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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어떻게 담배와 FTA로부터 건강을 지킬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14일자 기사 '어떻게 담배와 FTA로부터 건강을 지킬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담배회사와 FTA·②] 담배규제협약과 충돌하는 FTA

오는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 5차 당사국 총회가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보건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UN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국가가 당사국(현재 175개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총회는 당사국의 협약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협약 이행에 필요한 의정서 가이드라인 등을 논의해 채택한다.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역대 최다인 170여 개국의 정부대표·비정부기구·금연단체·전문가 등 1000여 명이 참여해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고 WHO FCTC의 이행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과 재정분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의정서'가 채택돼 '서울 의정서'로 명명될 경우 WHO FCTC의 최초의 의정서로서 그 의미가 크다.

건강과대안은 이와 관련해 현재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WHO FCTC와 충돌해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FTA의 핵심 추진 세력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담배규제협정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각국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과대안은 WHO FCTC 행사 기간 중에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카운터 포럼을 별도로 준비하면서 △청부과학자들은 어떻게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했는가 △자유무역협정은 어떻게 민중의 건강을 해치는가 △자유무역협정과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왜 충돌하는가 등을 주제로 에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담배회사와 FTA ① "담배 유해성 입증 안 됐다"는 괴담, 그 배후엔… 유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유엔 담배 협약)이 2005년 5월 16일 발효되었다.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또한 2012년 3월 15일에 발효되었다.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있는가?

유엔 담배 협약에 의하면, 각 나라는 담배 수요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가격 인상 조치를 채택할 의무가 있다. 유엔 담배 협약은 담배 가격 인상 조치를 담배 소비를 줄이는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한미 FTA에서는 어떤가? 유엔 담배 협약과는 반대로 40 %의 한국의 담배 관세율은 15년간 균등 철폐되어야 한다. (부속서 2-B) 이는 담배 관세율이 2017년 1월 1일 26.6%, 2022년 1월 1일 13.3%, 그리고 2027년 1월 1일에 최종적으로 0%가 됨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미 FTA에는 공중 보건을 위한 관세 철폐 예외 조항이 없다. 기존의 관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관세를 채택 할 수 없다. 관세 철폐에 대한 유일한 예외 조치로 '세이프' 가드(safeguard)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세이프'는 국민 건강의 '세이프'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미 FTA에 의하면, 담배의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담배 관세 인상 정책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담배 협약에 따라,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 국산 담배 가격을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국내 담배 가격은 올라가는 반면, 반대로 수입담배 가격은 갈수록 하락한다. 결국 수입 담배 구입 유혹은 더 강력해진다. 이렇게 되면 유엔 담배 협약에서 정한 가격인상조치의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훼손되는 유엔 담배 협약의 비가격 조치한국 정부는 2005년부터 7년 동안의 오랜 한미 FTA 논쟁에서 한미 FTA는 미국을 한국의 경제 '영토'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공식적 한미 FTA 찬성 주장은 한미 FTA에 대한 시민 사회의 우려를 제대로 뒷받침한다. 만일 한미 FTA에 의하여 미국이 한국의 경제 영토가 된다면, 그 반대도 또한 사실일 것이다. 싱가포르 대학의 소르나라자 교수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한미 FTA에 절대적 재산권 보호를 조문화했다. 한미 FTA에 의해 재산 보호와 공공의 이익 사이의 내부 균형이 이동하는 곳은 미국보다 한국이다.

'투자자'로서의 담배 산업극적인 변화는 한미 FTA의 11장에 의해 한국에서 발생한다. 한미 FTA는 담배산업의 설립, 인수, 확장, 관리, 수행, 운영 및 판매에서 여러 보호를 제공한다. 그리고 아래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도구를 담배 산업에 제공한다.

□ 상표 및 특허 등의 담배 산업의 지적 재산권을 '투자'로 보호 (제 11.28조)□ 예외 없이, 담배 산업에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비롯한 국제 기준에 따른 대우 를 받을 권한을 부여(제 11.5조)□ 예외 없이, 담배 산업의 재산을 '간접 수용 보상' 법리에 따라 보호 (제 11.6조)□ 매우 좁은 예외를 두고, 담배 산업에 국내 산업과 동등한 보호 대우 부여. 이는 담 배 시장에 진입에 대한 권리를 포함함 (제 11.3조)□ 산업 보건 정책에 맞서 국제 중재를 제기할 권한 (제 11.17조)'서비스 공급자'로서의 담배 산업한미 FTA의 12장은 내국민 대우(제 12.2조)와 시장 접근(제 12.4조) 등 여러 가지 보호 수단을 담배 도매 및 소매 유통 회사('서비스 공급자')에게 제공한다. 먼저 한국은 한국 국적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것과 동등한 대우를 미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한다. 또 한미 FTA는 서비스 공급자의 수, 서비스 거래와 서비스 운영의 총수 등에 대한 제한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한다.

