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PD저널 2013-05-15일자 기사 '無 신용섭…흔들리는 공영방송 EBS'를 퍼왔습니다.
[신용섭 EBS사장 취임 6개월]
“교육에 대한 이해도 없고, 방송에 대한 전문성도 없으며, 덕(德)도 없다.”
요즘 EBS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른바 ‘사장 3무(無)설’이다. 웃고 넘어가기에는 조금은 씁쓸한 ‘사장 3무설’에는 취임 6개월을 맞는 신용섭 사장에 대한 EBS 구성원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다큐프라임) 제작 중단은 물론이고 이를 규탄하는 노조를 향해 프로그램 폐지까지 거론한 신 사장의 태도는 지난해 12월 내부 구성원들에게 제작 자율성을 약속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 신용섭 EBS 사장 ⓒEBS
■제작 자율성·소통 약속은 어디로= 신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EBS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이를 무색케 한다.
신 사장은 지난 4월 초 해방 정국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를 다룬 (다큐프라임) ‘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편이 제작 중단된 이후 사태 해결은커녕 “시위를 접지 않으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이상”이라는 발언으로 EBS 안팎을 뒤흔들었다.
폐지 발언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신 사장은 간부회의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외부 강연·근태 등을 문제 삼으며 감사실에 감사를 요청했다. 신 사장은 지난 10일 노조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 부서에 대한 복무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표적 감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구성원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 사장이 단체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신 사장이 몇몇 간부들에게 “단체협약을 혁파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지부장은 “신 사장의 발언은 단협을 파기하겠다는 뜻이자 노조를 무력화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감사’ 통보에 이어 단협 파기까지 거론되자 EBS 안에서는 신 사장의 ‘김재철 따라잡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MBC 사측이 김재철 사장 당시 외부매체에 회사를 비판하는 인터뷰나 글을 쓴 직원들을 제재하고 단협을 파기한 상황이 현재 EBS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EBS 한 PD는 “사장이 방송제작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꾸 문제를 확산시켜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조직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본인 의사만 관철하려다 보니 김재철 전 MBC사장과 비교하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사장 임명 당시 예견된 결과= 지금의 상황은 이미 신 사장 임명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명 당시부터 관료 출신에 방송통신위원회 ‘낙하산 사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 신 사장에 대해 EBS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방송통신위원을 역임했지만 신 사장은 통신 전문가로 방송은 물론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당장 사장 업무 수행 과정에서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BS지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신 사장은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수능은 대학에서 출제하는 것이 아니었나’, ‘평가원이 교과부의 산하기관이 아닌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EBS지부는 “사장이 교육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내부에서는 관료 출신인 신 사장의 일방적 소통 스타일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사 조직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이 많다 보니 간부들까지도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또 노조에 대한 적대적 발언도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신 사장은 노조위원장을 ‘너’, ‘당신’으로 표현하거나 노조를 향해 “(다큐프라임) 폐지 확률 90%” 등의 협박성 발언을 내뱉기도 했다.
EBS 한 PD는 “사장이 정통부 출신 관료라 방송 전문성도 부족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부족한 것 같다”며 “사장이 못하는 것이 80%이고 잘한 것이 20%라면, 그 20%는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높여준 것뿐”이라고 비꼬았다.
■공영방송 EBS 정체성 최대 위기= ‘사장 3무설’이 나올 정도로 내부에서는 사장에 대한 우려를 넘어 EBS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 사장의 조치가 공영방송 EBS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EBS지부는 지난 10일 상임 집행위원회를 열고 신 사장에 대한 자체 평가를 진행하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의결했다.
한송희 지부장은 “‘김재철 학습효과’처럼 박근혜 정부 들어와 공공기관장에 대한 재신임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리가 불안한 사장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며 “이미 사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신 사장하고 같이 가면 EBS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든 만큼 이제부터는 사장 평가와 거취 문제까지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한 PD는 “EBS의 미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려오는데, 사장은 소통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고 지금까지 패턴으로 봐서는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모두가 사장이 생각하는 방송과 우리가 생각했던 방송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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