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한 손엔 운전대, 한 손엔 삼각김밥...CJ 횡포, 상상도 못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5-13일자 기사 '“한 손엔 운전대, 한 손엔 삼각김밥...CJ 횡포, 상상도 못한다”'를 퍼왔습니다.
“아파서 일 못하면 퀵 배송하고 돈 떼가...사라진 택배, 기사들이 부담

광주광역시에서 택배 노동자로 살고 있는 유성욱(49)씨의 아침은 새벽 6시에 시작된다. 일주일에 하루 빼고는 어김없는 기상 시각이다. 이른 시각에 일어나는 탓에 매일 아침 끼니는 거르기 일쑤다. 밥 차려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이른 아침부터 밥이 잘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유씨의 전쟁같은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된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택배물을 직접 내려 자신의 차에 싣고 출발해야 한다. 이상한 점은 분명 수하물을 옮기는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 노동에 대한 대가는 없다는 것이다. 

유씨는 “컨베이어벨트가 돌기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꼬박 4시간 동안 화장실 갈 틈도 없다”며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내 자리 앞에 어마어마하게 택배가 쌓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택배물을 보고 송장을 뜯고 오늘 운송할 순서대로 차에 실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우리가 하는 이 일은 무임금이라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성욱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택배 수수료 인상, 패널티 제도 폐지 촉구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사수 투쟁선포대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는 대부분 점심을 먹지 않거나 차량에서 삼각김밥 하나로 때운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점심을 먹어 일이 밀릴 경우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딸과 아들이 있는 유씨는 “배달 시간을 맞추려면 운전을 하며 점심 식사는 물론 택배 받을 고객에서 전화와 문자도 해야 한다”며 “한 손으로는 번호를 누르며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있는 모습이 정말 서커스단에서 펼치는 곡예 같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바로 편의점에 들려 택배를 수거하는 일”이라며 “편의점에 택배 하나가 있을 수도 있고 두 개가 있을 수도 있는데, 한 개당 170원을 받기위해 골목골목에 있는 편의점을 돌다보면 기름값이 더 나온다”고 성토했다. 

하루 12시 넘게 일해도 월급은 150만원...언제 받을지 모르는 패널티, ‘공포’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크게 세가지 고용형태로 나뉜다. 개인사업자로서 직접 회사와 계약을 맺는 형태, 이른바 ‘사업소’라는 하청업체에 택배기사로 고용되는 형태, 회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중 가장 많은 것은 하청업체를 통한 고용형태다. CJ대한통운에서 주는 수수료가 사업소장의 손을 거치며 또 줄어든다. 

하청업체 택배기사인 유씨는 “대한통운 시절에는 수수료로 920원을 주면 소장에 따라 다르지만 120원 정도 가져가고 800원을 줬다”며 “그런데 CJ GLS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820원을 낮춰 기사들의 몫을 줄여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하루 평균 150개 정도를 배달하면 한 달에 250만원 정도를 받는데, 여기에서 부가가치세, 기름값, 차 할부값과 보험료, 전화료, 기타 소모품비를 제외하면 아내에게 줄 수 있는 돈은 150만원 정도”라며 “여기에 패널티라도 받게 된다면 정말 일할 기운이 다 빠진다”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장 앞에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사수 투쟁선포대회'에 참석한 택배노동자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양지웅 기자

패널티에 대해서도 “솔직히 어떤 것이 패널티를 받는 기준인지 다 모르겠다”며 “일과를 잘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그날 패널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집에 손님이 안 계셔서 경비실에 맡기고 온 적이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다짜고짜 ‘송장에 적혀 있는 것 안 보이세요’라고 하더라”며 “송장에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 손님은 끝까지 ‘현관 앞에 놓아달라고 했었다’고 주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알고 보니 그 분이 정신이 어지러운 분이었는데, 그날 회사에 항의전화를 하셨는지 벌금 3만원이 패널티로 부과가 돼 있었다”며 “회사에게 너무 서운한 점은 적어도 그런 항의전화가 오면 패널티를 부과하기 전에 나에게 전화해서 사실 확인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한달 평균 10만원 정도의 패널티금을 낸다는 유씨는 “우리는 특수고용직이라고 해서 회사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징벌을 통보한다”며 “그야말로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한탄했다. 

특수고용직이다 보니 교통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도 산재 인정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유씨는 하소연했다. 유씨는 “가장 서러운 것은 아무리 아파도 누가 대신 내 일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하러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회사는 우리가 결근을 하면 퀵서비스를 통해 배달을 하게 하고, 그 금액을 우리 임금에서 떼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친척들의 경조사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체념하며 받아들이게 됐다”며 “다만 매일 밤 ‘내 몸 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라진 택배, 기사들이 N분의 1로 부담”

택배노동자가 된 지 3년이 된 유씨는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택배 노동환경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택배기사들은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노예와 똑같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이어 “사업소에서 택배물 하나가 사라지면 CJ대한통운은 그 책임을 사업소에 떠넘기고, 사업소장은 그것을 기사들에게 N분의 1로 부담시킨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제도들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인터뷰 내내 벨소리가 울리는 휴대전화를 보며 유씨는 “지금 이 전화도 고객들이 ‘왜 물건이 오지 않냐’고 항의하는 전화”라며 “회사 측에서 우리가 파업해도 배송에 문제가 없다며 택배 의뢰를 받았지만 정작 배송이 늦어지자 이렇게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파업 중이라고 설명을 드리면 돌아오는 것은 ‘그러면서 왜 회사는 배송을 접수했냐’라는 고성”이라며 “CJ는 더 이상 소비자를 기만하지 말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씨는 아직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있는 동료들에게도 “더이상 억울함을 가슴에 묻어두지만 말고,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그 길만이 우리 모두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생존권사수 투쟁선포대회'를 열고 택배 수수료 단가 인상과 패널티 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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