비가격 조치와 간접 수용

 
▲ 링거액 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을 담은 이 금연 포스터는 담배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잘 보여준다. ⓒ안종주

중요한 점은 유엔 담배 협약에서 해당 비가격 조치가 한미 FTA의 간접 수용 보상 규칙에 의해 위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배 통제는 담배 광고의 포괄적 금지와 담배 소비를 제거하여 공중 건강 개선을 목표로 하는 수요 감소 조치를 포함한다. 특히, 담배 포장 및 라벨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잘못된 인상을 만들어 담배의 특성에 대해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일체의 방법으로 담배를 홍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의 간접 수용 배상 법리는, 하나 또는 일련의 정부 조치가 직접 재산권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그 효과가 그에 상응하게 되는 간접 수용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경우 이를 배상하도록 한다. 공중 보건 정책에 대해서도, 한미 FTA는 그 목적이나 효과에 비하여 매우 엄격하거나 비례성이 없는 경우 투자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호주의 도안 없는 담배포장 법률에 도전한 필립 모리스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담배 협약에서 정한 비가격 조치가 담배 산업의 공격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게다가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의 준거법은 한미 FTA와 국제법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이 더 이상 공공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는 다르다 유엔 담배 협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에서 관세 철폐 양허표가 담배 무역에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수입 담배에 대한 원래의 40% 관세율을 유지하거나 담배 협약의 가격 조치에 따라 관세율을 올려야 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담배는 다르다. 한미 FTA에서 관세 철폐의 목적은 저렴 제품의 소비를 증가하고 소비자 복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담배의 본질과 일치하지 않는다. 담배 소비를 늘리면 소비자 복지가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담배를 한미 FTA의 관세 철폐 양허표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리고 담배에 대한 일반적 예외 조항을 한미 FTA에 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미 FTA 23장을 고쳐, 한미 FTA의 모든 의무는 유엔 담배 협약의 담배 통제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해야 한다. 곧 유엔 담배 협약에 따른 담배 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FTA를 적용할 수 없다. 유엔 담배 협약이 한미 FTA보다 우선 순위이다. 그 첫 번째 결과는 담배 산업이 어떤 담배 정책에 대해서도 국제 중재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엔 담배 협약의 서문에서 선언한대로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권리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2012년 6월 6일 수요일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06일자 기사 '"론스타, 한미FTA 약한 고리 치고 들어왔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민변 외교통상위원장

'먹튀' 자본. '탐욕스레 먹고 뻔뻔하게 튄다'는 이 말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맴돌았다. 이런 '먹튀'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투자액의 2배가 넘는 4조 원 이상의 차익을 챙겼다. 그 돈을 챙겨 떠난 줄 알았던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싸움을 걸었다.

론스타는 지난달 초 남대문세무서에 경정청구서를 냈다.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부과된 양도소득세 3915억 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을 사들인 것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로부터 3조9156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국세청이 그 금액의 10퍼센트(3915억 원)를 양도소득세로 원천징수하자 론스타가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외환은행의 실소유자는 벨기에에 설립된 LSF-KEB홀딩스(론스타의 자회사로 조세를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였는데, 한국과 벨기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론스타 측의 논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는 기업의 해외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론스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론스타는 4조 원이 넘는 이익을 냈으면서도 세금은 단 한 푼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론스타는 이에 더해 "2000년대 초에 획득한 외환은행과 기타 한국 기업의 최대주주 권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중재를 의뢰하겠다고 (5월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벨기에와 한국 간 투자협약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11월에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따라 한국 정부가 최초로 국제중재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

그동안 많은 우려를 낳았던 ISD가 한국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은 통상 문제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외교통상위원장)를 만나 의견을 들었다.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뿐만 아니라 한미FTA의 ISD를 활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송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점을 짚었다.

첫 번째는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표현한 대목이다.

"론스타는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고 2012년에 팔았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외환은행 주식을 필요 이상으로 보유해야 했고 그 때문에판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한미FTA와 연결시키면, 공정-공평대우 문제가 된다. 공정-공평대우의 핵심은 투자자를 법적 불확실성 상태에장기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이 점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공평대우 조항과 관련, 송 변호사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지하철 9호선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9호선 논란 당시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한미FTA에 명시된 ISD 대상 투자 계약 주체는 중앙정부와 외국인 투자자이며, 서울시와 외국인 투자가가 체결한 9호선 투자 계약은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9호선의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는 미국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ISD 제소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9호선 사태는 아직 해결된 게 아니다. 이건 한미FTA의 공정-공평대우 조항이 얼마나 공공 서비스를 위축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9호선 문제도 민영화, 즉 지하철이라는 공공 서비스 사업권을 민간에 주면서 생겼다. 국제중재에 회부된 많은 사건들은 수도,항만, 하수 처리 같은 공공 서비스 영역에 투자했던 민영화와 관련된 것이고, 이런 판례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공정-공평대우 조항이다.

