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수요일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엔 차별… 투기자 선별도 어려워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2일자 기사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엔 차별… 투기자 선별도 어려워'를 퍼왔습니다.

ㆍ4·1 부동산 대책 문제점ㆍDTI 완화는 또 다른 하우스푸어 양산 가능성ㆍ5년간 양도세 감면, 차기 정부에 부담될 수도

정부가 지난 1일 내놓은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곳곳에 문제점이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하우스푸어에 대한 채무조정은 무주택자나 성실 상환자와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는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 양도세 감면 5년은 차기 정부에 세수 감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하우스푸어 지원, 성실 상환자 소외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에서 대출채권을 매입한 뒤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고 장기분할 상환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또 연체는 없지만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경우라면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고 그 기간 동안 은행 대출금리 수준의 이자만 내도록 했다. 하우스푸어 등의 지원으로 총 1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는 기본적으로 집을 갖고 있고, 무리하게 빚을 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공적자금을 들여 채무조정을 해주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려다 집값이 떨어져 힘들어진 서민들도 있지만, 재산 증식이나 투기 목적을 지닌 사람들도 있어 이들을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 경실련 최승섭 부장은 “실수요자라 하더라도 하우스푸어가 된 사람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이라며 “집 없는 사람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캠코가 매입하는 부실채권 대상도 ‘3개월 이상 연체자’라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구는 3만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6억원 이하의 1주택 보유자로 한정할 것이며, 세부기준은 6월까지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억원으로 하더라도 이는 감정가 기준이라, 실거래가로 따지면 7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도 해당될 수 있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전용면적 40~50㎡대 아파트가 6억~7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연금의 일시인출한도가 종전 50%에서 100%로 늘어남에 따라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 기능도 대폭 축소됐다. 주택연금은 보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매달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받는 안전판 역할의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은퇴자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주택연금을 한꺼번에 받아 대출금 상환 등에 모두 써버릴 경우 주택연금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 DTI·LTV 규제 완화 문제 없나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DTI·LTV 규제를 일정 수준 풀기로 한 것이 DTI·LTV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DTI·LTV 규제는 금융회사의 약탈적 대출을 억제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장치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원칙을 제한적이나마 뒤집었다.

은행권에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기 수요자가 아니라 실수요자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것인 데다 젊은층은 앞으로 소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DTI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은행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른바 ‘약탈적 대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양도세 감면, 다음 정부 부담될 수도

정부가 양도세 감면기간을 5년으로 잡으면서 세수 감소의 부담을 다음 정부가 분담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그 규모다. 양도세 감면 기간이 끝나는 차기 정부에서 주택매매가 집중될 경우에는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양도세 수입은 1조2000억원 규모였다.

기획재정부는 통상 양도세 감면기간은 5년이라고 밝혔다. 집을 사서 되팔기에 2~3년은 너무 짧고 7~8년은 너무 장기라는 이유에서다. 양도세 감면기간을 너무 짧게 하면 투기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 반대로 너무 길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안된다. 외환위기 직후 시행됐던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도 5년이었다.

올해 집을 사서 5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한푼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6년이 지난 후에 팔면 첫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은 과세에서 빼준다. 5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을 계산하는 기준은 기준시가다.

예를 들어 3억원에 산 집이 6년 후 4억원이 됐다. 이를 팔면 1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기준시가는 매년 발표된다. 6년간 기준시가도 1억원 올랐는데 이 중 5년 동안 8000만원이 올랐다고 치자. 그러면 양도차익의 80%도 5년 안에 발생했다고 보고 6년차에 발생한 20%만 과세를 한다. 1억원의 양도차익 중 2000만원에만 양도세를 매긴다는 얘기다.

이주영·김지환·박병률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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