‘안철수식’이 정답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2-02-01일자 기사 '안랩, 정치주 운용도 ‘안철수식’이 정답'을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코스닥 위협하는 정치 테마주

투기종목으로 지정된 회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전혀 이익도 없으면서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방치할 리 없다.

지난 1월8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말했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론 언제나 저울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겐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식투자와 관련해 이만큼 진실된 말은 없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정치주식’의 투기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8개 종목이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 활개치고 있다. 약 12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MB 정권에서 만개한 ‘정치 테마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대주주로 있는 EG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주식이 각각 순이익의 180배(EG)와 100배(안랩)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답게 정상 가치의 10배가 넘는 ‘도박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10여 년 전 코스닥 시장 초기에 벤처 열풍이 불 때도 질풍노도와 같은 투기판이 주식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정치주식이 투기판의 주요 메뉴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건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자전거 주식’ ‘4대강 주식’ ‘자원개발 주식’이 순식간에 1천% 고지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말할 필요 없이 이 투기 광풍에 편승한 주식투자자는 거의 개인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감독 당국도 마냥 팔짱 끼고 지켜볼 순 없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긴급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미 투기종목에 물려 큰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 피해를 염려하는 게 아니라 투기시장의 위축을 걱정한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미 판이 커질 대로 커졌는데 지금까지는 뭐하다가 누굴 죽이려고 이제야 끼어드나?”
이 투기판은 금감원 정도의 의지와 신뢰로는 규율되지 않는다. 잠시 위축되긴 하겠지만, 이미 도박과 투기장으로 변모한 정치주식 열풍을 잠재우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고, 성과도 없었다. 언제나 시장이 달아올랐다가 제풀에 식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 년간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으로 얼마의 재산이라도 늘려야 정상인 취급을 받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고관대작들의 축재 비결은 언제나 부동산 투기였다. “땅을 사랑하고 땅으로 생일선물을 준다”는 어느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고백은, 불법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활용해 투기에 매진했음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영원불패’처럼 보였던 부동산 투기 신화도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막장에 다다른 분위기다. 불로소득과 투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여전한데 그것을 실현해줄 판이 실종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발견된 투기 테마가 바로 정치주식이다. 한국의 정치주식과 투기시장은 뚜렷한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안철수연구소, 너마저도?
그렇다면 자기 회사 주식이 투기 도박판으로 변질됐을 때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EG의 오너와 경영진은 이미 모범답안을 들고 행동하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으나, 쉬지 않고 틈만 나면 수백억원의 불로소득을 열심히 챙기고 있다. 단 한 번도 투기적 과열로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 적이 없다. 현재의 경영 성과나 미래 전망과는 전혀 무관하게 전개되는 주가 폭등임을 누구보다 소상히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투기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무언가 조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기에겐 전혀 이익도 안 되고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고 방치할 리 없다.
대부분의 투기종목 사례를 살펴보면 대주주와 경영진의 협조 내지 방조가 곁들여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그 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취하려 든다. 상품으로 소비자를 만나던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피땀을 가로채는 주식 장사꾼이 된다. 이 게임에서 경영진은 절대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안랩의 경영진 또한 주식 폭등 장세를 이용해 주식장사 대열에 합류하는 일을 저질렀다. 그들이 주주들에게 취한 조처는 단 한 번의 ‘투자 주의’ 경고다. 인색하다. 이들이 ‘안철수 대권 열풍’이 아닌, 회사에 대한 성장성과 시장의 기대치가 반영된 주가 상승 국면에서 보유 주식을 팔았다면 5만원이 아니라 50만원에 처분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안풍’에 따라 전개된 투기 도박 장세에 그들은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현재 안랩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한 적정 주가는 3만~5만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치 테마주가 되기 전에 6~7년 동안은 주가가 2만원대에 머물렀다. 그게 시장의 평가다.
안철수 원장이 기부를 약속한 지분 18.5%를 적정 가치로 환산하면 약 550억~900억원이 된다. 그런데 이 주식의 현재 거래 가격은 3배에서 최대 5배를 넘나들고 있다.
안철수가 왜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해오고 있는 몰상식과 편법에 맞서 어느 정도의 상식과 정의를 되찾아줄 희망과 기대를 품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이를 안다면 안철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안랩의 경영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그들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주식을 시장가격에 파는 게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자사주나 대주주, 경영진의 지분 매각이 투기 과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오묘한 논리를 갖다댄다 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사실은 지금의 안랩 주가는 투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훨씬 이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경영진이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안철수연구소다운 게 아닐까?

버핏이 주는 교훈
워런 버핏이 2008년 말 중국의 BYD라는 회사의 지분 10%를 매입했을 때 주가가 순식간에 10배 이상 폭등했다. 전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에 더해 버핏이라는 세계적 투자자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후 어떻게 했을까? 한 주도 안 팔고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는 향후 5년 동안 그 주식시장이 폐장되는 셈치고 산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대답이다. 