9호선 문제가 터졌을 때 외교통상부는 '서울시와 관련된 문제이지 한미FTA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교묘하게 말장난을 했다. 왜곡이다. 한미FTA의 본질을 회피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방정부이건 중앙정부이건 간에 (FTA) 협정문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민영화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직접 계약한 것만 (FTA에서) 문제가 되며, 따라서 한미FTA 사안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취하는 건 한미FTA의 객관적 구조를 국민에게 덮으려는 시도다. 지금까지 국제중재로 간 공공서비스 민영화 사례는 대부분 연방 차원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분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두 번째는 론스타 측이 '3915억 원 원천징수가 자의적이고 몰수적인 과세'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송 변호사는 "굉장히 많은 법적 쟁점이 있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까지 벨기에 국적의 다른 기업 혹은 벨기에처럼 (한국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고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국가의 기업 중에 론스타처럼 원천징수된 사례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런 사례가 없었다면 론스타 측에서 '자의적인 과세'라고 주장할 수 있다."

송 변호사와 달리, '론스타 사안은 한미FTA와 무관한 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고 국세청에서 과세한 시기가 한미FTA 발효(3월 15일) 이전이므로 '소급 적용'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송 변호사는 이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한미FTA가 발효되기 전에 론스타가 주식을 모두 팔았으므로 한미FTA 발효 이후에는 투자자라고 볼 수 없고 제소할 자격도 없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검토해봐야겠지만 한미FTA에 규정된 투자의 개념이 폭넓다. 계약상의 권리도 투자로 인정한다. 론스타는 하나은행과 계약을 맺고 주식을 팔았다. 계약에 따르면 론스타는 하나은행으로부터 3915억 원을 포함한 매각 대금 전체를 받을 권리가 있다. 론스타로서는 이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는 한미FTA 사안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이 어떤 법률에 근거해서 원천징수를 한 것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소급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조치가 FTA 발효 전에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그 조치의 효과가 발효 이후에도 적용되느냐 하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3월 15일 이전에 제정된 법률이 투자자 이익을 침해할 경우 '법이 한미FTA 발효 전에 제정됐으므로 한미FTA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론스타, 한국 정부의 약한 고리 치고 들어온 것"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송 변호사는 론스타 문제에 관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우선 지적한 사항은 비밀주의다.

"론스타가 정부에 보낸 의향서는 단순히 협의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명백하게 국제중재에 걸겠다고 통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처음에 이걸 은폐했다. 이 문제에 관해 처음 나온 보도를 보면 '협의했다'고만 돼 있다. 정부가 ISD와 관련해 제소 위협을 당하는 정식 통지문을 받았는데도 (제때) 알리지 않았다는 건 큰 문제다. 그동안 '한미FTA, 문제 없다'고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5월 31일 정부에 '론스타가 보낸 국제중재제기의향서 원본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한국 정부가 자초한 면이 있다고 봤다.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론스타에 여러 가지 편법을 제공했다. 이제 론스타가 원천징수된 3915억 원을 찾아가기 위해 한국 정부의 그런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송 변호사는 론스타 보도자료에 나오는 "a series of"란 표현에 주목했다.

"이 법적 용어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국제중재에 걸리는 사안은 하나의 행위에 대해 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보면 문제가 없지만 각 행위의 일련의(a series of) 과정, 즉 그 일련의 조치들이 종합적으로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있다. 한미FTA도 이를 인정한다."

송 변호사는 이번 론스타 사건을 "국제 금융자본이 과세 조치에 대해, 즉 조세주권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지금껏 '조세는 ISD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사람들이 (이제)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법조계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론스타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국 로펌에 자문했다고 돼 있다(편집자 : 론스타 보도자료에는 "우리는 이 사안을 한국과 세계의 법 전문가와 상의했으며, 설득력 있는 법적클레임이 성립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돼 있다). (일부 한국 법률가들이) 'ISD로 걸 수 있다. 승산 있다'고 론스타에 의견을 줬다는 이야기다. 그 자체를 탓할 건 아니지만, 그런 로펌은 적어도 정부의 론스타 관련 대응에서 배제해야 한다. 정부가 구성한 태스크포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에 더해 송 변호사는 "그간 론스타의 차익 실현을 가능하게 해준 국내 법조계의 역할도 (이번 기회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에 대한 '예외적 승인' 등을 통해산업자본 논란을 결과적으로 묵인했다"는 비판이다.

"120% 승소 확신? 어려운 싸움 될 것"

국제중재로 갔을 때 한국 정부의 승소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5월 31일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변호사의 생각은 달랐다.

"당연히 한국 정부가 승소하길 희망한다. 그렇지만 김석동 위원장처럼 '120% 승소'라고 말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다. 국제중재로 가면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송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길게, 그리고 넓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론스타 문제는 (1997년) IMF 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때 만들어진 틀이 계속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참고로) 론스타 보도자료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 한국을 눈여겨보게 됐다는 내용이다.

성취도 일부 있었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근본적인 한계의 뿌리는 경제가 금융자본주의화한 데 있다. 그 결과 한국 경제가 금융자본의 이익이 철저하게 관철되는 구조로 갔고, 그것이 론스타 사건으로 불거진 것이다.

