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4-22일자 기사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하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퍼왔습니다.
[비평]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를 둘러싼 논란, 공안정국 조성 의도도
어나니머스의 한국지부를 자처하는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지난 달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주요 사이트를 해킹해 1만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측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알려진 려명, 조선신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런 방식으로 공개된 명단에 대해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등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비평]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를 둘러싼 논란, 공안정국 조성 의도도
어나니머스의 한국지부를 자처하는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지난 달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주요 사이트를 해킹해 1만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 5천 명 가량의 신상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측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알려진 려명, 조선신보, 재미동포전국연합회 등을 해킹했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이런 방식으로 공개된 명단에 대해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등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방식으로 수사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도 심화되고 있다.

▲ 위기 시에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가지고 내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삼성X파일 수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한국정부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북한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면 조용한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면서 “명단을 증거 자료로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수사를 해볼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소위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 역시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교안 장관은 “어나미머스의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다른 자료들이 있다”며 “이런 자료들을 활용하면 독수독과 원칙과 관계없이 수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어나미머스가 공개한 명단은 수사상의 참고로만 이용하고 내사를 벌이겠다는 이야기다.
황교안 장관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특히 이념 문제에 대해 강고한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장관은 이 날 인터뷰에서도 “50년대 미국에선 위협의 경향성이 높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다”라며 SNS 등의 문제적 게시물 등에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보안법 7조는 이적단체 찬양·고무에 대한 처벌 규정이다.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 수사에 대한 논란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를 참고할 때 우리민족끼리 가입 수사 논란의 논점은 결국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여부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다.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국가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7조 3항은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단순 가입한 경우 이 두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공안 당국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몇몇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자체를 이적단체로 보기는 어렵고 어떤 글을 게시하거나 이적 표현물 등을 내려 받아 배포하는 등의 행위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또 다른 보도에 등장한 국정원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 자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을 수사할 수 있다는 황교안 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22일자 기사.
두 번째 논점은 공안당국이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근거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독수독과 원칙을 들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과 독수독과 원칙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이 맞서고 있으나 당국의 입장은 독수독과 논란을 비켜가면서도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해킹이 국가기관이 아닌 사적 개인들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독수독과 논란 자체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 명단을 공안당국이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맹점이다. 왜냐면 이 명단을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서는 이 명단 자체가 북한이 운영하는 서버에서 유출된 것이 맞는지, 가입한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수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서버는 북한 측이 관리할 것이기 때문에 공안당국이 이러한 수사에 대한 근거가 되는 정보를 전달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매카시즘을 떠올리게 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러한 어려움들 때문에 공안당국은 이 명단들을 증거로 제출하기 보다는 이 명단에 존재하는 인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적행위를 했는지를 놓고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민족끼리 사이트의 가입 여부’가 아니라 ‘개인의 이적행위 여부’자체가 수사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별한 절차 없이도 ‘인지수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절차에 대한 논란도 제한적이다. 황교안 장관이나 검찰 관계자 등의 입장은 여기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는 새로운 논점과 마주하게 된다. 황교안 장관 등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 이번 논란은 ‘이미 수사 자료가 갖춰진 대상’들에 대해 이적행위 여부를 수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수사는 실정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어나니머스 코리아의 명단 공개와는 별개로 언제든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해킹으로 유출된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에 의거해 잡혀갈 사람은 잡혀간다는 얘기다. 그러면 우리는 하나의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건 “그렇다면 왜 지금인가?”라는 것이다.
황교안 장관이 언급한 ‘1950년대의 미국’은 흔히 우리가 ‘매카시즘(McCarthyism)’으로 부르는 반(反)공산주의 열풍이 불어오던 시기다. 매카시즘이라는 명칭은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J.R.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가 1950년 2월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연설을 한 것이 반공주의 열풍의 방아쇠가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일로 인해 미국에서는 음악, 만화, 소설, 극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상검열이 진행됐고 정부, 기업, 사회단체 등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그러나 1950년대를 경과하며 과도한 매카시즘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결국 매카시즘 열풍은 지적 반성의 대상이 됐다. 이런 사례를 굳이 언론을 통해 인터뷰 하며 언급한 황교안 장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

▲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의 경우도 북한에 관련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공안정국이 조성됐다. 진보정당과 사회운동단체 등은 범사회적 사상검증의 대상이 됐고 이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를 감당해야만 했다.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는 이런 조치들 때문에 정치가 퇴행적 수준이 되고 조금이나마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려던 국민들의 마음도 급격하게 보수로 쏠리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실정법에 따라 사상범을 수사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언제 어떻게 어느 규모로 할지는 정권이 쥔 칼자루가 어디를 향하느냐에 달렸다. 황교안 장관의 발언과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공개한 명단을 둘러싼 논란이 결국 공안정국의 조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은 합리적이란 얘기다. 최근 경제민주화 등에 있어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디까지 후퇴할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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