 /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naengsu@hanmail.net

‘먹튀’ 일삼는 박근혜 테마주


이글은 한겨레신문 Economy Insight 2012-02-01일자 기사 '‘먹튀’ 일삼는 박근혜 테마주'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코스닥 위협하는 정치 테마주

‘박근혜 테마주’인 EG가 주가 급등 시기에 자사주를 매각하는가 하면,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차액을 남겼다. 하지만 ‘먹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대주주인 박지만씨가 그 선례를 남겼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친동생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는 지난 1월4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공시 내용을 번복했다는 게 그 이유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기대에 편승해 이 회사의 주가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가파르게 오르자, 한국거래소는 12월14일 주가 급등 사유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EG는 다음날 “환경설비 신설공사 공급계약을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주가 급등 때 사유를 밝히라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답변하면 15일 안에 자사주를 처분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친동생 지만씨가 2011년 12월14일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주가 급등 공시 하루 만에 자사주 처분해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EG는 불과 하루 뒤인 12월16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3만9750주를 처분하기로 의결했다. 그러자 한국거래소는 그날 오후 곧바로 EG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고, EG가 자사주 매각을 강행하자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과 함께 4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EG 관계자는 “100억원 규모의 엔지니어링 설비를 최근 수주해서 원·부자재 확보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며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부득이하게 자사주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한국거래소 쪽에 미리 다 설명했는데도 제재를 받게 돼 황당하다”며 억울해했다. EG는 “한국거래소에 제재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제재는 철회되지 않고 있다.
이보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경영진의 행동이다. 조회공시가 오간 이틀 동안에 이광형 대표이사와 한 계열사 사장은 각자 보유하고 있던 주식 16만 주와 3천 주를 각각 처분해 88억원을 챙겼다. EG 쪽은 “이광형 대표이사가 장학재단을 만드는 데 쓰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회공시가 오가는 와중에 주식을 처분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G의 경영진은 정치 테마로 뜨기 전 2만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6만원대로 치솟았을 때 서둘러 차익을 실현했다. 전형적인 ‘먹튀’ 행위다. 그런데 EG 경영진의 ‘먹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EG의 주가는 2010년 말에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박 위원장이 그해 12월20일 개최한 복지 관련 공청회가 현역 의원만 70명 넘게 참석할 정도로 성황리에 끝나자, EG의 주가는 12월28일과 29일 최고 70%까지 올랐다.
이때 최대주주인 박지만씨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20만 주를 팔아 74억여원을 회수했다. 주당 8040원에 취득한 주식을 평균 3만7013원에 처분했으니 차익이 무려 57억여원에 이른다. 박씨의 매도 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내는 바람에 EG의 주가는 그 뒤 14% 가량 폭락했다. 이에 대해 EG 쪽은 “박씨가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지분을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씨는 2007년 12월 대선 때도 26만2296주를 3만원 전후의 고점에서 매도해 78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광형 대표이사도 12만 주를 약 2만9천원에 팔아 35억원을 챙겼다. ‘불가피한 사정’을 핑계 삼아 상습적으로 ‘먹튀’를 했던 셈이다.

실적 없는 테마주의 운명
‘정치 테마주’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부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주가가 급등한 ‘4대강 테마주’와 ‘자전거 테마주’가 그랬고, 참여정부 때 ‘황우석 신드롬’으로 펄펄 날았던 ‘줄기세포주’도 지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혜성처럼 등장한 태일정밀은 한때 유망 벤처기업으로 각광받았으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태일정밀은 컴퓨터 부품 제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시장에서 대재벌인 삼성전자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6년부터 본업을 제쳐두고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다 된서리를 맞았다. 대구종금과 수원터미널, 대전동물원 등을 인수하기 위해 과도하게 부채를 끌어쓰다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컴퓨터 부품 제조업에서의 실적도 악화돼 운명을 다했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 정아무개씨(2011년 사망)가 김 전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라는 점 때문에 대출이 쉽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정씨는 1993년 1월 김 전 대통령이 취임 직전 가진 유망중소기업 대표 간담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공장을 방문했던 고합은 화섬업체로 출발한 뒤 석유화학 분야로 진출해 1990년대 중반 재계 21위(자산 기준)까지 오른 대기업이었다. 장치혁 전 회장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남북경협의 메신저 구실을 할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매출이 늘고 유명세를 타자 고합 경영진은 차입경영으로 몸집 불리기를 시작했다. 결국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설상가상으로 실적까지 악화돼 워크아웃 등을 전전하다 2002년 상장 폐지되고 말았다.

자료: <매일경제>

물론 ‘정치 테마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1)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 가운데 공화당 인사가 이사로 있던 78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3.1% 상승한 반면, 민주당 인사가 이사로 있던 47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4% 하락했다.
타이는 대기업을 소유한 탁신 전 총리가 집권했을 때, 탁신 내각과 관련 있는 대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주식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탁신 전 총리가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집권 뒤 2년 동안에는 탁신 내각과 관련 있는 주식들의 평균 초과수익률은 82.5%포인트였던 반면, 관련 없는 주식들은 25.2%포인트에 불과했다.
‘정치 테마주’의 흔적은 역사 속에서도 발견된다.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했을 때 나치당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히틀러와 나치는 1933년 초에 집권했는데, 그해 1월부터 3월까지 나치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7% 상승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주가에 큰 변동이 없었다.

 / 이춘재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