국민경제가 금융자본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민주주의가 금융자본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정말 큰 숙제다. 지난 10년간 누가 론스타에 예외적 승인을 허용했고 론스타 정책을 누가 결정했는지, 그리고 한국의 이른바 모피아, 김앤장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또 다른 론스타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신빈곤 현상이 왜 생기는지, 반(反)빈곤을 어떻게 이뤄가야 할 것인지를 론스타 대응과연계해서 봐야 한다.

한미FTA는 갈수록 그 효과가 커질 것이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세뿐만 아니라 국가의 공공 정책이 ISD에 의해 제약받는 현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ISD 폐기는 국민 일반의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는 한미FTA를 잘 모른다"

송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정치권도 질타했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미FTA를 최종적으로 통과시켜 살아 숨 쉬게 한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혜 의원은 한미FTA를 잘 모른다. ISD가 논란이 됐던 시기에 박근혜 의원은 '이건 그냥 다 하는 것 아니냐. 보편적 규범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편집자 :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ISD는 국제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이고, 또 표준약관 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라며 "ISD가 있거나 없거나 (…) 통상협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에 의해 한미FTA 국회 비준이 강행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만약 박 의원이 'ISD 문제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면 한미FTA는 비준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ISD에 대한 박 의원의 판단은 대단히 안이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 비준을 강행한 정부와 여당이 협정 발효 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발효 후 4월에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5월 들어 수출 총액 자체가 줄었다. 정부는 한미FTA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그런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에서 나온 이야기는 기껏해야 왜 체리 값 안 떨어지느냐는 수준이었다. 

한미FTA로 관세 수입이 줄었다. 국가 재정의 확실한 손실이 먼저 이뤄진 것이다. 가령 한미FTA로 인해 관세 수입이 1000억 원 줄었는데, 체리나 와인 같은 제품의 수입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건 국민 복지를 위해 써야 할 관세를 미국의 수출업자, 한국의 수입업자 호주머니에 집어넣어준 격이다. 이렇게 국가 재정 손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인데도 (이명박-박근혜 그룹은) 책임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송 변호사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 일각에서 "한때는 관성적으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다가 이제는 냉탕과 온탕을오가는 정략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에 대해 문제제기하면 손해'라는 식으로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미FTA에 대한 문제의식의 원칙은 유지하되, 발효에 따라 새로운 이해관계와 새로운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덕련 기자,이대희 기자

2012년 5월 2일 수요일

송기호 “2008년 촛불로 부칙 따내, 수입중지 가능”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5-02일자 기사 '송기호 “2008년 촛불로 부칙 따내, 수입중지 가능”'을 퍼왔습니다.
“법률로 아예 가자해서 만든 게 가축전염병예방법”

국제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간 통상조약 해석 혼선과 관련 2일 2008년 촛불집회로 검역중단, 수입중단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부칙에 넣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조약 때문에 아무리 원해도 수입중단이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검역중단을 요구하면 중단할 수 있다’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송 변호사는 “2008년에 쇠고기 협상이 4월 달에 마무리돼서 그때 처음 발표했던 것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수입중단조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었다”며 “이후에 전 국민적인 문제제기가 있었고 그래서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을 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이 부칙 6항을 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에 한국 정부가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어떠한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잠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통상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검역중단은 말할 것도 없고 일시적인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해석했다. 

송 변호사는 “다만 무한정한 권리가 아니라 중단 후에는 반드시 합리적인 기간 안에 더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해야 된다”며 “그러나 일시적인 수입중단, 검역중단 조치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칙 6항을 후에 바꿨기 때문에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송 변호사는 “그건 아니다, 본문 5조에 한국이 수입중단조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말이다. 이 본문이 아직까지 삭제돼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소 모순된 본문과 부칙이 동시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2008년 6월에 통상교섭본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원래는 수입중단을 못하는데 추가협의로 인해서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조치 함. 그리고 미국 측과 협의하여 우리 측 검역전문가와 미국 측이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함’이라고 되어 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국민들의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여서 상당히 위태로워 보이는 부칙 6항을 고시해 둘 게 아니라 아예 법률에다 가져가자. 그렇게 해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이라고 집어넣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떠난 광우병 민관합동조사단 활동에 대해 송 변호사는 “반쪽짜리”라며 “최소한 그 소가 자랐던 농장을 방문해야 되고 또 같은 환경에 놓여 있던 소들(동거우)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1차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협력의지가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실패 등을 한국 정부가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되고 또 그럴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가 현지조사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한국 공무원들을 동행시키는 걸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정부 역시 그런 협력요구를 강하게 했는지 대단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거듭 “광우병이 발생했던 지역, 특히 미국과 맺은 수입위생조건을 보면 광우병이 발생한 소와 같이 자란 소도 수입 금지하도록 돼 있다”며 “핵심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현지 농장 방문이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조종현 기자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


