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 2013-04-16일자 기사 '우리는 어떤 진주의료원을 원하는가?'를 퍼왔습니다.
국민 위한 공공 병원, 수익 추구보다는 공익 추구를
국민 위한 공공 병원, 수익 추구보다는 공익 추구를
절박하면서도 오래된 싸움이다. 공공 병원을 둘러싸고 민간 기업처럼 수익 추구를 강조하는 담론과 공익적 의료 서비스 제공을 강조하는 담론이 진주의료원의 폐업 문제에서 다시 충돌하고 있다.
공공 병원의 수익 추구를 지지하는 담론은 보통 의료에서도 시장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 또는 공공 부문 등 시장이 아닌 다른 힘의 개입에 대해 부정적이다. 수익 추구 담론은 공공 병원의 역할을 민간 병원과 다르지 않게 보기 때문에 공공 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소극적이다. 그것은 보험과 같은 의료 재정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공공 병원의 공익적 측면을 강조하는 담론은 대부분 의료 부문에서 시장 실패를 인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정부 및 공공의 개입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래서 공공 병원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공공 의료 재정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 두 담론이 공공 병원을 두고 벌이는 힘 싸움에서는 수익 추구 담론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공공 병원인 지방 의료원, 적십자 병원, 산재병원을 중심으로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폐업과 신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병원 중 수익 문제로 매각된 병원으로는 춘천의료원(2001년), 제주의료원(2001, 재설립)이 있으며, 폐쇄된 병원은 대구적십자병원(2010)이 있다. 관할 당국에서 매각 또는 폐업 이야기가 최근까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곳은 현재 강릉의료원, 대전산재병원, 순천산재병원 등이 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공익적 역할을 하는 준공공 병원인 카프(KARF)병원도 폐업의 위기 속에 있다. (카프병원은 주류협회에서 술에 대한 건강 증진 부담금을 면제받은 대가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설립한 준공공적 기관이다.)
반면 공익적 역할을 하는 병원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새롭게 설립된 공공 병원은 현재까지 대구산재병원(2012년)이 유일하다. 그나마 설립 예정인 성남의료원(2013년 8월 착공)과 영주적십자병원(2014년 6월 착공)을 합쳐도 신설 공공 병원은 문을 닫거나 문 닫을 위기에 놓인 공공 병원 수보다 적다.
공공 병원에 수익 추구를 강조하는 담론은 병원의 운영 평가에서도 압도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불과 2006년까지만 해도 경영 수익은 지방 의료원, 적십자 병원, 산재병원 평가의 주된 항목이었으며 이후에도 여전히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수익 추구 담론의 맹위는 진주의료원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강성 노조에 따른 경영 악화 때문에 폐업 방침을 밝힌 것이 그 증거다. 이에 더해 홍 지사의 발표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에서도 여전히 공공 병원의 수익 추구 담론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홍 지사의 의견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불문하고 관심의 대부분이 경영 악화와 강성 노조의 사실 여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계속 흐르게 되면 수익 추구 담론의 우세 속에서 싸움이 다시 반복될지도 모른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원만히 끝나도 나머지 공공 병원의 같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 때에는 기본적인 사항부터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이 시점에서 공공 병원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경남도민들을 비롯한 국민이 공공 병원을 정말 원하는지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전국의 약 1만7천 명의 표본 가구를 통해 조사하는 '사회조사'를 통해 대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1년도 '사회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향후 늘려야 할 복지서비스 8개 항목 중 건강관리 및 건강 증진 서비스가 16개 광역 자치단체에서 모두 가장 많이 응답한 항목이었다. 향후 늘려야 할 공공시설에서는 11개 항목 중 보건 의료 시설이 공공시설 요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2002년부터 줄곧 1~2위를 다투어 왔다. 광역 자치단체별로 살펴보아도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경상남도 도민들도 같은 양상으로 응답하였다.
경상남도를 포함한 우리나라 국민은 꽤 오래전부터 공공 병원을 포함한 공공 보건 의료 기관에 대한 요구를 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공 보건 의료 시설 중 공공 병원이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본다면 그 의미는 배가될 수 있다.
'사회조사'는 정부 방침이 진행되기 전 시행되는 여론 몰이식 조사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수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요구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경남도민을 포함해서 국민이 공공 병원을 원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국민은 어떤 공공 병원을 원하는가? 민간 병원과 다를 바 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공공 병원을 원하는지 아니면 공익적 혜택을 제공하는 공공 병원을 원하는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시민과 전문가,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모아서 공공 병원의 발전 방안을 수립한 서울시의 시도는 공공 병원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건강 서울 36.5'라는 공공 보건 의료 계획 중 공공 병원과 관계된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질의 의료서비스, 보호자 없는 병원, 야간·휴일 진료, 시민 참여형 응급 의료, 운영의 투명화 등이 서울시의 공공 병원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선정되었다. 수익 추구보다는 공익 추구를 공공 병원에 요구한 것이다.
민간 또는 공공 할 것 없이 수도권에 모든 의료인과 의료 기관이 쏠려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을 고려할 때, 지방에서는 서울 시민의 요구를 포함하여 더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공공병원의 역할을 기대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진주의료원에서도 간병비 부담을 덜어 주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2011년부터 홍 지사의 폐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시행되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홍 지사는 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고 하는가? 홍 지사의 속내를 알 수 없으므로 이유는 추정만 가능하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준 도민들의 뜻을 거슬러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경에서 왕을 요구한 이스라엘 민족에게 경고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는 너희의 남종들과 여종들과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과 나귀들을 끌어다가 왕의 일을 시킬 것이다. 그는 또 너희의 양 떼 가운데서 열에 하나를 거두어 갈 것이며, 마침내 너희들까지 왕의 종이 될 것이다."(삼상 8:16~17)
위의 성경 말씀에 비추어 본다면 홍 지사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 준 도민들을 치료 도중 병원에서 내쫓고, 병원에서 노동하는 도민들의 일거리를 빼앗고, 진주시 근방의 도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공공 의료 서비스 이용의 권리를 박탈하였다. 홍 지사 이외에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공공 병원을 문 닫으려고 하는 모든 권력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홍 지사의 꽉 막힌 행보에 다들 경악하며 이유를 찾는 모양이다. 제2청사를 손쉽게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든지, 정치적 자산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든지, 공공 의료를 축소하고 싶은 박근혜 정부의 속내를 대신 표현하는 악역이라든지 등의 추측이 많다.
도민의 뜻에 계속 반하는 행보를 취한다면 그와 관련된 추측들이 그저 풍문으로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경상남도의 살림을 맡은 지사로서 도민을 위한 충정으로 그런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공공 병원이 필요하다는 도민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 요구에 부응하는 공공 병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닌가?
더는 우리들의 공공 병원이 그들만을 위한 병원이 되도록 놔둘 수 없다. 도민, 시민, 국민을 위한 공공 병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급하게는 4/18(목) 경상남도 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가 날치기 통과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홍 지사에게 물어야 한다. 도민의 의견에 반하는 의사 결정 하는 이유를. 또한 요구해야 한다. 소수 의사 결정자에게 우리들의 공공 병원이 휘둘리지 못하도록 설립, 운영, 평가, 폐업 등의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국민의 의견에 반하고 오히려 해를 입히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를.
장원모 / 의사(예방의학전문의), 생명평화의료마당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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