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정홍원 총리 “북에 대화하자는 건 상황 악화시켜”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12일자 기사 '정홍원 총리 “북에 대화하자는 건 상황 악화시켜”'를 퍼왔습니다.

ㆍ박 대통령, 대화의지 표명과 거리
ㆍ일각선 보수층 비난 무마 발언 해석
ㆍ정부 내 외교안보 정책 혼선 여전

정홍원 국무총리는 12일 북한의 전쟁 위협과 관련해 “주먹을 쓰겠다는 사람 앞에서는 주먹이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지 사과를 하든지, 사정을 하든지, 대화를 하자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전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북 성명을 놓고 ‘대화 제의냐 아니냐’는 혼선을 빚은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대화 의지’를 명확히 한 것과 다른 맥락이어서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정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현재는 도발하면 엄청난 손해를 입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쟁 억지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정부는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지원이나 협력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가 이르다”며 “지금은 전쟁 억지력을 공고히 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대화보다는 대북 억지력에 무게를 실은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전날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성명을 통해 사실상 대화를 제의한 것과는 거리가 먼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발언이 보수층의 우려를 대변하며 대통령에게 쏟아질 비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화 노선 선회와 다른 정 총리의 발언은 북에 혼란된 신호를 보내면서 대화 제의 신뢰성에 의문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 장관도 전날 청와대와 사전 조율해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 후 ‘대화 제의’ 여부를 두고 해석이 제각각이었다.

류 장관은 성명 발표 직후 ‘공식 대화 제의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기보다는…”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들은 회견 직후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화 프로세스를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장관이 공식적 자리에서 대화 제의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주게 되자 통일부 관계자들이 뒤이어 해석을 붙여준 것이다.

대통령 의중이 이미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면 류 장관의 이날 메시지는 잘못 전달된 셈이다. 그 배경을 놓고는 류 장관이 사실상의 대화 제의를 내놓으면서 보수 진영의 반발 정서를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다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홍보라인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혼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 류 장관 성명 발표 1시간20여분 뒤에 배경 설명을 통해 “대화 제의라기보다는”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제의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도 계속 소극적 해석만 나오니까 (대통령이) 명확하게 발언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통일부 쪽이나 청와대 홍보 쪽이나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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