이글은 프레시앙ㄴ 2012-04-18일자 기사 '"KTX 민영화와 한미FTA, 재앙의 조합"'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송기호 변호사 "야권, 한미 FTA 개정 요구해야"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2년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 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의 인기가 추락하던 때였다. 그래서 다른 후보들은 여당과의 차별화에 전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예외였다. 집권당의 허물도 고스란히 떠안겠다고 했다. 솔직한 태도였다. 어찌 보면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경선의 승자는 결국 '바보 노무현'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바보 노무현'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참여정부의 부채로부터 도망 다니는 이들만 흔하다. '바보 노무현'의 용기와 비춰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채 가운데 대표적인 게 한미 FTA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지만, 그 역시 퇴임 후에는 입장이 바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바뀐 상황을 고려해서 한미 FTA 협정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게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진행상황을 꾸준히 살피고 고칠 점을 찾는 것은 정치가에게 당연한 일이다. 민간 기업도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A/S를 하거나 반품, 또는 폐기를 한다. 그게 기업의 책임이다. 정책 당국자 역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들은 이런 책임에서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정권 잡았을 때는 한미 FTA 체결하자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느냐'라는 비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박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제품이 광고 내용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굳이 기업이 책임질 일도 없다. 발효한 달째를 맞은 한미 FTA 역시 마찬가지일 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홍보 내용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정도가 값이 떨어졌을 뿐이다. 대미 수출이 늘어날 조짐도, 다른 수입품 가격이 떨어질 조짐도 없다. 오렌지와 와인을 조금 싸게 사먹자고 한미 FTA를 추진한 거였나. 그건 아니었다.

반면, 한미 FTA의 부작용은 슬슬 눈에 들어온다. 총선 이후 급류를 타고 있는 KTX 민영화 움직임,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영리병원 설립 등이 관계가 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래칫(역진 방지)' 조항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번 민영화한 것은 되돌리기 어렵다. 총선 결과에 들뜬 현 정부가 성급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차기 정부가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서울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자칫하면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 사실상 포기한 듯 했던 영리병원 역시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미 FTA 체제에선 이를 되돌리기 어렵다. 민영화를 원하는 자본은 날개를 달았고, 정부 입장에선 족쇄가 한 겹 더 채워진 셈이다.

송기호 변호사를 다시 만났다. 독자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한미 FTA 추진 당시부터 꾸준히 문제를 지적해 왔다.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오류를 지적한 일은 만만치 않는 파장을 낳았다. FT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식었을 때도, 그는 FTA에 대한 연구를 늦추지 않았다. FTA를 추진하는 실무부처인 외교통상부 역시 송 변호사의 지적은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건 그래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수륜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책임'이라는 단어로 말문을 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야권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한미 FTA의 실제 효과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반영해서 한미 FTA 협정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추진 책임자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므로 한미 FTA가 국민의 동의를 받은 셈이라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송 변호사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 송기호 변호사. ⓒ프레시안(손문상)

"한미 FTA 묻어두고 간다는 야권,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한미 FTA 발효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났다. 그 사이 치러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었다. 또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정동영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세력에게 힘이 실린 모양새다.

송기호 : 일각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한미 FTA가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이 출마한 지역(서울 강남을)은 한미 FTA에 대한 심판 여부를 물을 수 없는 곳이었다. 또 김선동 의원, 최재천 변호사 등 한미 FTA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냈던 이들도 많이 당선됐다. 한미 FTA 추진 세력과 비판 세력이 얻은 전체 득표수를 계산해봐도 팽팽하다. '한미 FTA, 이대로 좋다'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들은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한다. 어떻게 보나.

송기호 : 이미 발효된 국가 간 협정을 해제하려면, 여러 형태의 부담이 있다. 그걸 넘어서려면 광범위한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한미 FTA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이들도 많이 있고,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다. 민주 국가라면, 국민 다수를 설득해서 동의를 얻는 작업이 우선이다.

야권은 한미 FTA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개정을 주장하는 게 옳다.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잘못이다. 이미 협정이 발효된 상태이므로 '개정'이 옳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야권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비난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미 FTA가 쟁점이 되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야권 일각에선 있는 모양이다. 한미 FTA를 묻어두고 가자는 건데, 결코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한미 FTA는 이제 현실이 됐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을분석하고, 문제를 짚어내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실제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걸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를 개정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금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야권이 과거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과오가 있다면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옳다. 그게 용기 있는 태도다. 과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충분한 설명이 있다면, 다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압도적 다수의 동의가 있다면 폐기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선 급한 일은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다.

"오렌지 싸게 먹자고 FTA 추진한 거였나"

프레시안 : 지난 한달 사이 드러난 한미 FTA의 문제점이 어떤 게 있을까.

송기호 : 한미 FTA를 추진할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것들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그리고 당시 약속한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한다. 당시 약속 가운데 실제 효과로 나타난 것은 거의 없다. 미국산 오렌지와 와인 가격이 약간 떨어졌을 따름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오렌지 싸게 먹자고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추진 세력의 약속에는 없던 내용이다. 그렇다면 당시 약속대로 대미 수출이 늘어났을까. 아직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아서 자료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미 수출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계를 보면, 오히려 줄었다.

