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4일 금요일

왕도 막지 않은 언론, 목사들이 틀어막다


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5-21일자 기사 '왕도 막지 않은 언론, 목사들이 틀어막다'를 퍼왔습니다.
한기총, 기자 상대로 출입 금지에 고소까지…예장합동도 언론 통제

600여 년 전 어느 봄날, 조선의 왕 태종이 신하 김독에게 물었다. "내가 사냥할 때 사관(史官)이 따라온 이유가 무엇인가." 김독은 "역사를 기록하는 이가 임금의 나들이를 기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하고 답했다. 김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임금은 구중궁궐에 있어 경계하는 뜻이 날로 풀리고, 게으른 마음이 날로 생기는 것을, 누가 능히 말리겠습니까? 그러므로 임금은 오직 하늘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합니다"고 역설했다.
태종처럼 다른 임금들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기록하는 사관을 성가셔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관이 기록하는 것을 임금이 막거나 조작할 수 없었다. 한 시대의 절대 권력인 왕도 기록으로 감시하고 경계하는 일을 막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관의 역할을 하는 언론인들은 왕도 아닌 목사에 의해 기록을 제한받는 형편이다.

한기총, 언론인 출입 막고 고소


▲ 한국 교계에 언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언론 길들이기 선두 주자는 한기총이다. 한기총은 비판적인 보도를 이유로 <뉴스앤조이> 외에 언론사 3곳의 출입을 막았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 교계에서 언론을 통제하는 대표 주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다. 한기총은 보도 내용이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2011년 12월 (뉴스앤조이)·(기독교보)·(들소리신문)·CBS가 한기총을 취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크리스천기자협회는 "한기총의 출입 금지는 언론을 탄압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언론 길들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한기총을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며 (기독교보)의 구본철 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한기총이 문제 삼은 기사는 기자 수첩으로,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사실을 바탕으로 주장을 펴는 일종의 칼럼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한기총은 같은 해에 (뉴스앤조이) 기자를 고소했다. 죄목은 불법 침입. 한기총이 출입을 막았음에도 한기총 사무실에 들어왔고 도청을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한기총의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뉴스앤조이)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은 지금까지 4월 15일, 5월 13일 두 차례 열렸으며 다음 심리는 6월 10일에 열린다.

교인 알 권리 무시한 결의, 언론이 따를 이유 없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기총이 언론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가'이다. 사단법인인 한기총은 한국교회가 연합해 만든 조직으로, 각 교단에 소속한 교인들의 헌금으로 운영된다. 의결권이 있는 총회대의원과 회의를 주재하는 대표회장은 교단에서 파송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한기총의 진짜 주인은 목회자와 교인이며, 한기총은 이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단체의 목적과 성격에 반하는 결의를 언론이 따를 이유는 없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기자가 도청을 하려고 한기총 회의실에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자는 2012년 11월 8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회의를 취재하려고 들어갔으며 정확한 취재를 위해 평소처럼 녹음기를 두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한기총 측 인사의 요구로 회의실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녹음기를 회수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뒤 녹음기를 회수했고, 이 사실을 안 한기총 사무총장이 녹음 파일 삭제를 요구했다. 기자는 녹음 파일을 듣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삭제했다. 사건의 정황을 살피면 녹음의 목적이 도청이 아닌 취재였음을 알 수 있다. 상황에 관한 어떤 설명이나 이해도 없이 취재 관행을 불법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취재를 제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기총이 (뉴스앤조이) 기자를 고소했다는 소식을 들은 교계 기자 50명은 서명으로 (뉴스앤조이)에 힘을 보탰다. 한기총의 행태와 주장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데 많은 언론인이 공감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한기총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는 단체 본래의 목적과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은 '사랑과 용서',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언론인의 출입을 막고 기사를 고소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홈페이지 갈무리)

언로 막는 나쁜 풍토 번질까 우려

한기총의 언론 길들이기를 따라 하는 교단도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뉴스앤조이)와 (마르투스)의 출입을 막겠다고 결의했다. 여기에 교단지인 (기독신문)까지 취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사실상 언론을 등지고 있다. (기독신문)은 5월 15일 자 사설에서 "폐쇄적인 공동체의 미래는 어둡다"며 교단의 언론 통제를 비판했다.
"하늘은 형상이 없으나, 착한 것은 복을 주고, 음란한 것은 화(禍)를 주며, 역사가는 정치·행정 운영의 좋고 나쁜 것과 행동의 잘잘못을 곧게 쓰는데, 이를 만세에 전하여 효자와 자손도 고치지 못하게 하니, 두려운 일이 아닙니까?"
조선의 문관 김과는 책임과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하늘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태종에게 전했다. 김과의 말을 들은 태종은 사관의 역할을 인정하고 조심히 공손하게 말하며 행동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백성 위에 군림한 조선의 왕이, 하나님을 주인으로 고백하고 주의 종을 자처하는 목사들보다 낫다.


김은실 (raindrops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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