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2013-04-06일자 기사 '‘MBC의 눈물’ 어떻게 치유할까'를 퍼왔습니다.
후임사장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 열쇠…
·해고자 복직 등 풀어야 할 문제 산적

·해고자 복직 등 풀어야 할 문제 산적
“99가지도 말할 수 있다.”
박재훈 MBC노조 홍보국장은 “지금 MBC의 문제를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6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재철 사장 해임 이후 그동안 쌓여 있던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MBC 구성원들의 고민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3월 26일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통과됐다. / 강윤중 기자
시용직 인력 채용 으로 조직원 간 갈등
조직에 생긴 갈등의 골을 수습하는 것도 문제다. 김재철 전 사장은 지난해 파업 기간 중 100여명의 시용직 인력을 채용했다. 보도영상제작 부문에 투입된 이들 시용직 인력은 노조원들이 파업 기간에는 물론이고 파업에서 복귀한 이후에도 각종 징계로 현업에서 배제된 상황에서 기존 노조원들의 대체인력으로 기능해 왔기 때문에 노조원들과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관계다. 시용직 인력채용 문제는 지난해 파업 기간 때부터 향후 MBC가 정상화했을 때 내부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MBC노조 관계자는 “갈등이나 감정 충돌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공영성이나 공정성의 관점에서 조직 기여도가 있다면 같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구성원들도 있다. 지난 3월 6일에는 조합원 150여명으로 이뤄진 ‘제3노조’도 설립됐다.
외부적으로는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하락한 공영방송 MBC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문제가 있다. MBC의 언론기능은 주요 시사프로그램 과 뉴스가 잇따라 연성화하거나 친정부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뢰도가 하락했다. 2012년 10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2010년 18.0%에서 6.1%로 떨어져 신뢰도가 3분의 1로 급감했다.
파업 이후 부당한 징계로 업무 관련성이 없는 부처로 전보조치된 노조원들은 4월 5일 인사발령 을 통해 현업으로 복귀했다. 지난 3월 20일 서울남부지법이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26일 김재철 사장이 해고되면서 나온 첫 정상화 조치다. 그러나 다른 문제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처럼 여러 갈래로 얽힌 실타래 를 푸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후임 사장이 누가 되느냐다. 노사간 소송, 올 여름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용인력들의 인사문제, 조직 내 갈등 해소, 방송의 신뢰도 회복 등 전사적 노력이 필요한 문제를 처리하려면 후임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문제는 후임 사장 인선 권한을 쥐고 있는 방문진이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재철 사장 해임 이후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MBC 사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사들은 정흥보 서울대학교 초빙교수(전 춘천MBC 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구영회 MBC 미술센터 사장, 이진숙 MBC 홍보본부장 등이다. 그러나 방문진은 후임 사장 인선과 관련한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박재훈 홍보국장은 “생각보다 많이 연기될 수도 있어 지금 후보들에 대해 이런저런 논평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4월 4일 정기이사회를 열었으나 후임 사장 인선문제는 정식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4일 이사회에서 방문진 이사들은 안광한 MBC 사장 직무대행의 업무보고만 받았다. 정기이사회 이후 따로 이사들간의 간담회를 열었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후임 사장 인선 일정에 대해서는 여당 추천 이사 들과 야당 추천 이사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의 말이다. “조기에 진행시키자는 사람도 있고 어떤 조건을 갖춘 사람이 맡아야 하는지 설정한 다음에 하자는 사람도 있다. 절차와 관련해서도 방문진이 아니라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하자는 의견도 있다.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문환 이사장도 방문진 이사장이 된 지 일주일(3월 21일 선임)밖에 안 돼 MBC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방문진 이사들이 3월 26일 임시이사회에서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통과시킨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방문진 이사들 사장선임 의견 엇갈려
반면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일정을 빨리 진행시켜야 한다고 본다.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의 말이다. “4일 이사회에서 김문환 이사장에게 왜 사장 선임문제를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급한 거냐’고 하더라. MBC 같은 거대조직에 사장이 없는 건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전국의 MBC 직원들이 후임 사장이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조직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금 MBC는 하루빨리 사장을 결정해서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땅에 떨어진 MBC의 신뢰와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게 급한 일이 아니라는 게 납득이 되나. MBC만 보고 결정하면 되는데 이사들이 자꾸 바깥을 신경쓰는 것 같다.”
다음 이사회는 4월 18일에 열린다. 김광동 이사는 “이사회는 18일이지만 그 전에 방문진 이사장이 이사들을 만나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정식 이사회 회의는 형식적이어서 결론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광동 이사, 차기환 이사, 박천일 이사는 4월 7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방문진 사무처가 지원하는 밉티비(MIPTV) 콘텐츠 페어 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한다. 선동규 이사는 “오래 전부터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다. 참석 여부는 개인의 선택문제다. 굳이 비난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남표 성균관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는 “사장 선임 논의가 미뤄지고 있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하고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방향 설정을 명확하게 하지 못한 거 같다. 방문진에 맡길 건지 청와대나 여권이 개입을 할 건지, 전체적인 그림을 못 그리고 있는 듯하다. 출범 초기에 인사문제 등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당장 급한 건 아니라고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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