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5일 수요일

[사설]윤창중 사건 은폐 의혹도 낱낱이 규명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3-05-14일자  사설 '[사설]윤창중 사건 은폐 의혹도 낱낱이 규명해야'를 퍼왔습니다.

역대 정권을 뒤흔든 ‘스캔들’이나 ‘게이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전철을 밟는 모양이다. 윤 전 대변인의 범죄와 관련해서는 미국 측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사실관계가 드러날 것이다. 이제 초점은 국가기관이 동원된 사건 무마·축소·은폐 의혹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짬짜미로 감싸려 했다면 기강 해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의 도덕성에 먹칠을 하는 사안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도피를 방조했다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속속 드러나는 정황을 보면 단순한 방조 차원이 아닌 듯하다. 청와대의 지시·감독 아래 주미 한국문화원이 손발이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 의혹이 짙다.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문화원 측은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피해 여성을 찾아가 무마를 시도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방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찰이 출동하자 윤 전 대변인이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원 직원들이 여권을 가져다주고 항공편 예약과 차편 제공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추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문화원 직원이 사표를 던진 것도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문화원 관계자는 “원래 그만둘 예정이었다”고 했으나 대통령의 방미 일정 도중에 그만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귀국 종용’이 국내법이나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청와대와 주미 한국문화원 등의 조치가 미국법상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법방해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에 이르게 할 만큼 중범죄다. 또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는 “윤 전 대변인이 고위공무원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미 연방법원에 ‘피고’로 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온 국민과 세계 곳곳의 동포들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판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위법은 없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감찰 결과는 보나 마나다. 벌써부터 이번 사건 대응에 관여한 인사들의 범위를 최소화하려는 기류가 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윤 전 대변인만 미국으로 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더욱 큰 화를 부를 것임을 경고해둔다. 청와대는 축소·은폐 의혹을 낱낱이 밝혀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관련자 전원을 문책하기 바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가는 정권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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