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일 화요일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인사


이글은 시사IN 2013-04-01일자 기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인사'를 퍼왔습니다.
김병관 후보자 등 한 주에 장·차관급 인사 3명이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전관예우를 받으며 사기업에서 일했던 사람 등 공인의식이 결여된 인물을 쓰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죽음의 한 주였다. 3월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자진 사퇴. 3월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자진 사퇴. 3월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한 주 동안 장·차관급 3명이 자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퇴의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사퇴의 결과는 같았다. 박근혜 대통령 인사 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재차 드러냈다.  

ⓒ뉴시스 1월30일 인수위 토론회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왼쪽). 김 전 위원장의 총리 낙마부터 인사 난맥상이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은 유난히 자진 사퇴가 많았다. 내각 수반으로 지명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받지 않고 사퇴했고, 버티고 버티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도 끝내 사퇴했다.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도 변환철 법무비서관 내정자와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가 자진 사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억9700만원의 세금 탈루 사실이 밝혀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법무법인에서 재벌을 변호해왔던 인물이 (경제검찰 격인) 공정거래위원장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야당이 파상공세를 펴고 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야당이 자질 부족을 이유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아 임명을 강행하기가 부담스럽다. 

ⓒ뉴시스 자진 사퇴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3월21일 시작된 각 부처 업무보고를 계기로 그간의 인사 난맥상에서 벗어나 ‘깨알 같은’ 국정 장악의 면모를 선보이려던 박 대통령에게 또다시 치명타를 안긴 것은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성접대 동영상 파문이었다. 박 대통령이 신임을 두고 있던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성접대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낙마한 것이다. 김학의 전 차관은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자와 사법고시 동기(14회)다. 그동안 법무부 차관의 경우 검찰총장보다 사시 후배가 임명되던 것이 관행이었다. 그런데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이 김학의를 법무부 차관에 앉히자 법조계에서는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김학의 전 대전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밀려다 여의치 않자 법무부 차관 자리에 앉혀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내용이었다. 김 전 차관의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베트남전에 세 차례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육군 대령 출신이라는 점도 ‘애정’을 쏟는 이유로 따라다녔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연루 여부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경찰로 불똥이 튀었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긴 김기용 경찰청장이 전격 경질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보맨들 사이에서는 “‘경찰청장 임기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이 김 청장을 경질시킨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불똥은 청와대로도 튀었다. 야당은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곽상도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 공세를 폈다.  

초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받았던 비판의 핵심은 ‘나홀로 인사, 밀실 인사, 깜깜이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인사를 뒷받침할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내내 도마에 올랐다. 그 결과 내각과 참모진의 줄줄이 사퇴가 이어졌고, 그 와중에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한 가지 더 추가됐다. 바로 대통령의 ‘공인의식’에 대한 의문이다. 그간의 인사 과정을 통해 박 대통령이 ‘공인의식이 없는 이들을 공직 후보자로 지명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뉴시스 논란 뜨거운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공인의식 결여와 관련해 가장 먼저 지적되는 인물은 대통령의 얼굴이라 할, 김행·윤창중 두 청와대 대변인이다. 흔히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가 선거 정국에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언론인을 ‘폴리널리스트’라 부른다. 그런데 김행·윤창중 두 대변인은 언론계와 정계를 수시로 넘나들며 활동해온 ‘멀티 폴리널리스트’다. 한 언론인은 이를 “선수(정치)와 심판(언론)을 계속 바꿔가며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비난했다.  

‘전관예우’를 받고 사기업에서 활동하던 인물이 공직에 발탁되는 것은 문제가 더 크다. 사퇴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무기거래 업체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 외에도 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법무법인이나 기업 등에서 ‘전관예우’를 받으며 활동했던 사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나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한다는 평을 듣는 법무법인 ‘김앤장’ 출신의 약진은 눈이 부실 정도다. 박한철 헌재 재판관이 새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김앤장’에서 ‘전관예우’를 받으며 활동했던 인물이 5명씩이나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에 발탁됐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여성부 장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한 전직 장관은 사기업에서 ‘전관예우’를 받았던 인물이 내각과 청와대에 다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전관예우를 받던 로비스트가 다시 장관이 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공무원들은 이런 로비스트들의 노예가 될 것이다. 공무원들이 로비를 거부하기 위해서 이전에는 과거의 인연만 끊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미래까지 걸어야 한다. 언제 장관이 되어 돌아와서 복수할지 모르는데 소신 있는 행정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구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되기에는 법무법인에서 그가 했던 일이 지나치게 이율배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김앤장 등 유력 로펌에서 주로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왔다. 여당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조차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담합을 처벌하고 견제하는 자리인데 김앤장, 율촌 등에서 대기업을 변호하고 엄청난 돈을 받았던 사람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만수 후보자가 그동안 해왔던 일은 그가 설립 멤버로 참여한 법무법인 율촌의 홈페이지 소개 글에 잘 나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특수관계인 간 부당지원행위 조사사건에서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현대그룹, GS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대리하여 공정거래위원회 단계에서 무혐의, 과징금 대폭 감면 등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생선 던져놓는 격이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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