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최저임금을 생활급으로 올려라


이글은 대자보 2013-05-15일자 기사 '최저임금을 생활급으로 올려라'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생계급에도 못미치는 최저임금으로 국민행복 논하지 마라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연두교서를 통해 연방최저임금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빈곤을 완화하고 저임노동자를 돕기 위해 최저임금을 2015년까지 2~3단계에 걸쳐 시간당 7.25달러에서 9달러로 높이자는 것이다. 2015년 이후에는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매년 인상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2015년까지 최소 1500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는 중산층을 ‘재발화’시키는 것은 이 세대의 과제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역설했다. 오바마의 제안은 한국에도 사사하는 바 크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는 소득양극화에 따른 빈부격차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중산층이 급속하게 붕괴되었다. 그 이전에만 해도 학력-직종-업종간의 임금차이가 크지 않았다. 15년이 지나자 월 100만원을 못 버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거대한 군단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에 억대연봉이 아니라 억대월급을 받는 고액 봉급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빈부격차 심화에 따라 계층-세대-지역간의 갈등과 반목도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양극화를 완화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을 이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생활급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시급하다. 

2013년 최저임금 시급은 4,860원이다. 하루 8시간, 주 5일, 월 209 시간 일해서 받는 돈이 101만5,74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의 자료에 따르면 미혼 단신노동자의 월평균 생계비는 2011년 기준 141만원이다. 최저임금으로는 혼자도 먹고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1년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은 3.90달러로 호주 15.75달러, 일본 9.16달러, 미국 7.25달러의 1/4~1/2 수준이다. OECD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권고한다. 한국은 상용직 평균임금 대비 34%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뉴질랜드 51%, 프랑스 48%, 호주 45%, 터키 38% 등이다. 

맥도널드 햄버거 ‘빅맥’의 가격은 국가별 물가수준을 재는 잣대로도 쓰인다. 이른바 ‘빅맥지수’이다. 2012년 알바인 자료에 따르면 빅맥 값이 한국은 3.21달러(3,700원)로 다른 나라에 비해 싼 편이다. 노르웨이는 2배 이상 비싸 7.06달러이고 호주 4.68달러, 일본 4.09 달러, 영국 4.16달러이다. 한국은 최저시급 4.32 달러를 가지고 하나를 사먹으면 돈이 조금 남는다. 호주는 시급이 16.78 달러로 3.5개를, 노르웨이에서는 3개를 사먹는다. 최저시급이 일본은 11.01 달러, 영국은 11.01 달러다. 두 나라에서도 한 시간 일하면 빅맥 2개를 사먹고 돈이 남는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제구실을 못한다. 최저임금제도는 1988년 도입되었고 2001년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가 그 이상 임금을 주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국가는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최저임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이 오히려 인상을 억제해왔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임금인상의 상한선처럼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14.7%인 258만2,000명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한다. 심의기간인 4월1l일~6월 29일 맞춰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5,910원으로 제안했다.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연례행사처럼 인상폭을 둘러싸고 파행을 되풀이할 것이다. 사용자측이 상투적으로 동결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가서 소액인상을 내놓고 파국으로 몰고 간다. 그러면 공익위원측이 절충안이라며 몇십원 또는 백몇십원을 인상액으로 내놓는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정권처럼 타성에 젖어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한다면 박 정부가 말하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지 못한다. 집권기간 중에 최저임금 인상목표액을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생계급에도 크게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가지고 어떻게 국민행복을 말할 수 있겠는가? 미국에서도 오바마의 제안을 놓고 논란이 있다. 여기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의 2월 18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그 임금을 올려라’의 의미를 음미할 가치가 있다. “고용과 해고와 관련한 인간관계는 일반상품 시장보다 복잡하다. 그 복잡성으로 인해 적정한 최저임금의 인상이 반드시 고용감소를 가져오지 않는다.” 

언론광장 공동대표(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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