기업 입장에서 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삼성과 엘지의 냉장고에 대해 각각 최고 15.95%, 최고 30.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물론,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까지는 단계가 더 남아 있다. (17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덤핑 수출 혐의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또 반덤핑 규제의 존재는 FTA로 인한 관세 인하 효과를 얼마든지 뒤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미국과 FTA를 맺은 의미가 없다.

반덤핑 규제란 제품을 너무 싸게 파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치인데, 이런 장벽을 허물자는 게 한미 FTA를 추진한 취지였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미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걸 하지 않고 있다.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황이다. 한미 FTA가 공정하려면,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자유무역 이념과 배치되는 반덤핑 규제는 한미 FTA의 본질을 보여준다. 아울러 김현종, 김종훈 등 한미 FTA 추진 세력의 과거 발언이 얼마나 허구적이었는지도 확인시켜 준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맞설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WTO 산하 기구에서 해결하게끔 돼 있다. 명백히 잘못이다. 미국이 한국에 반덤핑 규제를 푸는 내용이 한미 FTA 협정문에 담겨야 한다. 또 만약 반덤핑 규제를 해야 한다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미국 측이 이를 어겼을 때는 한미 FTA 분쟁조정절차에 따라 해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익 걸린 외교서한…행방도 모르는 김종훈, 집에 가져간 김현종"

한마디로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제도만 바뀌었을 뿐 미국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이는 한미 FTA 추진 세력의 허술한 태도와도 관계가 있다. 미국 전문직 비자쿼터 관련 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직 비자란 의료, 법률, 회계,건축 등 분야의 전문 인력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비자다. 미국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한국 입장에선 중요한 이익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주고받은 중요한 외교 서한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에서 외교부가 지난 5년간 존재 자체를 부인하던 미국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서한과 관련해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았고, 그 서한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법원이 비공개로 열람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외교문서 수발대장에 전문직 비자쿼터 서한과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김현종 개인이 보관하고 있을 뿐 외교부가 보유ㆍ관리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국익이 걸린 외교서한을 전직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관리했는데, 이를 외교통상부가 전혀 몰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중요한 외교서한을 공무원이 정부 모르게 갖고 있다가 퇴임했다는 게 말이 되나. 문제의 서한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전달됐으며, 수신자는 김종훈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 돼있다. 김현종, 김종훈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허술하게 진행된 협상에서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9호선 요금 인상, 한미 FTA 체제에선 막을 길 없다"

프레시안 : 총선 이후, 각종 민영화 조치에 탄력이 붙었다. KTX 민영화, 영리병원 등이 이런 맥락이다.

송기호 : 최근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밖에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시도가 다양하게 불거지는데, 나는 '민영화'보다 '사영화', '사유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Privatization)를 봐도 그렇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이런 '사영화' 조치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한미 FTA 협정문에 있는 '래칫(역진방지)' 조항 때문이다.

'래칫' 조항은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세력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요금 인상 시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게끔 계약이 돼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적자를 내면,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 측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서 무리하게 운임을 올려도, 한미 FTA 체제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자칫하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FTA가 다수 국민의 삶을 황폐화시킨다고 했던 것은 그래서였다. 최근 벌어진 여러 상황은 그 조짐을 보여준다.

영리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미 FTA 협정문에선 이를 허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식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일본에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데, 일본 의사회가 반대 입장을 취했다. 미국 주도 TPP에 참가할 경우,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가 무너진다는 이유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경제‧무역질서에 편입하면 한국‧일본 방식의 건강보험 체제가 위협을 받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ISD 폐기, 호주 방식을 따르자"

이런 점들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주로 요구할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허무는 것, 민영화 조치를 되돌릴 수 없게끔 하는 래칫 조항을 폐기하는 것, 그리고 ISD 조항 삭제와 영리병원 금지다. 이 가운데 ISD 폐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 ISD 폐기에 대해서는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를 따르는 게 좋다고 본다. 호주 역시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ISD 조항을 거부했다. 외국 투자 자본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입장만 분명하면 된다는 게다. 외국 투자자를 국내와 동등하게 대우하되, 사법주권을 해치는 국재 중재 권한을 주지는 않겠다는 게 호주의 입장이다. 우리도 이런 방식을 따르면 된다.

나머지 세 가지 역시 문제를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이 한미 FTA 쟁점에서 도망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야권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새누리당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야권은 책임감을 갖고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외교 균형 때문에도 한미 FTA 개정 필요"

프레시안 : 한중 FTA 추진 움직임도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

송기호 : 한미 FTA는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맥락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은 일본 등 FTA를 맺지 않은 나라뿐 아니라 이미 FTA를 체결한 나라와도 TPP를 추진 중이다. 캐나다, 멕시코 등이 대표적이다. 머지않아 한국에 대해서도 TPP 참가를 요구하리라고 본다. TPP는 미국 중심 경제권이 중화경제권을 견제하기 위한 경제블록을 구성하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여기에 편입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만약 한중 FTA를 한미 FTA와 다른 방식으로 맺는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한국이 미국에게 한 만큼의 양보를 중국에게는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국에게는 압도적인 이익을 보장해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차별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한중 FTA마저 중국에게 대폭 양보하는 방식으로 맺을 수도 없다. 내가 한미 FTA 개정을 주장하는 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한미 FTA는 보다 낮은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과도 FTA를 해야 한다면, 낮은 수준으로 느슨하게 하는 게 옳다. 그리고 미국과도 그 수준으로 고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옳은 길이다.



