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4-11일자 기사 '민주당 대선 평가 자중지란, 통진당 리메이크?'를 퍼왔습니다.
평가도 ‘계파다툼’ 소스되면 미래없어…합리적 논의해야

평가도 ‘계파다툼’ 소스되면 미래없어…합리적 논의해야

▲ 민주통합당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오른쪽)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평가보고서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대선평가위원회는 이날 공개한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 미흡 ▲당 지도부의 책임의식과 리더십 취약 ▲계파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방만한 선대위 구성 ▲문 전 후보의 정치역량과 결단력 유약 등을 6대 패배 요인으로 분석했다. ⓒ뉴스1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후에도 대선 평가에 대한 자중지란은 심화되고 있다. 이해찬, 한명숙, 문재인 등의 정치인의 실명이 거론된 것에 대해 당내 정치인들이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말하자면 ‘안철수 캠프’ 인사였던 한상진 교수를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선임한 처사에는 이해가 안 가는 지점이 있다. 야권성향 지식인 중 ‘문’ 이나 ‘안’ 어느 쪽에도 도움을 주지 않은 이를 찾기는 어려웠다 해도 말이다. 그래서 보고서 자체가 법륜 스님 등의 “안철수로 단일화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는 류의 볼멘소리로 도배될까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결과물을 보면 보고서는 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요약본이나 한상진 위원장의 기자간담회 발언 등을 보면 보고서는 대선 평가를 위해 짚어야 할 논점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비판자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엉터리며 볼 것이 없다고 하지만 과거 나왔던 친노성향 ‘김태년 보고서’의 핵심 내용과 비교해보면 이쪽이 훨씬 핵심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물론 이는 ‘한상진 보고서’가 ‘김태년 보고서’에 비해 오랜 시간 준비되었고 공당의 지원을 받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렇게 당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보고서를 너무 손쉽게 흔들고 뒤집는 당내인사들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 상황을 2012년 총선 이후 ‘비례대표 경선 부정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나온 뒤 파행이 심화된 통합진보당의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경우에는 그 당내갈등의 부정적 효과와는 별개로 서로가 양보하기 힘든 뚜렷한 원인이 있었다.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문제는 결론이 어찌 나느냐에 따라 정당에 궤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였고, 부정이 있었다면 어떤 세력에게 있었느냐의 문제도 당내 갈등 및 향후 수습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반면 민주통합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사실을 모르는 국민들은 없다. 그리고 당내 갈등 상황에서 그 책임공방에 얼마나 열을 올리느냐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은 경중은 있을지라도 민주당내 구성원들에게 두루 돌아간다고 믿는다.

▲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결과 분석 및 평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몇 개월 간이나 분석 및 평가를 했음에도 최소한의 내부적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뉴스1
그런 점에서 이들은 통합진보당처럼 극렬하게 당내 투쟁을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쟁양상으로 보면 엇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내 의사결정 절차를 앞두고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문재인 캠프 핵심 홍영표 등 3인이 반박 기자회견을 할 때에도 ‘잘못된 보고서가 전당대회에 영향을 끼칠까봐’ 그랬다고 한다. 민주당내 역학구도상 통합진보당의 ‘중앙위 폭력 파행 사태’ 같은 것이 재현될 리는 없겠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그리고 그 과정에 대선 평가를 둘러싼 또 어떤 이전투구가 벌어질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선거운동을 열심히 한 이들은 이 보고서에서 이해찬과 문재인과 한명숙의 실명이 거론되었다고 분노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 중에서도 그들에게도 어떤 수준으로든 책임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상당하다. 패배한 총선 전략을 답습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오판한 데에 지도부와 후보의 책임이나 리더십의 결여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선거를 열심히 한 이들의 비판대로 민주당의 상당수 구성원들이 열심히 선거를 뛰지 않은 것 역시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역시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그 사실에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이는 선거전략의 문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영역에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 선거전략의 문제는 핵심정치인보다는 선거를 담당했던 실무자의 레벨에서 비판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이를 유권자들에게도 공개되는 보고서에서 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또 따져봐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길은 공개적인 차원에선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측면에서 핵심정치인의 책임을 인정하되 내부논의에선 실무자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일 게다.
지금의 민주당의 문제는 소위 ‘친노’라고 불리는 주류는 전자의 길을 거북해 하고 후자를 할 만한 내부적 신뢰나 합의가 없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비주류 역시 전자의 문제에서 그 반대편 극단에 서 있으며 그 때문에 내부적 신뢰나 합의를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보고서의 ‘문재인 책임론’과 관련해서 어떤 이들은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데, 후보로서 부족한 책임이 있었다는 것과 그가 결정적으로 선거를 말아먹었기에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간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친노나 반노나 층위를 구별하지 않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불필요한 이전투구를 통해 ‘통진당 사태와 전혀 다른 당의 상황을 그와 엇비슷한 정국으로’ 끌고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는 문재인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이석기와 김재연의 사퇴를 요구한 것과 비슷한 일이라 보고 있는지 모르지만, ‘부정’과 ‘패배’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을뿐더러 통진당의 의원직 사퇴는 두 사람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당적 결의에 의해 비례대표 경선에 관련된 모든 의원이 사퇴하자는 것이었기에 전혀 결이 다르다.
보고서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측의 일방적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은 인정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의 리더십 결여’를 지적하기 위해 단일화 협상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것을 수록하는 과정에서 선거 실무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지적은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보고서의 신뢰성을 심하게 떨어뜨린다.
그러나 보고서의 해당 내용까지 포함해서, 단일화 과정의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것이 대선 평가의 핵심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양자의 주장 중에서 어느 쪽이 옳은 것인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안다 하더라도 평가되는 것은 그 정치인의 ‘인성’일뿐 ‘능력’은 아니다.
가령 안철수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억울했다 하겠지만 그러면 일개인이 거대정당과 협상을 하면서 그 정도의 불이익도 없을 줄 알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애초에 정치세력 없이 필마단기로 뛰어든 그가 높은 지지율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단일화 논의에 빨려 들어온 이상 단일후보가 되기는 힘들었다. 이를 극복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는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 것이다.
또 문재인 후보 측 역시 안철수 후보 측의 주장들을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하겠지만 그러면 다른 정치적 노림수를 가진 안후보 측이 ‘입 안의 혀’처럼 굴 줄 알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들의 정치성향이 민주당 지지자와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데, 자신들이 안후보 지지율을 2/3 정도 흡수한 후 전부를 다 가져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안후보나 그 지지자들 탓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안철수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무시하고 핍박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박근혜 후보를 꺾을 만큼의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 역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측의 능력으로 봐야 한다.
결국 대선 평가와 책임정치 구현의 문제를 민주당의 향후 발전전략과 연관지어 사고할 것인지, 아니면 ‘정적’들을 제압하기 위한 계파다툼의 소스로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민주당에 ‘망조’가 보이는 건 전자의 모습 없이 후자의 모습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완전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결론부에서 향후 발전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비판자들 역시 그저 누구의 실명을 거론했고 누구의 편을 들었다고 비난할 게 아니라 적어도 그 논점들에 관련해서 반박을 해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물론 평가위 측도 보고서의 근거가 된 통계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한상진 보고서’든 ‘김태년 보고서’든 근거들을 합리적으로 공유할 때 다음의 얘기로 나아갈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 지난 1월 22일 오후 전주자원봉사센터 1층 강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북도당 제 18대 대통령선거 평가에서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평가가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그 평가들이 내부 정파용이나 시민사회에 회람되는 수준으로 전락했던 것이 사실이다. '평가가 복수'인 이런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는 엄중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뉴스1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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