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4일 수요일

경찰-새누리-국정원, 은폐축소의 ‘트라이앵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4일자 기사 '경찰-새누리-국정원, 은폐축소의 ‘트라이앵글’'을 퍼왔습니다.
대선 이후 4개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어떻게 축소됐나

한편의 예고된 드라마.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발표를 두고 한 말이다. 지난 18일 서울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직원 김씨 등 3명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혐의 처리를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많은 의혹 자른 마술지팡이=경찰 수사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는 법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이 많아 부실수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더해 사건을 맡았던 당시 권은희 수사경찰서 수사과장이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하면서 경찰의 은폐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 결과는 경찰이 지난해 대선을 나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 김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전력을 볼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고 했지만 김 씨가 올린 게시글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언론이 수사기관보다 낫다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왔다. 경찰 수사에서 그나마 밝혀진 것은 또다른 국정원 직원 이씨의 존재였다. 

민주당이 최초로 고발할 때 경찰이 집중적으로 밝혀야할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였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혐의가 국정원법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하지만 넉달동안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철통보안을 지켰고,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두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냈다. 정치적 파장을 다분히 고려한 수사 결과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경찰 수뇌부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지난 2월 법원 판례를 근거로 해서 ‘경찰이 국정원 직원에 대해 공직선거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경찰청 고위관계자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누가 판례 얘기를 했느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고 권은희 수사경찰서 수사과장은 증언했다.

결과적으로 경찰의 이번 수사 결과는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 사건과 관계에 선을 그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유기 논란이 일 수 있었다.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명백한 법 위반 사항이라는 점에서 국정원도 그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반대 급부로 이득을 얻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정통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무혐의라는 경찰 수사 발표로 인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질 수 있는 책임과 논란을 단 한 번에 자른 결과가 됐다. 경찰은 국정원이 조직 차원에서 정치 개입을 지시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름도 특정하지 못한 채 심리정보국장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소환장을 보냈지만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원에 면죄부를 주고 적당한 선에서 직원의 개인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우는 형태로 최종 수사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경찰 수사에 협조했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주력했던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었고 수사 과정에서도 첨예한 쟁점”이었다며 “수사에 협조하면서 선거법 위반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관련 내용이 쏙 빠진 결과를 보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의혹 축소 안간힘 

새누리당도 이번 국정원 사건을 축소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해 대선 직전까지도 ‘기획선거공작책임자’라고 몰아붙였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은 진실 여부에 따라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새누리당은 최대한 사건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 심재철 새누리당 ‘문재인캠프 선거공작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4일 김기용 경찰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물론 국정원, 민주당 등 어디의 눈치도 보지 말고 2~3일 안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하자 경찰이 16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국정원 김씨는 혐의가 없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은 새누리당과 경찰의 ‘커넥션’을 의심해볼만 사안이다.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경찰 수뇌부의 은폐 지시 여부까지 가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른 수사관계 실무자들과 실질적인 협의를 한 것인데 권은희 수사과장은 부당한 수사 지휘라고 보고 있다”면서 “본인의 캐릭터상 압력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정원 직원의 무죄를 주장했었다는 면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수사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문재인 후보와의 TV 토론회에서 국정원 직원 김씨가 감금을 당했다며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고, 다음날 지방 유세에서는 직원 김씨가 무죄라고 못을 박았다.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성서 국가정보원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경찰-국정원 호흡 척척

사건 당사자인 국정원이 말을 바꾸면서 선거개입 의혹을 비껴가려 했다는 정황도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12일 국정원은 “민주당의 국정원 직원 감금·흑색선전 관련 법적대응”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조직적인 후보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 개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고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직후에도 경찰 발표 내용을 인용해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조직적 비방 댓글 주장은 사실 무근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김씨가 달았던 게시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1월 31일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에 인용된 글은 인터넷상의 정상적 대북심리전 활동 과정에서 작성, 게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김씨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가지 90여차례 추천과 반대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공무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소극적으로 개인의 견해에 따른 의사표시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에서는 국정원 직원 김씨 등 3명이 지난해 8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올린 글이 400여개에 이르고 100여개가 4대강 사업과 국가보안법을 반대한 단체들을 비판한 글과 이명박 전 대통령, 새누리당 정책을 옹호하는 내용이어서 국정원법에 따라 정치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김씨 이외에 또다른 국정원 직원으로 밝혀진 이씨의 신분을 끝까지 감추려고 한 것도 ‘조직적인’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대선 기간 새누리당이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역공에 나서자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국정원은 경찰 발표를 등에 업고 선거 개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뒤 대통령 선거가 치뤄졌다. 공교롭게도 새누리당-경찰-국정원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손발을 맞추고 선거에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23일 향후 검찰 수사 전망에 대해 “통상적인 경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지휘 의견을 주고 조율을 하는데, 이번 경찰 수사 결과를 미리 알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을 수 있다”면서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심리정보국장 등 몇 사람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선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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