/성현석 기자

2012년 4월 3일 화요일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이글은 레프트21 2011-11-28일자 기사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를 퍼왔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해드리고 싶어서...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원제: 한미 FTA를 막아야 하는 열두 가지 이유 -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이 글은 최근 우석균·송기호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이 대국민 홍보용으로 쓴 글이다.

한미FTA는 1퍼센트 부자와 재벌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약값과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도입돼 기업의 탐욕을 막을 공공정책시행이 불가능해집니다. 또 공기업 민영화로 전기, 수도, 가스요금을 폭등시키는 협정입니다. 물가가  폭등해도 민영화된 기업을 다시는 공기업화할 수 없도록 만들고, 규제완화가 된 제도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협정입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제도는 한미FTA 위반이 되며 한국의 농업은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 미국의 대기업과 한국의 재벌만을 위한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인 것입니다.
1. 약값 폭등, 의료비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제도를 망칩니다.
한미FTA는 특허를 연장시켜 값싼 복제약품이 시판되는 것을 대폭 늦춥니다(허가-특허 연계). 또한 지금까지 한국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결정하던 약값을 다국적 제약회사가 거부할 수 있게 됩니다(독립적 검토기구). 환자들의 약값이 폭등하고 건강보험재정이 문제가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전국 20개 도시에 허용된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허용 조처를 되돌릴 수 없게 해 놓았습니다.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지금의 비영리병원보다 크게 올라갑니다. 의료비도 폭등합니다.
2. 공공정책과 복지정책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의 대상이 되어 위태로워집니다. 
공공정책은 한미FTA의 예외라구요? 아닙니다. 한미FTA에서는 일단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에 회부하면 한국 정부는 꼼짝없이 끌려나가서 중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동의 조항 때문에 그렇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지정해 환경폐기물을 못 버리게 하자 캐나다 정부가 회부당했습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나 협동조합육성제도도 한미FTA 위반으로 강제 중재에 회부됩니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에 해당하는, 캐나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이고 무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의무화 한 연방보건법도 영리병원에 손해가 된다고 중재에 회부됐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는 보편적 규범이 아닙니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DDA)에서도 그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가 FTA에 포함되면 한국 정부는 중재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역 보복을 당합니다. 기업에 대해 공익을 목적으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기업들에게는 천국이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결정권은 크게 훼손됩니다. 
3. 민영화를 저지 못하고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물가가 오릅니다.
볼리비아에서는 1999년 코차밤바시의 상수도가 민영화된 후 최저임금이 60달러인 나라에서 한 달 수도요금이 20달러가 될 정도까지 폭등했습니다. 코차밤바 주민들은 혹시 아이들이 수도꼭지를 틀까 봐 수도를 새끼줄로 묶고 빗물을 받아먹었습니다. 민영화 당사자인 벡텔은 빗물도 자기 것이라며 이를 금지하고 단속까지 했습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 와중에도 상수도를 다시 국유화하려 하지 않았는데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에 회부 당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철도도 가스도 민영화한다고 합니다. 철도요금과 가스요금이 폭등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미FTA가 되면 비준되면 투자자 정부 중재제도(ISD) 때문에 다시 이를 국유화하기 힘듭니다. 또 역진방지조항(래칫) 때문에 한번 민영화하면 요금이 아무리 올라도 이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고물가로 서민생활은 파탄지경인데 수도, 전기, 철도, 가스요금이 오르게 됩니다.
4. 동네 통닭집, 피자집, 상점, 정육점, 채소가게가 어렵게 됩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동네 일반상점은 물론이고 정육점, 채소가게까지 문을 닫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통큰 통닭’, ‘통큰 피자’니 뭐니 해서 일단 값싸게 팔기 시작하면 주변의 동네 통닭집, 피자집은 다 문을 닫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는 한EU FTA 때문에 현재도 어려워졌지만 한미FTA가 되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한미FTA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거나 명퇴를 당하면 기댈 곳은 동네상점이나 통닭집인데 이제 서민들의 피난처까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합작 운영하는 다국적기업과 재벌은 떼돈을 벌겠지만 서민들은 죽어 나가야 합니다. 한미FTA가 말하는 ‘경쟁력 강화’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5. 외환 위기 닥쳐도 외환통제가 곤란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럴 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는 일시적 외환 송금제한(금융세이프가드)입니다. 그런데 한미FTA에서는 이 금융세이프가드의 전제조건을 미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한미FTA가 비준되면 금융 위기가 닥쳐도 외환 통제 조처를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미FTA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포괄적으로 개방했습니다(네가티브리스트). 금융상품에 대해 새로운 규제를 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2008년 경제 위기를 불러온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권이 제약을 받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시기에 한국은 국제 투기자본의 농간에 대해 제대로 규제도 못 하고 가만히 당해야 한단 말입니까?  
6. 무역 흑자가 줄고 적자가 됩니다.
한EU FTA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년도 대비 37억 불이나 무역흑자가 줄었습니다. 한미FTA를 하면 수출이 늘어난다구요? 미국은 지금 경제 위기 상황입니다. 집을 잃고 거리에 쫓겨난 사람이 수백만이 넘고 실업률이 10퍼센트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미국에 무슨 물건을 더 팔겠습니까? 미국이 지금 FTA를 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백 보를 양보해서 수출이 늘어난다고 서민생활이 얼마나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후 미국 무역흑자는 늘어났지만 미국의 일자리는 70만 개가 줄었습니다. 멕시코는 어땠습니까? 1993년 멕시코 정부는 NAFTA가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습니다 . NAFTA 체결 후 물론 멕시코의 수출액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서민경제는 나빠지고 양극화가 심해져 멕시코 4천만 경제활동인구 중 정규직은 1천3백만 명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재벌들은 돈을 벌지만 직장인들과 서민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 FTA입니다. 
7. 농업이 없는 한국을 물려주시겠습니까?
미국과 EU의 농산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값이 쌉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와 EU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거대 농업기업에 주는 농업보조금은 연간 2백20억 달러(약 24조 9천억 원)로 우리 나라와 비교가 안 되게 많습니다. 농업생산액에 비한 농업보조금 비율은 EU는 22.3퍼센트, 미국은 14.6퍼센트인데 우리 나라는 4.6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막대한 정부보조금으로 가격을 낮춘 미국과 유럽의 농산물은 쌀 수밖에 없고 경쟁이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관세까지 낮추는 협정이 한미FTA입니다. 한국의 농업은 끝장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지금도 OECD 국가중 최하위로 28퍼센트밖에 안 되고 쌀을 빼면 5퍼센트밖에 안 됩니다. 세계 식량 위기가 닥치고 있고 농업이 미래 청정에너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각국이 자국 농업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농업 없는 한국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시겠습니까?
8. 환경을 파괴하는 협정입니다.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이 내건 4대 선결조건 중 하나가 자동차 배기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이 결과 배기가스가 많은 자동차에게 세금을 부과해 환경을 지키는 정책이 사라졌습니다. 기후온난화라는 지구적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 한미FTA 협정입니다.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환경정책은 ISD 예외라지만 사실상 한미FTA가 비준되면 한국의 환경규제조처는 단지 무역장벽으로 취급될 뿐입니다. 
9. 불평등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한미FTA 이행법 102조를 보면 협정과 미국 법령이 충돌할 경우 미국 법령이 우선한다고 돼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한미FTA 협정이 한국법에 우선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미국에서는 국내법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국내법입니다. 미국의 이행법에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FTA 위반을 이유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할 수 없게 했습니다.   
10.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편입돼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킵니다.
한미FTA 협정은 단지 경제협정만이 아닙니다.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으로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는 협정입니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맞닥뜨리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 갈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 한국이 정치적ㆍ군사적 한미동맹을 무조건 강화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무비판적 한미동맹의 강화는 위험하며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에 해가 됩니다. 
11. 1퍼센트만을 위한 협정입니다.
미국의 기업만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협회인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재벌들은 한미FTA 지지 광고로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 미국의 기업들과 합작해 한국 재벌들도 이익을 보기 때문입니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이 아니라 국내 보험회사도 민영 의료보험 장사로 큰돈을 벌 수있습니다. 그러나 서민과 직장인 들에게 무엇이 돌아옵니까? 가스, 전기, 철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오릅니다. 약값, 의료비가 올라 건강보험마저 위험합니다. 동네상점은 문을 닫게 생겼습니다. 비정규직은 더 늘어가게 됩니다. 친환경무상급식도 못 하게 됩니다. 한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1퍼센트는 이익을 보지만 99퍼센트에게는 재앙인 협정입니다.
12. 99퍼센트의 힘으로 한미FTA 협정 막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FTA를 밀어붙이면 다른 나라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미국은 라틴아메리카(남미) 전 지역을 대상으로 FTA를 추진했었습니다(FTAA). 그러나 남미 민중이 반대해 이 FTA는 폐기됐습니다. 미국이 추진한 FTA,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모든 지역에서 폐기되고 단 한 나라 즉 한국만 FTA를 추진 중입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도 국민들이 촛불항쟁을 통해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아냈습니다. 온 국민이 반대한다면 미국과의 FTA 막을 수 있습니다. 99퍼센트의 힘으로 1퍼센트만을 위한 한미FTA 막아낼 수 있습니다. 또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